지은이 강미/ 문학과지성사

 강미 작가의 성장소설 ‘밤바다 건너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문지 푸른 문학’ 열세번째 권이기도 한 이 소설은, 현직 교사로 몸담고 있는 작가만의 오랜 현장 경험과 고민 등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고 삼 수험생이자 쌍둥이 남매이지만 서로 너무나도 다른 연우와 동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밤바다 건너기’는 성장소설의 스펙트럼 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성장소설과 뚜렷하게 차별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소설의 중심축은 쌍둥이 남매인 연우와 동우다. 공부는 잘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깍쟁이인데다 이기적이기까지 한 연우. 연우에게 중요한 것은 원하는 대학에 무사히 들어가서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 다. 그런 연우와는 달리 공부에는 취미도 없을뿐더러 불합리한 일이 생겼다 하면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날리고 보는 성격 때문에, 담임선생에게 ‘정의의 사나이’란 빈정거림을 듣고 사는 동우. 사회봉사활동 같은 각종 징계 처분은 덤이요, 동우가 친 사고로 인해 생긴 합의금은 종술 씨와 명옥 씨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는 이 쌍둥이 남매에게, 서로를 이해하기란 그저 요원한 일이다.
한편, 아버지 종술 씨의 회사가 파업을 이어오면서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연우네 가족도 그에 따른 생활고로 허덕인다. 파업이 시작된 즈음에 큰아들 동세를 사고로 잃은 어머니 명옥 씨는 눈물과 술로 하루하루를 채운다.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겨우겨우 벌고는 있지만, 자신을 포함해 남겨진 가족들의 안위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 먼저 보낸 아들 생각에 가슴을 움켜쥐고 사는 어머니 모두 연우에게는 마뜩치 않기만 하다. 고 삼 수험생인 자신을 뒷바라지해주기는커녕, 부담스럽고 창피하다. 모범생인 자신과 달리 공부도 못하고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러 사고 치기 일쑤인 쌍둥이 동우도 곱게 보일 리 없다. 동우라고 해서 할 말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은 먼저 간 형보다도 못한 말썽쟁이일 뿐이다. 이들 모두에게, 삶은 공평히 버겁다.
232면/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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