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왕을 찾아서
<신간> 왕을 찾아서
  • 승인 2011.03.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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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성석제/ 문학동네
 장원두는 어린 시절의 영웅, 마사오의 부고를 받고 오랜만에 고향 지역으로 향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주먹 이상으로 황홀한 신화에 휘감겨 있던 마사오지만, 장례식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원두는 이제는 장성한 어린 시절의 친구들, 왕년의 주먹이었던 노인들의 얼굴에서 옛 추억을 읽는다. 전후부터 강물처럼 이어져온 마사오의 무용담은 웅장하면서 한편으로 구수한 지역색이 있다. 그런데 추억이 추억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의 패권을 두고 마사오의 뒤를 잇기 위해 지역 밖의 조직과 지역 출신 주먹들이 갈등중인 것을 알게 된다. 마사오를 배웅하기 위해 지역에 왔던 원두는 뜻밖에 일촉즉발의 상황에 휘말리고 만다. 무엇보다 원두와 한날한시에 태어난 재천이 그 가운데에 있는데, 재천은 소문을 만들고 키워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남자다. 원두의 첫사랑이자 지금은 재천의 부인인 세희와의 대면 역시 긴장감을 더하는 와중에, 지역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대도시의 조직 폭력배들이 도착하고, 왕년의 주먹들과 마사오의 후계자들이 모두 그에 맞서기로 한다.
지금은 ‘성석제표’, ‘성석제화’로 정착을 한 작가 특유의 진한 농담은 바로 이 소설에서 그 계보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바, ‘격렬한 웃음 속에 상실을 애도’(권희철)하는 깊은 대비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큰 폭소와 은근한 미소를 연이어 이끌어내는 놀라운 흡입력은 읽는 이의 책 넘김을 바쁘게 하지만, 읽고 난 후에는 압지석(押紙石)같이 단단한 여운 때문에 쉽사리 덮을 수 없을 것이다. 종횡무진의 힘찬 서사와 서사의 주름마다 깃든 익살이 소설 속의 분지를 모든 독자들의 고향으로 만든다. 20세기에 두고 온, 어린 시절의 영웅에 대한 향수가 유려한 말솜씨에 뭉근히 묻어 있기 때문이다. 소문이 신화가 되던 시절, 주먹에도 낭만이 있던 시절, 소년들에게 손에 닿는 영웅이 있던 시절에 대해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다시없을 소설이다.
392면/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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