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하다, 순수하다, 가식이 없다
맑고 깨끗하다, 순수하다, 가식이 없다
  • 승인 2011.04.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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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이슬방울과 하얀 세상

이슬예찬

초록 이파리에 이슬이 맺혔다. 이제 갓 싹을 틔워낸 새 잎이 투명해 보인다. 아롱아롱 이슬방울, 어찌나 맑은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초록의 보석이다. 이슬을 통해 보이는 우주의 모습은 영롱하기만 하다. 저리도 고운 보석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이슬은 순수하다. 가식이 없다. 거르고 또 걸러냈기 때문에 맑고 깨끗하다. 수중기로 변하여 하늘로 올라가다 초록의 이파리를 만나 다시 물방울이 된 것이다. 같은 물방울이지만 이전의 물방울과는 천양지차다. 이전의 물방울이 욕심과 탐진의 세상이라고 한다면 이슬은 욕심을 비워낸 순수한 영혼이다. 깨끗하게 정화되었고 그만큼 순수하다. 초록 이파리마저도 함께 정화되었다. 이슬을 만나기 전의 이파리는 그냥 풀잎일 뿐이다. 그러나 이슬과 만나 정화가 됨으로서 새롭게 태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맑고 투명한 존재, 가장 빛나는 보석이 되었다. 그 어떤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맑고 순수한 상징이 되었다. 저리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이슬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빛나는 풀잎처럼 되고 싶다. 풀과 하나가 되고 싶다. 모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설렘이 되고 싶다. 모든 욕심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나누고 싶다. 아름다운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빛나는 이 순간에 전념하고 싶다.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몰입을 통해 말라버린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싶을 뿐이다. 삭막한 세상에 훈훈한 바람을 불어 넣어주고 싶을 뿐이다.

풀잎의 이슬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풀 이파리에 이슬이 맺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 고맙다. 햇살이 이슬을 반짝이게 하고 있지 않은가? 보석이 되어 우주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란 말인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란 말인가?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흥겹고 신바람이 나는 일이란 말인가?



보석이 되어 반짝이는 이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마음속에 가득 차 있던 욕심을 덜어낼 수 있다. 비워진 마음은 자연스레 아름답고 넓어진다. 욕심을 채우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끊임없는 사랑과 인내, 용서와 배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된다. 자기 성찰을 통해 끊임없는 노력을 가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이슬은 햇살을 받으면 속절없이 사라진다. 미련 없이 멀어진다. 그렇다고 하여 햇살을 원망하지 않는다. 세상에 좀 더 있겠다고 머뭇거리지 않는다. 가야 할 때를 알기 때문이다.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반갑게 맞이해준다. 기꺼이 해님을 따라 먼 여행을 떠난다. 가는 길이 아무리 험난할 지라도 상관없이 떠난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가는 것이다.

이슬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찰나다. 그럼에도 조금도 부족해하지 않는다. 이슬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만끽한다,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린다. 그리고 해님을 만나면 짧지만 긴 일생을 마감한다.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미련 없이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떠난다. 왔다가 가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있어야 할 곳을 알고 떠나야 할 때를 알기 때문이다. 삶이 짧다고 억울해하지 않고 언제나 의연하다. 순간이지만 세상이란 무대에 출연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만족해한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주어진 여건을 수용하고 인정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슬처럼 욕심을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슬처럼 때를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때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억울해한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바라보며 감탄한다. 이슬처럼 살아가고 싶다. 이슬처럼 빛나고 싶다.

꽃 잔디와 버리기

분홍 꽃이 무더기로 피어났다. 또 수없이 많은 꽃봉오리들이 피어나고 있다. 장관이다. 경이롭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워낸다. 봄비 내리는 회색 빛 세상에 분홍으로 피어나는 꽃은 세상을 환하게 바꿔놓는다. 꽃으로 인해 세상이 달라진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작은 꽃이지만 무리지어 피어나니, 환한 새 세상이 된다.

꽃 잔디. 이파리마다 빛이 난다. 봄비를 머금은 모습이 더욱 더 아름답다. 아롱다롱 여울진 빗방울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저리도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분홍의 선명함은 말할 것도 없고 앙증맞은 모습에 이르기까지 시선을 잡고는 놓아주질 않는다. 꽃 잔디는 세상을 아름다운 보석으로 바꿔놓는다.



꽃은 원래 존재하는 것이니, 존재의 발산을 통해 세상을 밝게 빛나게 한다. 작은 꽃 이파리들이 피어나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어놓는다. 원래 있었으니, 원래의 모습을 가지게 됨으로서 세상을 밝게 빛낸다. 그렇다면 원래 없는 것은 있는 것을 비워냄으로서 빛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꽃은 원래 존재하므로 꽃을 피워냄으로서 아름다워지고, 사람은 원래 없는 것이니 비워냄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비워냄으로서 멋진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나를 비워낸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말일까? 비워낸다는 말은, 욕심을 비워낸다는 의미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것을 뜻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집약하면 자기답게 산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 자신은 하나뿐이다. 유일무이한 존재다.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세상에 자신이 왜 살아가야 하는 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무엇으로 살아가는 건지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자기답지 못하다. 우주의 유일무이한 독특한 존재로서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임무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에 맞는 적절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순간순간 탈바꿈을 할 때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왜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흔들림이 사라지게 되면 다음으로는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실패할 수도 있다.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두려워한다면 당당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실패는 다반사로 여기고 당당하게 이겨내야 한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야 한다. 실패가 많은 인생일수록 아름다워질 수 있다. 실패 없는 인생은 아름다운 길이 될 수 없다.



아름다운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나눔의 즐거움을 터득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홀로 살 수는 없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바르게 살아가기 힘들다. 나누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누는 즐거움을 키우면 키울수록 그 삶은 행복해진다. 나누며 살아가는 길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고 비우며 살아가는 지름길이 된다. 나눔없이 비울 수는 없는 일이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양파와 같다. 나의 실체는 무다. 하늘의 별들은 바라보면서 허공은 보지 못한다. 별들의 존재에 집착하여 정작 중요한 허공의 존재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사실 허공과 같은 존재다. 원래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나라고 하는 본성의 실체다. 양파를 벗기고 벗기다 보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라고 하는 본성은 양파처럼 남는 것이 없다. 그러니 비운다는 것은 실체인 허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본디 아무 것도 없었으니 생멸도 없는 것이다.



꽃이 흔들린다. 봄바람의 장난이다. 속삭여본다. 심술을 부려 스쳐 지나가지 말고 머물러 쉬었다 가라고. 쉬지 않고 먼저 간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빨리 간다고 하여 빨리 가는 것이 아니다. 머물러 즐기는 순간이 바로 행복이고 기쁨이다. 스치고 지나가면 남는 것이 없다. 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서두른다고 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비운다는 것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하려고 용을 쓰면 쓸수록 사람은 더욱 더 추해진다. 비우면서 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여유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머무르며 즐길 때 만들어진다. 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비우면서 자가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행복은 만들어진다. 자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때 아름다운 인생은 보장될 수 있다.

목련 꽃

하얀 목련이 피었다. 세상을 온통 하얀 색으로 바꿔놓았다. 목련이 펼쳐내는 하얀 봄 세상은 우아하다. 은은하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너그럽게 만들어준다. 하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어김없이 하얀 꽃이 피어난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하얀 세상이다.

겨우내 묵은 먼지를 털어낸다. 목련 꽃이 펼쳐내는 봄 세상에 어울릴 수 있도록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낸다.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지난겨울의 묵은 때들을 말끔하게 지워내고 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먼지를 모두 털어내고 나니 가볍다. 날아갈 것 같다. 저 하얀 세상을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다. 어디를 보아도 맑은 하늘이다. 넘치는 봄 세상이다. 그냥 즐기면 된다. 누리면 된다.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하얀 목련의 봄 세상인데.



목련이 펼쳐낸 봄 세상으로 들어간다. 봄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하얀 세상을 만져도 보고 그 안에 파묻혀보기도 한다. 아! 좋다. 봄이어서 좋다. 추운 겨울이 지나갔으니 좋다. 지긋지긋한 겨울이 물러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추운 겨울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은 더 우뚝하다. 봄 안에 서 있으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사람들의 마음에 봄 세상이 왔음을 알리고 싶다. 아니 하얀 목련이 펼쳐내는 봄 세상에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정겨움을 나누고 싶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 봄 세상을 알리는데 가릴 것은 없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고 정겹다. 그저 함께 봄 세상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하얀 봄 세상의 정겨움을 나눔으로서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싶다.



혹독한 지난겨울의 빈자리를 하얀 봄의 포근함으로 채우고 싶다. 목련이 펼쳐내는 봄의 여유를 모두의 가슴에 심어주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 가슴에 봄의 따뜻함이 넘쳐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목련 꽃이 피었다. 하얀 목련이 봄 세상을 펼쳐내고 있다. <춘성 정기상 님은 전북 완주 가천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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