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히로세 다카시/ 옮긴이 김원식/ 이음

 이 책은 체르노빌을 비롯한 일련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살피면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전 사고에 대해 당국이나 과학자들은 언제나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으며, 이미 발생한 사고도 예외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천재지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원자력 사고가 인간의 능력으로 통제 불가능한 원자력 물질을 다루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며, 그 뒤편에는 인류 절멸의 위험을 담보로 원자력산업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기업과 이러한 사실의 은폐에 동참하는 저널리즘이 있다고 주장한다.
스리마일에서 체르노빌에 이르는 원전 사고의 역사와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잘못된 믿음, 그리고 원자력 산업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자본의 이해관계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통해 원자력의 위험을 통렬하게 전달하는 이 책은 일본 출간 당시 70만부가 팔려나갔으며, 한국에도 반핵운동가 김원식 씨의 번역으로 소개되어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왔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하다. 실제로 이 책은 지난 3월 11일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발생한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예언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갖는 설득력은 그 주제만이 아니라, 그 메시지를 전하는 목소리에 담긴 진심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강연에 기초한 이 책에서 다른 어떤 저작에서보다도 절실한 목소리로 원전의 위험에 대해 눈을 감는 건 지금 목전에 닥친 위험에 눈을 감는 거라고, 당장의 우리의 편익을 위해 후손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는 행동이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그 호소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인식과 원자력이 없으면 에너지난을 겪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은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강력한 힘이 되어왔다. 이웃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외면은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최악의 참사를 불러왔다.
우리나라는 원전 21기가 운전되고 있고, 2016년까지 8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인 원전 대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후쿠시마 사고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고,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20년 전의 전문가들도 그랬다. 저자의 주장을 원자력에 대한 무지와 오해 때문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사고는 일어났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다.
287면/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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