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근본적 변화 없다면 다음 피해국 한국 될 수도”
“에너지 정책 근본적 변화 없다면 다음 피해국 한국 될 수도”
  • 승인 2011.04.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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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2



- 1차 식품이든 2차 가공식품이든 수입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 현재 일본 내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의 종류와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런데 전수검사를 한다는 이야기들은 들리고 있으나 사실 식품의 경우에는 완전한 형태의 전수검사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지금 현재 사고가 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때까지만이라도 수입금지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는가.

- 언제까지 수입을 금지해야 하나.

▲ 지금 사고가 일파만파 번져나가다가 점점 수습국면으로 조금씩 접어들 것이다. 그러면 일본 국내에서도 방사능에 오염돼 있는 여러 가지 식품들이 나오는 것들이 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수입을 해도 문제가 없는 상태까지 된다. 그런 시점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 핵공학자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체르노빌 참사 당시 그들의 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는 지적인데.

▲ 핵 산업 내지 핵 관련 학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주의의 폐해다. 핵과학자들은 하나의 ‘핵 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현재의 분위기에서 좀 더 양심적이고,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부족하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 보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과학자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굉장히 큰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금 상업용 핵 발전을 60년 정도 했는데, 그 사이에 규모가 큰 사고만 3번 일어났다.

- 체르노빌 참사 피해가 고스란히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어떤 규모,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딱 부러지게 말하긴 힘들다. 작게는 수 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 만 명 정도가 여전히 체르노빌 참사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일률적으로 조사되진 않지만 그 정도 규모의 사람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 중 상당수는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에 걸렸다. 실제 피폭 당할 당시가 아니라 나중에 병을 얻기 때문에 하소연 할 곳도 마땅치 않다. 피해 본 사람만 억울할 따름이다.



- 일본 원전 사고 후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편서풍 때문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시뮬레이션 결과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우리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사고 대책이 있어도 지리적 특성상 적용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황사도 대책이 없는 것처럼 방사능 문제도 사고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사고 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계속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식의 이미지 광고 일색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대형 사고가 나서 터지는 장면을 봤는데, 그런 홍보를 한다고 안심할 국민은 없다. 결국 투명성과 진정성이 문제다. 원자력의 위험성과 피해 및 대응책을 있는 대로 알려주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편서풍은 우리나라에 안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런 홍보는 역설적으로 많이 해 봤자 불안감만 키울 뿐이다.

앞으로도 원자력의 위험성은 계속 대두될 것이다. 에너지 문제, 전력 문제에서 벗어나 핵 발전의 위상을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 핵 발전 중심의 우리 에너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다음 피해국은 한국일 수도 있다. 이번 사고는 우리의 핵 발전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 향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 이번을 계기로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방사능 피해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이번 기회에 핵 발전 정책까지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신규 원전 계획을 취소하고 노후화 된 원전은 중단시켜야 한다. 근본적으로 원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후 한국에서도 사고가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한국, 중국, 일본에는 원전이 많다. 3국이 함께 핵 없는 아시아를 위해 공동행동을 해야 한다.

- 현재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을 기해야 한다.

▲ 일본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게 중요하다. 비가 내리면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잘 씻겨야 한다. 현재로선 그게 유일한 대책이다. 한국을 떠날 수는 없지 않는가. 사실 비오는 날 축구경기도 중단해야 한다. 이런 부분도 일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굳이 비를 맞을 필요가 없다.

- 우리 원전의 안전도는.

▲ 현재 우리의 방사능 방재 대책이 국내에서 핵 관련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가상해 짜여 있는 것이 문제다. 실제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의 방사능 검출 장비나 대비시설 등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만 하지 다음 단계에 어떻게 대비할지 총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이런 점을 감안, 방사능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도 진도 9.0의 지진에는 견뎠는데 지진해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는 결국 지금까지의 재난 대책 계획이 제대로 안 됐다는 방증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예상 이상의 지진이나 지진해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 차원에서 원전사고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한국 원전의 안전성은 일본 원전의 피해와 같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사고는 예상 범위를 벗어날 때 일어나는 것이다.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기준 개념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 원전의 대안은.

▲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 35% 정도의 에너지를 원전을 통해 사용했다. 분명 원전이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은 20년 동안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해 태양광과 풍력을 쓰고 있다. 원전을 중단한 상태다. 한국은 그 와중에도 원전을 계속 지었다. 애석하게도 20년 동안 재생에너지에 투자하지 않았다. 지난 20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에 투자한 자본과, 1년 동안 원전에 들어간 자본이 비슷하다. 그 차이가 이제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로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 상황에선 원전을 없애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이를 계속 미루면 59%를 원자력 에너지에 기대야할 정도로 원전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말 절망이다.

한국은 핵에 중독된 상황이다. 알콜이나 마약중독자들이 죽어가면서도 술을 찾는 현상과 유사하다. 그래서 신규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면서 이 중독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야 한다. 현재 국면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면서 여전히 원전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핵공학자들에게 인식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 분들은 평생 그 일만 했다. 전환이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그분들과의 토론 역시 유익하지 않다. 정책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때문에 국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동시에 정부는 이번 교훈을 정확하게 인지한다면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꿔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 ‘반핵 이슈’로 자리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시민단체들 역시 시민사회 전체 이슈로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 원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도 중요한 변수다.

▲ ‘원자력 발전’이란 말에서부터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엄밀히 얘기하면 ‘핵 발전’이다. 정부는 ‘핵 발전’이란 단어가 국민들에게 거부감이 있으니까 ‘원자력 발전’이란 용어를 강조해서 사용한다.

핵 발전은 방사능 물질을 발생시킨다. 방사능 물질에서는 무색무취의 오염이 발생하고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기후변화를 얘기하며 핵 발전은 이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핵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방사능 폐기물은 처리 방법도 현재 없을뿐더러 짧게는 300~400년, 길게는 몇 십 만년 이상 관리가 필요하다. 몇 번의 방사능 누출사고에서 보았듯이 사고로 인한 피해는 후대에까지 이어진다. 이런 핵 발전을 녹색에너지,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로 홍보하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원전에 대해 제대로 모를 수밖에 없다. 왜냐면 정부의 선전공세에 국민들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의 일부인 120억원을 핵 발전 홍보비에 사용한다. 국민들이 낸 전기 요금의 일부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국민들이 핵 발전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알려야 한다. 또 올바른 지적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핵 발전 사고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로 핵 발전이 안전하다는 신화는 깨졌다. 국민들이 핵 발전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강연을 다닐 것이다. 또 많은 국민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릴 계획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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