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연둣빛 새싹이 말한다, 집착과 분별심을 버리라고…
저 연둣빛 새싹이 말한다, 집착과 분별심을 버리라고…
  • 승인 2011.04.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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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봄의 한가운데에서

봄의 기적

 연두 빛 보석이 빛나고 있다. 저수지의 한 가운데 우주의 중심이 되어 빛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본다. 저수지 가장자리에서도 보석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지가지마다 연두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것은 분명 봄만이 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기적이다. 지난겨울은 특히 추웠다. 혹독하게 추웠기 때문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다시는 새 생명의 기운이 움트지 못할 것만 같았다. 절망스러운 추위가 지속되었다. 봄인가 하고 고개를 들면 다시 눈보라가 몰아쳤고 고개를 움츠리게 하였다. 그럼에도 봄은 찾아왔고 봄의 기적이 펼쳐지고 있다.

이곳은 내장사 가는 길목에 위치한 저수지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자라는 나무들이 일제히 움을 틔운 것이다. 세상이 궁금하여 참지 못하고 고개를 내민 모습이 그렇게 앙증스러울 수 없다.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새 생명의 모습이 어찌 그렇게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세상이 온통 연두 빛으로 색칠해지고 있다. 봄이 만들어내는 극치 중의 하나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봄을 장식하는 꽃들도 있다. 눈 속에 피어나는 매화도 있고 4월을 화려하게 수놓는 벚꽃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붉은 빛 홍도도 있고, 이화와 자두 꽃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들 봄꽃의 화려함도 분명 눈이 부시다. 그러나 연두 빛깔의 보석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연두 빛깔 새싹의 신비로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바라볼수록 마음이 정화된다. 겨우내 먼지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맑아진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의 모습이 달라진다.

우선 집착이 없다. 집착은 마음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집착을 버리지 못함으로 인해 모든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집착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다.

연두 빛 새싹은 분별심을 없애준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란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값어치를 따지게 되고 결국은 하나하나 분별하게 된다. 나누어 생각함으로서 불행은 시작된다. 분별하지 않는다면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분별심이 사라지면 평가하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평가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선호하게 되고 선호에 따라 좌절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삶이 일희일비로 흐르게 되니, 자연 행복하고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원래 행복한 삶이 보장되어 있었는데, 스스로 평가함으로서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연두 빛깔을 하고 있는 새 생명들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죽은 것 같았던 나뭇가지에서 움을 틔우는 것 자체가 바로 기적이다. 고개를 내민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고 우아한지 모른다.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새싹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마음먹은 대로 무엇이든대지 해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낸다. 새싹이 해내지 못하는 일은 없다.



새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깨끗해진다. 내면 깊숙이 침투하여 오묘한 작용을 한다. 흐트러진 마음의 회로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다. 흐트러진 삶의 리듬을 바르게 잡아준다. 흐트러진 마음으로 바라보던 세상은 당연 흐트러져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두 빛 새싹에 의해 교정된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달라진다. 바른 세상이 바르게 보인다. 바른 세상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바로 기적이 아닌가?

연두 빛 세상을 바라보면서 연두 빛 기적에 감동한다. 겨우내 움츠려들었던 어깨를 쫙 펴고서 세상을 바라본다.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세상을 관조한다. 세상이 얼마나 구족되어 있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워진다. 지그시 눈을 감고 감사한다. 봄의 기적을 만끽한다. 봄을 마음껏 누린다.

매화

주변이 환하다. 어쩌면 저리도 밝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치 하늘에서 그 곳에만 빛을 비추고 있는 것 같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밝아진다. 주변에까지 밝은 빛이 넘쳐난다. 자체 발광이란 바로 저런 것이로구나. 꽃이 빛처럼 밝다는 사실에 놀란다. 꽃이 피어난 것만으로 자체 발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밝은 빛의 끌림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다. 몸과 마음이 꽃의 유혹에 빨려 들어간다. 저절로 다가서게 한다.



매화나무다. 언제 저리도 활짝 피어났을까? 나무 전체가 환한 등불이다. 빛나는 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이 환하게 돋보인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봄이란 말인가? 빨려 들어가는 힘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아니 넘치는 유혹의 빛에 일부러 더욱 더 빨려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밝은 빛에 나를 맡김으로서 나 또한 발광체가 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전주 동물원의 도화원이다. 도화원은 전라북도의 도화를 조성한 동산이다. 전라북도의 도화는 백일홍, 즉 배롱나무다. 일명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리는 백일홍들이 심어져 있는 한 가운데에 매화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배롱나무는 아직 싹을 틔울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매화가 활짝 피어 있으니, 더욱 돋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화 앞에 서 있으니,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밝아지는 것 같다.

꽃 아래에 서 있으니 천사가 된 것 같다. 매화 향에 취하니 선택받은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고 대접받고 싶어한다. 은은한 꽃 향이 코끝을 자극하니,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저절로 눈이 감겨진다. 눈을 감고 나니 마음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다. 온 몸에 접해지는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귓가에 들려오는 땅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땅의 숨소리는 자연의 소리이다.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의 소리가 바로 땅의 숨소리이다. 자연이 있기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모태인 자연이 있어야 한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제거하고 나면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법이다. 마음을 열면 생명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땅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한다. 내 주변에 있는 것의 귀중함을 깨닫게 된다. 가까이 있는 것을 사랑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면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없다. 매화가 바로 그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여 꽃을 피워냄으로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나무는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래서 더욱 더 돋보이는 것이다. 꽃은 제 목숨을 바쳐서 피워낸 것이기에 아름답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였기 때문에 우뚝하다.

매화나무 아래에서 깨닫는다. 최선을 다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름답다. 아이를 교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꽃이다.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내서 키우는 것은 꽃을 피워내는 것과 같다. 아이들의 꽃을 찾아서 피워내는 것이 바로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선생님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활짝 피어 자체발광을 하고 있는 매화에 감동한다. 주변까지 환하게 만드는 꽃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삶이 저리 밝게 반짝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주변에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쏟아 부어야 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밝은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봄을 빛나게 하는 별

온통 별이다. 반짝이는 별이다. 봄을 반짝이게 하는 별이다. 봄이 돋보인다. 별로 인해 우뚝해진다.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반짝인다. 어쩌면 저리도 빛날 수 있을까?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니다. 그 반짝임으로 인해 봄이 돋보인다. 봄이 손짓한다. 봄이 유혹한다. 봄이 부르고 있다. 봄 나라다.

봄을 반짝이게 하는 별은 풀꽃이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땅위에 떠있는 별들이다. 청록으로 반짝이는 풀꽃들이 선명하다.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싱그럽기만 하다. 지난겨울의 찌든 먼지들을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풀꽃은 신비롭다. 그 우아한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풀꽃 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도 선명해진다.

풀꽃 별은 낮은 땅에서 빛난다. 오만한 모습으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태도로 빛나고 있어 더욱 더 아름답다. 오만한 빛이 아니라 겸손한 빛이어서 더욱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빛나고 있는 모습이 더욱 더 마음을 사로잡는다. 풀꽃 별의 반짝임에 감동하게 된다.

겸손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자세를 말한다. 겸손한 행동의 결과에는 공감과 존중이 있다. 그에 반해 오만한 빛남은 상처만 남게 된다. 아무리 밝게 빛나고 반짝이더라도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 시기와 질투는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오만의 빛남은 안 된다. 풀꽃 별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주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은가?

풀꽃 별을 바라보면서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풀꽃 별의 빛남으로 인해 반짝이는 봄이 더욱 눈부시다. 봄이 이렇게 시리도록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봄이 이처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처음 느끼게 해준다. 어디를 보아도 반짝이고 어디를 보아도 눈부신 세상이다. 이 아름다운 봄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만 하다.



풀꽃 별은 봄을 전해주고 있다. 봄이 번져나고 있다. 마음과 마음에 봄을 전해준다.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넘쳐나는 봄이 찬란하다. 어디를 보아도 넘쳐나는 봄이다. 이 아름다운 봄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맙다. 무엇을 더 원한단 말인가? 이것으로 충분하다. 풀꽃 별이 반짝이고 있어서 봄이 더욱 더 빛난다. 풀꽃 별로 인해 더욱 더 빛나는 봄이 찬란하다. <춘성 정기상 님은 전북 완주 가천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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