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리바 브레이/ 옮긴이 이원경/ 문학동네

 제인 오스틴의 세계가 판타지 장르와 만나다! 빅토리아 시대 요조숙녀들이 갑갑한 규범을 거스르고 낯설고 신비한 다른 세계를 넘나든다! 미국 청소년 소설과 판타지 소설 분야에서 독특한 이야기꾼으로 사랑받는 리바 브레이. 그녀에게 작가로서 명성을 안겨준 데뷔작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이 마침내 국내 소개된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엄마를 잃고 기숙학교로 보내진 소녀가 거대한 운명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의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은 고딕 소설과 판타지라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두 장르를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기숙학교, 의문의 화재 사고가 있었던 고딕 저택, 소녀들의 비밀클럽…… 고딕 이야기의 전형적인 설정과 인물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코르셋만큼이나 억압적인 규범에 숨 막혀하는 빅토리아 시대 소녀들의 세계를 그리면서 동시에 판타지의 세계를 끌어안는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고전을 호러 장르로 패러디하면서 유머를 선사한다든가 단순히 장르의 기본 뼈대만 빌려오기보다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규범을 강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심령술과 오컬트에 심취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두 얼굴처럼 이질적인 두 장르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고 있다.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에는 고딕 소설의 익숙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의문의 죽음을 맞은 어머니와 아편중독으로 무기력한 아버지를 둔, 고아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기숙학교에 보내진 소녀. 어딘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잠긴 방이 있는 학교 건물. 평생 홀로 가정교사로 살거나 집안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는 소녀들, 그리고 그들 간에 형성된 패거리 문화가 주름잡는 기숙학교. 여기에 마녀들의 동맹인 오더(Order), 비밀결사인 라크샤나, 예언의 룬 등 판타지 장르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더해진다. 그러나 하나의 장르에서 다른 장르로 넘어가고 마는 게 아니라 밤과 낮, 학교의 질서와 숲속 동굴의 자유가 공존하는 소녀들의 생활처럼 두 장르도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512면/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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