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검은 뼈…검은 살…검은 모래집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복날…. 개 잡아 먹고 영계 잡아 인삼 넣고 푹 고아 먹는 그 복날…. 우리 온 가족이 오골계 먹기로 한 그 복날. 그런데 복날이 도대체 뭘까. 그냥 개 잡아먹고 영계 잡아 인삼 넣어 끓여 먹기만 하면 복날인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그 정확한 의미를 전해보기 위해 검색했다. 검색 결과 복날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3번의 절기를 말한단다. 초복(初伏)·중복(中伏)·말복(末伏)이 있다. 초복은 하지(夏至)로부터 세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立秋)로부터 첫번째 경일이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복날에는 보신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는데,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는다.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먹기도 하고, 아이들과 여자들은 참외나 수박을 먹으며,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발을 씻으면서 더위를 피하기도 한다.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속신(俗信)이 있어서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는다.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하며, 복날마다 마디가 하나씩 생겨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한다.
너무 장황하게 설명되었나? 어쨌거나 간에 화자 역시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특히 팥죽을 먹는다거나,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거나,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거나 하는 건 생소한 얘기다.
그 복날, 목욕해서는 안되는 그 복날, 그것도 초복날이 왔다. 17일 제헌절을 맞아 정읍 산골로 내려간 익산떡은 그 깊은 산골에서 키운 오골계 두 마리를 잡고, 그 깊은 산골에서 자라는 참옻을 꺾어 19일에 올라온다고 했다. 그리고 오골계에 참옻을 넣어 바로 끓여놓을 것이라고 했다. 기일은 초복은 20일. 그런데 이게 왠 황당무지한 사태일까. 아침부터 쏟아져 내리는 비…. 만찬에 참석할 인원들은 7명씩이나 이미 리스트 작성을 끝내고 초청장까지 날린 상태인데…. 이럴 때 비가 오는 거하고 참옻오골계 먹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냐고…무식한 소리 내뱉었다간 화자 머리에서 스팀(한국말로 증기, 내지는 열기, 내지는 열불) 피어오른다.
바로 길레스토랑의 특성 때문이다. 길레스토랑 비 오는 날 절대 문 열지 않는다. 아니 문 열지 못한다. 사실은 문을 여는게 아니고 가게 하나를 새로 지어야 하는 때문이다. 리어카 위에 겹겹이 쌓여 있는 포장을 푼 다음 본체가 되는 사옥을 먼저 짓고, 다음 별채 사옥까지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본체와 별체가 연결된 두 개의 사옥으로 이뤄진 길레스토랑이 완성된다. 총 소요시간은 30-40여분. 그런데 비가 오면 사옥 짓는 공사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 번도 못봤다. 비 오는 날 문을 여는 숭인동 길레스토랑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이어졌던 장마기간, 당연히 숭인동길레스토랑은 기나긴 숙면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날도 마찬가지. 오전 다소 뜸하던 빗줄기는 오후가 되더니 오히려 굵어지고…. 토종닭 등을 예약했을 때마다 항상 미리 전화를 해서 진행 상황을 보고해주던 익산떡도 이날은 깜깜 무소식이다. 그렇다고 화자가 먼저 전화를 해서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 전화번호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번 전화왔을 때 번호 입력을 시켜두는 건데…부터 온갖 상념과 회한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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