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봄이 한창인 청계천 둘러보기-2회



봄을 맞이한 청계천 풍경을 취재하고 있다. 지난 주 황학교에서 고산자교에 이어 이번 주엔 고산자교에서 신답철교 지나 하동매실거리까지 다녀왔다.
사무실을 출발 편의점에서 사간 도시락으로 청계천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고, 지난 주 종착지였던 고산자교에 도착하니 오후 1시 12분이다. 간신히 1주일이 지났는데도 날씨와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다소 쌀쌀하던 바람은 어느새 초여름을 연상시키는 훈풍으로 바뀌었고, 햇살 역시 더욱더 따갑게 머리 위를 자극한다. 걷다보니 어느새 등에 땀이 흥건하다. 고산자교 문화광장이 시끌벅적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서울적십자사 조리사봉사 협의회 국수 나눔 잔치’가 열리고 있다.
찔레꽃 군락이 이어진다. 족히 100여 미터는 될 것 같다. 살짝 기대를 했던 찔레꽃은 아직 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덜크덕 덜크덕…. 중앙선 열차가 청계천을 가로질러간다. 용산에서 왕십리, 청량리, 회기를 거쳐 덕소, 양평 그리고 용문이 종착역이다. 양평에 있는 주말농장에 갈 때 가끔 이용하기도 한다. 화물을 실은 기차도 지나다닌다. 전철보다 소리가 더 요란하다.
고산자교에서 살곶이공원이 있는 중랑천 합류부 구간까지는 왜가리, 논병아리, 고방오리, 흰죽지, 백할미새, 넓적부리, 청둥오리, 쇠오리, 비오리, 중대백로 등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고 있어 서울시에서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는 안내판이 서있다.





파란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초가을의 맑은 하늘을 연상케 한다. 건너편으로 마장동 우시장 먹자타운 간판이 보인다. 그 앞엔 마장동 우시장을 상징하는 소 조각상도 있다. 산책로는 한산하다. 덥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소매를 걷어 올린다. 고산자교부터 살곶이 방향으로는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전용도로가 마련돼 있다.
회색의 신답빗물펌프장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앞 둔덕에선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모이를 쪼아먹느라 분주하다. 지나는 사람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 88올림픽 때 평화의 상징으로 풀어놓았다는 비둘기. 지금은 징그러울 정도로 수가 늘어나 유해조류로 지정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람들이 오히려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피해 다녀야 하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
끝없이 펼쳐진 억새 군락지가 나온다. 이곳의 억새는 다 자라면 사람 키보다 더 커진다고 한다. 억새 군락 사이로 오솔길이 나있다. 안타까운 점은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라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모든 걸 콘크리트 공사로 때우려고만 하는 것일까.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때 더 멋지게 다가오는 법인데. 그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저 억새의 생명력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건너편으론 설치돼있는 운동기구를 이용, 열심히 땀을 빼시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배드민턴코트, 농구코트 등 여러 가지 체육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물은 조용히 흐른다. 선선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햇살은 점점 더 뜨거워진다.
사람 키의 3~4배나 돼 보이는 큰 버드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천변에 늘어서있다. 그 옆 조팝나무의 하얀 꽃과 파란하늘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아주 깨끗하고 상큼한 느낌이다.
둔덕 위에선 몇분의 할아버지들이 모여 햇볕을 쪼이며 고스톱 삼매경에 빠져 계신다. 옆에 초록색의 막걸리병도 보인다. 머리가 백발인 몸이 불편한 늙은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운 채 산책 나온 중년의 효자 아저씨가 멋져 보인다. 작년에 심은 벚꽃나무는 열심히 광합성 중이다.
1시 40분, 신답역. 한쪽엔 서울메트로 신답별관이 우뚝 솟아있다. 그 아래 무참히 잘린 커다란 나무의 밑동이 보인다. 잘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흰 속살이 생생하다. 족히 수십 년은 살아왔을 멀쩡한 나무들을 왜 잘라냈을까…울컥 속에서 불덩이 같은 게 치밀어 오른다. 바로 아래엔 벚나무들이 마지막 꽃 몇 개를 간신히 매단 채 힘없이 열을 지어 서 있다. 지난해에 심은 거라고 한다. 참 요상한 광경이다. 수십년간을 끈질기게 살아오며 지나는 이들에게 그늘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던 나무들은 댕강댕강 잘라내고, 바로 아래엔 새로운 나무들을 돈 펑펑 들여 심고…. 4대강이 떠오른다.





신답교.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다리 아래 쓰레기를 줍는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보인다. 아저씨는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이곳의 쓰레기는 상류에서부터 떠내려 온 것들이 많단다.
시원하게 뻗은 대나무 숲이 이어진다. 담양 대나무숲길이라고 쓰여 있다. 대나무의 꼭대기 부분을 사정없이 잘라놨음에도 불구하고 잎을 무성하게 틔운 채 살아있다. 자연의 신비다.
대나무숲길이 끝나고 경남의 하동매실거리가 이어진다. 매화꽃은 떨어진 지 오래고, 바야흐로 매실이 열리기 시작했다. 손톱 만하게 달려있는 작은 매실들이 간신히 눈에 들어온다.
할아버지와 산책 나온 강아지가 귀엽다. 강아지는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며 신나게 돌아다닌다. 이런…영역표시도 빼놓지 않는다.^^; 매실나무마다 거름을 주었나 보다. 나무 아래에 둥그렇게 땅을 판 흔적이 남아있다. 흰나비 한 쌍이 매실향기를 맡으며 유유히 날아다닌다. 앞서가던 강아지는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다. 빨간 옷이 제법 잘 어울린다.





매실나무 군락지 뒤 전철 2호선이 지나는 곳과의 경계선에 교도소를 연상케 하는 우중충하고 높은 담장이 솟아있다. 그나마 담쟁이 넝쿨들이 삭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다리처럼 생긴 육교가 앞을 가로막아서고 그 바로 앞 돌로 된 징검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넌다. 되돌아오는 길,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 전용도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옆 체육시설에선 운동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열심히 건강을 챙기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농구코트에선 어린 남자아이가 혼자 농구를 하고 있다. 폼은 벌써 프로급이다.





세차게 바람이 분다. 위론 웅장한 모습의 고가도로가 지난다. 차들이 덜커덕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를 자극한다. 고가도로를 받치는 거대한 시멘트 기둥을 타고 오른 담쟁이넝쿨이 이제야 슬슬 생명의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이파리들이 마악 피어나고 있다. 삭막한 시멘트기둥을 온몸으로 감싸고 오르는 저 생명의 신비. 경이로운 자연이다. 고가도로 위에선 차들이 굉음을 내지르며 여전히 쌩쌩 달린다. 자전거도로에선 자전거가 쌩쌩 달린다.




따르릉 따르릉…. 어린이 자전거 체험학습장에서 알록달록한 헬멧을 쓴 채 일렬로 쭈욱 늘어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작은 발로 페달을 밟는 아이들. 너무 귀엽다. 하나 둘, 하나 둘…선생님의 구호에 따라 파이팅!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하…너무 멀리 왔나보다. 오늘 내로 사무실에 도착할 수는 있겠지? 발걸음이 무겁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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