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내면 패가망신…어찌 뉴타운인가, ‘망타운’이지!”
“돈 못 내면 패가망신…어찌 뉴타운인가, ‘망타운’이지!”
  • 승인 2011.05.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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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1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히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공안정국’으로 일컬어지는 공안통치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등의 문제 개선을 위해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 문성근 권해효 씨,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이이화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등 17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전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통화위원)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연극 `택시, 택시`에 출연한 김태동 교수


김태동 : 망타운으로 갑시다.

택시기사 : 은평뉴타운은 아는데 망타운이라니요?

김태동 : 주민들에게 돈 많이 번다고 속여서 도장 찍게 만들고, 그 뒤로 입 싹 닦고 돈 더 내라고 하고, 돈 못 내면 쫓겨나고 패가망신하니…. 어찌 뉴타운이냐. 망타운이지!

사회고발극 연극 ‘TAXI, TAXI’(택시, 택시)에서 김태동 교수가 객석에서 무대로 뛰어들며 날리는 대사다.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2002~2006년)을 지낸 경제학 교수가 정장과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연극판, 그것도 소극장 무대에 뛰어들었다. 김태동 교수는 지난 4월 15일부터 화요일, 금요일 밤 공연에 ‘택시 승객’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극중에서 김 교수는 서울 도심재개발·재건축에 대해 그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실제 그는 현재 은평뉴타운에 세들어 살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 재벌과 부동산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경제정의의 실현이 경제의 요체임을 주장해왔다. 다음은 김태동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연극 ‘택시, 택시’에 출연하게 된 까닭은.

▲ 3~4년 전 우연한 기회에 김상수 감독을 알게 됐다. 김 감독이 올해 3월 공연 시작하면서 홍보차 연락을 줬다. 4월에서야 보게 됐다. 연극이 좋더라. 특히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등은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아주 잘 드러난다. 저는 기존에 아고라나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현 정권의 경제 문제 등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잘 맞아 떨어졌다. 김 감독과 오랜만에 만나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눴다. 제가 연극을 잘 모르지만, 무언가 도울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특별출연하게 됐다.

- 어떤 연극인가.

▲ 사회 고발극이다. 주된 줄거리는 두 줄기다. 백혈병에 걸린 딸을 둔 운전수의 얘기, 탤런트 지망생의 비극 등이 큰 줄기다. 탤런트 지망생은 고 장자연 씨를 둘러싼 사태가 연상되는 내용이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불공정한 경쟁질서 하에서 무너져가는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 중간에 용산참사, 구제역 문제 등 권력자들의 언행이 불일치되는 내용도 나온다.

‘택시, 택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채롭다. 일등 기업인 삼성전자도 제대로 안 굴러가고, 어느 정도 얼굴 알려진 탤런트도 자살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외국인들, 한민족이면서 소외된 사람한테도 인간다운 대우를 못하는 우리의 저급한 문화 비판으로까지 나아간다.

연극에서는 이 모든 게 서로 연결돼 있다. 총체적 문제를 짚고 있다. 사실 이게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는 어떤가. 정치 시스템 자체가 비민주적이니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 자체가 저급하니 저급한 문화들도 판을 치고 있다. 진정한 삶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고, 일부에 불과하지만 대학등록금으로 여대생들이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심화돼 온 양극화와도 관련이 깊다. 과거 우리나라가 정말 못 살 때, 일어나던 일들이 요즘 들어 다시 벌어지고 있다.

-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 반도체 소녀가 마지막에 죽으면서 하는 대사다. 고통이 나를 꺾느냐, 내가 고통을 꺾느냐…. 끝까지 삶의 의지를 보이다가 결국 죽는다. SNS, 트위터 등을 통해 다른 분이 이 대사와 관련해 쓴 글도 인상에 남았다. 니체의 말을 인용했더라. “고통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 연극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졌나.

▲ 89년부터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22년째이며 올해가 정년이기도 하다. 대학로를 코앞에 두고도 연극을 손가락에 셀 정도로밖에 보지 못했다. ‘택시, 택시’는 소극장에서 유료로 본 생애 2번째 연극이다. 부끄럽다. 문화에 대해 참 무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극장 앞에서



- 경제와 문화의 상관관계를 얘기한 적이 있다.

▲ 경제가 양극화 되면, 문화도 양극화 된다. 문화가 발전 기준은 사람과 사람 사이 정, 마음, 정신 등이 얼마나 많이 흘렀느냐에 있다. 경제가 양극화 돼 있다면, 즉 물자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흐르지 않는다면, 문화적인 간극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끼리끼리’문화다. 그래서 양극화 되지 않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경제구조가 질 높은 문화를 만든다. 질 높은 문화란 성장도 잘 되고 분배도 잘되는 것이다.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구분할 수 없듯, 경제와 문화도 구분지어선 안 된다. 이는 경제사, 세계사에서 사실 너무 잘 알려진 얘기다.

-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와 문화에 대해 평가하자면.

▲ 대통령이 종교에 대한 관용을 스스로 보였다. 그러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통문화, 영화 등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서편제’의 주인공 오정혜 씨 남편이 청와대에 근무하는가 하면, 실제 문화인들과 자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반면 문화자원은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000년 역사가 있으니 말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실제 한류가 본격화 됐다.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다. 이는 그때도 해결 못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과연 우리 사회, 우리 문화를 어떻게 볼까. 우리나라에 돈 좀 벌겠다고 왔지만 실망만 하고 돌아간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산업재해도 안 되고 보상도 못 받고 자기나라에 간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 장기적으론 그분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이 우리 경제와 문화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우리도 못 살던 시절이 있었다. 서독에 간호원 보냈고 미국에 이민가거나 유학을 갔다. 당시 우리들은 선진국에 가서 절망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한국사회는 굉장히 크게 반성해야 한다.

- 용산참사 등에서 봐왔듯 재개발 정책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큰 골칫거리다.

▲ 뉴타운이라는 게 10개 이하라면, 경제성이 있다. 그런데 서울에만 해도 수십 개, 작은 단위로 하면 300개 가까이 추진되니까 생산성이 없다. 원주민들이 돈을 더 내야 한다. 집 한 채 겨우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몇 억씩 더 내나. 결국 권리 포기하고 그냥 이주비 받고 떠난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수십만명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유럽에는 이런 일이 있었는가.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없었다. 이건 결국 정치인들이 일종의 사기를 친 것이다. 그 중심에 이명박 전 시장과 오세훈 시장이 있다. 2007년 대통령선거, 2008년 국회의원선거가 수도권에서 갈렸다. 현 정부가 제시한 뉴타운 환상에 유권자가 속은 것이다. 이는 결국 현 정부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다. 내년 선거에서 유권자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본다. 수 십 만의 문제가 아니라 1000만명 이상의 문제가 된다. 경제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뉴타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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