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승인 2011.05.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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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뭔 놈의 통닭이 이렇게 흉측하게 생겼다나?

익산떡이 드디어 양은솥의 뚜껑을 연다. 순간 퍼져 나오는 그 진한 향내. 일행들의 눈길이 한꺼번에 익산떡의 손길에 쏠린다. 손 끝에 커다란 집게가 들려 있다. 손이 어느 순간 뿌연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오자 드디어 드러나기 시작하는 오골계의 정체들. 시커멓다.
"저게 뭐야?"
알면서 묻는 얄미운 일행의 호들갑스런 목소리.
그리고 잠시 뒤 익산떡 자기 얼굴 세 배 정도는 될 듯한 크기의 접시에 그 시커먼 놈을 가득 담아 내온다.
"어라? 그런데 뭔 모양이 이렇코롬 흉측스럽다냐?"
화자가 보기에도 그랬다. 흉측했다. 온통 시커먼 색의 그 놈. 이 놈이 정녕 그 오골계더란 말이냐.
"아따, 오골계니께 그렇지…."
명답이다. 익산떡 다운….
익산떡 찬 물 묻힌 맨 손으로 시커먼 두 다리를 잡더니 양쪽으로 쭈욱 찢는다. 배가 갈라진다. 다리가 떨어져 나간다. 정읍 깊은 산 속을 휘저었을 날개도 힘없이 널부러진다. 뼈도, 부산물인 모래집도 온통 시커멓다. 먹물을 뒤집어 씌워 놓은 듯….
너 불쌍한 오골계야…그 숱한 나날 산중을 헤매며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았을 오골계야…그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니.
지금 이처럼 번뜩이는 우리의 눈과 탐욕에 젖은 채 잔뜩 벌어진 입술이 그대의 그런 노력을 처절하게도 보상해줄 터이다.
익산떡이 마음을 알아 챘는 모양이다. 다리 하나가 화자의 조그마한 앞접시에 놓여진다. 다른 일행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일부의 시선은 남은 나머지 하나의 다리에 쏠린다. 미묘한 상황이다. 이럴 땐 서두르는 게 상책. 바로 그 시선들을 위한 깊은 배려다.
그런데 막상 입 안에 넣으려니 왠지 꺼림칙하다. 색깔 때문이다. 생면부지 첫 대면에서 오는 생소함 때문이다.
그래도 우겨 넣는다. 정읍 깊은 산골과, 그 정기를 먹고 자랐을 오골계와, 그 오골계를 알뜰살뜰 키워내신 산골 할아버지와, 그 오골계를 몇시간 동안 애먹어서 잡아온 익산떡 바깥양반과, 비가 오는 데도 레스토랑 문을 열고 약속을 지켜낸 익산떡과, 하루종일 그 오골계와의 첫 대면을 위해 애를 태운 화자 스스로를 위한 용기다. 배려다.
입 안에 넣는다. 왠지 쓴 맛이 날 것 같은 선입견은 순간 사라지고 만다. 글쎄, 이 오묘한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닭이면서도 기름지지 않고, 때문에 느끼함도 전혀 없고…토종닭에서 나는 특유의 쫀득쫀득한 감칠맛도 약간은 느껴지면서…에라이 모르겠다. 금새 한계를 드러내고 마는 이 짧은 세치 혀…. 하여튼 그랬다. 오골계는 이런 맛이다, 라는 단정을 내리진 못하겠다. 아마도 거기엔 오골계와 태생과 자람을 같이한 참옻도 한 몫을 했음이 틀림없을 터….
소주 잔이 기울여진다. 오골계는 금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나머지 다른 일행들이 모여들었다. 나머지 한 마리의 오골계도 다시 그들의 눈을 거쳐, 입 속으로 사라졌다.
아이러니한 건 전부 첫 경험이었다는 것. 그래서 자리는 더욱 빛이 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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