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김덕균/ 글항아리



동양학은 동양에서 여전히 경외시되고 있다. 충(忠), 효(孝),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성(誠), 도(道) 등은 동양학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이지만, 개념으로만 머물 뿐 그 실체를 현실에서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동양학에 대한 낡은 접근 방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몸과 마음, 곧 감성적인 접근으로 풀어가야 할 때와 머리, 곧 이성적인 접근으로 풀어야 할 때를 구분하자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직관이고, 직관의 중심에는 몸과 마음이 있다. 또한 잘 정리된 학문으로서의 동양학에 대한 이미지가 오히려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살아 있는 동양학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해소하자고 말한다. 틀지어진 이론으로서의 동양학이 실제와 따로 가거나 이해가 불가능할 때 대중으로부터 멀어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연구답사 등으로 동아시아 각국을 활보하며 깊이 흡입한 견문을 동양 고전과 연결시켜가며 논의를 전개시킨다. 예를 들어 중국의 ‘삭혀 먹는 문화’와 한국의 ‘비벼 먹는 문화’는 단순히 젓갈류나 발효식품을 좋아하고 비빔밥을 좋아하는 그 나라의 음식문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깊게는 모든 타문화를 끌어들여 오랜 시간 은근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는 중국인의 뿌리 깊은 중화의식과 맞닿아 있고, 그 어떤 종교나 문화적 관습도 특유의 공동체주의로 버무려내는 한국인들의 집단의식과 직결되어 있다.
저자는 말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끊임없이 보살피고 원기를 회복시켜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제사를 지낼 때의 제(祭)라든지, 예의를 차리라고 할 때의 예(禮)와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동양학의 뼈대라고 할 만한 말들의 옛 흔적을 찾아보았다. 고대문화 여행을 통해 개념이 갖는 본래 의미를 찾아 갈라진 종교와 흩어진 대중을 소통시켜보려는 의도에서다.
제목 ‘통쾌한 동양학’에는 동양학을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가 서로 ‘통’했으면 하는 것과, 또 그 과정이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308면/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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