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기예르모 로살레스/ 옮긴이 최유정/ 열린책들

 

주인공 윌리엄 피게라스는 쿠바에서 작가로 활동했고, 젊은 시절 쿠바 혁명에 투신했으나 카스트로의 폭정에 환멸을 느껴 미국으로 이주한 인물이다. 윌리엄은 몸과 마음이 망가져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 지 오래며, 미국의 친척들에게도 찬밥 신세가 되어 사설 보호소인 보딩 홈에 맡겨진다. 그는 그곳에서 쿠바 이민자들의 끔찍한 생활과 미국 사회의 비참한 이면을 목격한다. 미국 사회의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자들이자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채 부유하는 표류자들. 이들의 돈을 착취하는 쿠르벨로 원장, 원장이 없는 사이 보딩 홈의 2인자를 자처하며 강간과 학대를 일삼는 아르세니오, 공산당 정부에 재산을 몰수당한 부르주아 노파 이다, 아무 데나 오줌을 갈기고 젊은이한테 얻어맞으며 생활하는 노인 레예스, 그리고 피자집에서 일하며 스스로를 노예라 부르는 미국인 룸메이트 루이…. 그러던 어느 날 프란시스라는 여자가 보딩 홈에 들어온다. 정신병을 앓는 그녀는 보딩 홈 사람들을 날카로운 스케치로 그려 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윌리엄과 프란시스는 보딩 홈에 자신들 명의로 맡겨진 돈을 찾아 두 사람만의 보금자리를 꾸릴 계획을 세운다. 암담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생기를 띠며 약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의 새 출발은 보딩 홈의 주인인 쿠르벨로 원장의 탐욕과 주위 사람들의 몰이해로 좌절된다. 탈출에 실패하고 정신 병원에 입원했던 윌리엄은 프란시스를 찾으러 다시 보딩 홈에 가지만, 프란시스는 가족의 손에 이끌려 그곳을 떠나고 없다. 그녀는 메모 한 장 없이 그림들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보딩 홈의 요리사가 여느 때처럼 아침밥을 먹으라고 소리치며 소설은 끝난다. 208면/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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