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무라카미 류/ 옮긴이 이영미/ 문학수첩
일본 문학의 거장 무라카미 류가 여리고 소중한 우리 내면을 지키는 방법으로 ‘쉴드(방패)’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는 그림소설 ‘쉴드’로 돌아왔다. 불안과 희망을 함께 품고 사는 우리네에게 가슴 따뜻한 응원을 선사하는 책이다.
‘쉴드’는 두 소년이 성공과 좌절, 다양한 인생 경험을 거쳐 은퇴를 맞을 때까지, 일생을 관통하며 삶의 의미를 물어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소년 시절에, 산에 사는 한 노인으로부터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의 중심에 존재하는 매우 소중하고 여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의 마음 또는 정신은 매우 여려서 상처입기 쉬우므로 어떻게 해서든 지켜나가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부분이 마치 화석처럼 말라버려 감정, 감동, 놀라움, 생각하는 힘 등 이 모든 것들을 잃게 된다.” 그 소중한 것을 지켜주는 것이 ‘쉴드’라고. 하지만 쉴드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던 두 소년은 쉴드를 찾으면서 성장해 나간다.
소설 속 소년들이 살아가는 배경에는 성장과 불황, 출세와 정리해고 등이 그려져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익숙한 풍경들이다. 환한 색감이 인상적인 일러스트는 그림책이 낯설 수 있는 어른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리 모두가 고지마가 될 수 있고 기지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일러스트레이터는 일부러 두 사람의 얼굴은 그리지 않았다. 이 책은 강하게 보이려 애쓰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여린 마음을 지닌 어른들을 위한 응원가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이라 불리는 것의 중심은 너무나 부드럽고 상처받기 쉬워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것을 지키려 애쓰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을 ‘쉴드’라는 말로 상징했다. 두 소년의 일생을 통해 독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여리고 소중한 것을 지켜낼 ‘쉴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56면/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