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되는 ‘최저임금 지키기’ 투쟁

2012년도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을 한달여 앞두고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인 최저임금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턱없이 낮다며 이를 평균임금의 절반 정도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5∼6월 문화제와 선전전을 통해 여론을 환기할 계획이다.
노동자와 고용주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6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의결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액을 확정하면 2012년도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최저임금 위반율, 3곳 중 2곳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은 명동거리에서 잇따라 ‘최저임금 지키기 공동캠페인’ 돌입 기자회견과 최저임금 현실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현재 최저임금은(2011년 적용: 시급 4320원, 월 90만 2880원/209시간 기준)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평균임금 대비 32%, 2008 OECD자료) 수준으로, 도시근로자 가계지출 규모를 전혀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더욱이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려는 사업주와 행정기관의 감독 소홀로 인해 현행 최저임금은 저임금노동자의 생계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편의점의 경우 최저임금법 위반율은 3곳 중 2곳 꼴에 달할 정도로 높으나 솜방망이 수준의 단속과 처벌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저임금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액 결정 시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터넷 등에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사업주와 행정기관의 감독 소홀로 인해 현행 최저임금은 저임금노동자의 생계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부 공식발표만 보더라도 2008년 1만813건, 2009년 1만5625건, 2010년 8025건으로 매년 상당수의 업체들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되고 있으나 처벌받은 건수는 2008년 8건, 2009년 6건, 2010년 3건으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위반업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최저임금, 생활임금은 일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이자 요구”라며 “최저임금·생활임금은 올리고, 살인적인 물가와 등록금은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금노동자의 40%가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햄버거, 자장면 한 그릇 가격도 안되는 최저임금을 인상시켜 저임금 노동자들도 실질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신상재 씨는 낮은 임금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의 심정을 토로했다. 신 씨는 “한 달 동안 꼬박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이 80~90만원”이라며 “그 돈으로 밥 먹고, 방값 내고 나면 등록금 마련은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달라”며 “최저 임금이 실질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한다는 청소노동자 박현자 씨는 “우리야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쳐도 젊은 사람들이 온종일 고생하고 받아가는 대가가 터무니없다”며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먹고 살 만큼은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 땅 살려고 돈 올려달라는 게 아니다”며 “그저 걱정 없이 먹고, 이동하고, 여유가 되면 조금씩이라도 모을 수 있을만큼만 임금을 보장해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밝혔다.
명동거리에서 만난 한 20대의 신입사원 이모 씨는 최저임금 홍보물을 읽은 후 “요즘 햄버거 가격도 5000원, 6000원 가까이 되는데 시간당 4000원 시급은 너무 한 것 아니냐”며 “한 달 꼬박 일하고 받는 90만원 남짓한 돈은 임금 착취”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금 먹고 나온 돈가스 가격이 5000원이었다”며 “사람이 일을 하는데 돈가스 한 그릇 가격도 못 받는 현실은 너무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연봉 개념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직장인 심모 씨는 “사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연봉 개념에 익숙해져 있어서 시급제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 대해 생각을 못해봤다. 다른 이웃들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며 “앞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최저임금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으로는 식사 한 끼 하는 것도 사실 어렵다”며 “지금 동료들과 함께 먹은 삼계탕이 1인당 1만2000원이다. 적어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 시간당 4000원 남짓한 돈을 받아서 생활비로 쓰다보면 일하는 것이 무의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와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 지키기 공동캠페인’ 돌입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012년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약 한 달 동안 ‘신촌 일대 편의점 최저임금 위반 실태조사’와 2011년 최저임금액과 위반 시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최저임금 명함’을 배포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벌 영업이익↑ 노동자 소득↓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최근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2007년 50.1%에서 2010년 46.9%로 크게 낮아지고, 노동소득분배율이 6년 만에 60%이하(59.2%)로 떨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크게 낮아진(평균최저임금 인상률 : 노무현 정부 10.64%→이명박 정부 4.65%) 최저임금 인상률 탓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사회위원회 천웅소 간사는 “올해로 시행 24년차를 맞는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개선하고, 노동시장의 불평등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상승되었으나 여전히 낮고,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려는 사업주와 행정기관의 감독 소홀로 인해 저임금노동자의 생계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현행법에 따라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반영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기준보다는 노사 간의 협상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천 간사는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노동자 보호, 임금격차 해소, 소득재분배라는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선 노동자 평균임금에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며 “또한 최저임금위반 사업장에 대한 단속확대와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일정비율(50%)로 결정하는 상대적 계측방식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잘 산다는 나라 20개국의 정상들이 모였다. 이명박 정권은 세계의 부자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며 “그러나 회의장 건물을 청소하는 분들은 화장실과 어두운 복도 끝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노동자 평균임금의 월 80~90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재벌들은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직접사용자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에는 가재도구까지 압류하고 경매에 넘기고 있다”며 “재벌들은 백주대낮에 야구방망이로 노동자를 짐승처럼 폭행하는 세상이다. 소위 VIP들은 수백억 원의 돈을 빼돌리고 야반도주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돼 버렸다”고 성토했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청소노동자 이외에도 경비업무, 영세사업장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이 곳곳에서 인간적 모멸감과 감독자들의 눈치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최저임금 현실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2011년 상반기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지난 12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8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상반기 총력투쟁 선포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서 경기본부는 “이명박 집권 3년간 부자가마세와 4대강 삽질로 국가부채는 1천600조원에 달하고, 미친 물가, 미친 전세금, 미친 등록금으로 서민경제도 파탄나 가계부채도 이미 900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경기본부는 또 “지난 3년간 30대 재벌의 영업이익은 53조원으로 73%나 급증했으며 벌어들인 이익을 일자리창출이나 투자에 쓰지 않고 현금으로 쌓아두는 사내유보금은 1200%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하고 이에 반해 “같은 시기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은 3년 연속 하락했고, 비정규직은 85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 진영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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