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한편의 영화> ‘회초리’를 보고



‘두열’은 한때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만큼 실력 있는 권투선수였으나 큰 부상을 당한 뒤 아내도 잃고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되는 대로 살다 마지막 기회로 학당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 ‘송이’는 알고 ‘두열’은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송이’가 ‘두열’이 잃어버린 딸이라는 것! ‘두열’은 ‘송이’가 자신의 딸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사사건건 ‘송이’와 부딪히며 문제만 일으킨다. ‘두열’의 행동에 크게 실망한 ‘송이’가 마음의 문을 닫을 때쯤, 뒤늦게 ‘두열’도 ‘송이’가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다. 지금이라도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두열’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큰만큼 상처도 깊은 ‘송이’. 그러나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에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너무 짧기만 한데…
시작한 지 약 5분 뒤부터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워낙 기자가 눈물이 많긴 하지만 어린 주인공 ‘송이’역을 맡은 진지희의 연기력에 완전히 몰입된 것 같았다. 진지희는 정말 ‘천재 아역 배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을 뽐냈다. 그는 어린 나이지만 누구보다도 야무지고 똑똑한 딸 ‘송이’로 완벽하게 분했다. ‘송이’는 아버지 ‘두열’의 거칠었던 삶을 이해하고 점차 마음을 열게 되는데, 진지희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해 ‘송이’의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가 제대로 표현됐다. 그는 많은 감정변화에서부터 표정연기 하나하나까지 어른 배우 못지않은 멋진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미 드라마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빵꾸똥꾸’ 열풍을 일으킨 적 있으나 대단한 연기력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회초리’에서 진지희는 제 물을 만난 양 끝내주는 연기를 보여줬다.
안내상은 전직 세계 챔피언 권투선수이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철없는 ‘두열’을 맡았다. ‘두열’은 뒤늦게 ‘송이’가 자신의 딸임을 깨닫고 애틋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딸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지 못했던 ‘두열’의 때늦은 후회는 많은 관객들을 안타까움과 함께 눈물의 바다로 빠져들게 했다. ‘두열’의 절절한 부성애를 폭발적으로 표현한 안내상의 연기력 또한 흡입력이 있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영화의 내용이 이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해 다소 미흡하다는 점이다. 뻔한 스토리와 약간은 유치할 법한 전개들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게 하는 요인이다. 또 서당자리를 뺏으려는 깡패의 등장은 스토리 전개와 맞지 않게 어색하고 뜬금없어 보였다. 비극적인 부분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건을 설정한 것 같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론 괜찮은 영화인 것 같다. 보는 내내 상영관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겨우겨우 눈물을 닦고 영화에 집중하면 곧바로 다시 눈물이 터지게 한다. 부실한 내용 역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때문에 넘어가줄만 했다. 가족 영화이기 때문에 약간의 유치한 내용은 너그럽게 용서가 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다가오는 여름, 시원하게 눈물 터지게 하는 가슴 따뜻한 영화 ‘회초리’ 추천한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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