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유종호/ 현대문학

 2009년 출간된 ‘그 겨울 그리고 가을’이 1951년 당시 17세였던 저자의 6ㆍ25 동란기를 담고 있다면, 이번 비평에세이는 그 이후의 삶을 다루고 있다. 1950년대 대학가의 풍경과 수강경험, 꾸준히 논의되었던 문학의 표절과 모작 문제, 노년이 되어 삶의 현장에서 느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등이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귀중한 증언의 역사로 기록되어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선으로, 자못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개인의 역사를 드라마틱한 전개와 긴장감을 통해 과거를 우리 앞으로 소환하여 독자들에게 생생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한국문학 평단의 거목으로 지금도 꾸준히 저력을 과시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저자의 체험이 밑바탕이 되어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문학작품보다 더 큰 감동과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젊은 세대들이 알지 못한, 또는 기성세대들에게도 흐릿하게 지워져 있던 낯선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상기하고 기억하게 함으로써 그 소중한 진실을 진정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지난 회상에세이 시리즈가 불과 50여 년 전의 수통스럽기까지 했던 가족과 개인사, 나아가 당시 세대들이 겪어야 했던 수모와 아픔을 조심스럽게, 때로는 불편하게 드러냈다면, 이번 비평에세이는 시대적 체험을 공유시키는 체험기로써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독자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삶을 재인식 혹은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적 욕구에 불타오르던 대학생활과 원시적인 관성에 젖은 미비했던 교육에 대한 청년기의 비평의식까지도 함께 녹여놓은 이 책은, 풍요와 빈곤이 뒤섞인 시대의 우울을 대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지침서가 될 것이며, 또한 암울한 시대에도 삶의 의미와 소명의식을 찾아내고자 했던 저자의 고연한 자세를 통해 진정한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356면/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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