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이마에 패인 주름살이, 투박해진 손이 사랑스럽다
아내의 이마에 패인 주름살이, 투박해진 손이 사랑스럽다
  • 승인 2011.06.30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여름 한낮의 단상

진안 5일장에서

여름이 몸을 잡는다. 기력을 떨어지게 하고 나른하게 만든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반항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나도 모르게 자꾸 행동이 느려지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어진다. 움직일 때마다 비실비실 나오는 땀도 귀찮은 존재다.



무기력해지는 몸을 떨쳐버리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마땅히 갈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그 때 스치는 생각, 바로 진안 5일장이다.



5일장에 가면 아무래도 활기가 넘치리라. 시골의 5일장에는 아련한 추억이 담겨 있다. 어머니는 장날이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장에 가셨다. 그동안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두었다가 장이 서면 꼭 가서 구입을 하신 것이다. 어머니가 장에 다녀오는 날은 잔칫날이었다. 그렇게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먹을 것이 있어 좋았고, 운이 좋으면 새 옷도 얻어 입을 수 있었다. 그러니 5일장은 기다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안 5일장. 농번기 때라 그런지 장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름 햇살은 어찌나 극성을 부리는지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다. 시장 지붕엔 여름 햇살을 막기 위하여 차일을 쳐놓았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한가한 시장에는 여름 햇살만이 따갑고 기대하였던 활기는 찾을 수조차 없다.



한가로운 상인들의 모습을 보다보니 문득 함께 할 수 있는 동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험한 길, 혼자 가는 것은 아무래도 쓸쓸하다. 쓸쓸함이 깊어지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외로운 인생길에서 쓸쓸함을 달래줄 수 있는 동행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행 하나 없이 걸어가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외로운 길이 되지 않겠는가?



문득 곁에 있는 아내가 고맙게 느껴진다. 어디를 가든, 나와 함께 해주는 이가 바로 아내다. 때론 갈등도, 다툼도 있었지만 평생을 함께 해주었고 또 앞으로도 함께 해줄 영원한 동행이자 유일한 동행이다. 아내의 이마에 패인 주름살이 사랑스럽다. 아내의 투박해진 손이 사랑스럽다. 항상 건강하길, 그래서 영원히 나와 함께 해주길 새삼 기도해본다. 뜨거운 여름날, 진안 5일장에서 느낀 단상이다.




고혹적인 빨간 장미

빨간 장미가 손짓하고 있다. 언제 저리도 곱게 피어났을까? 고운 향으로 유혹하고 있다. 아파트 담장에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름 햇볕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다. 넘치는 자외선을 주체할 길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포착된 장미는 신선하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하게 된다.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온통 빨강 한 가지 색깔이다. 어디 하나 다른 색깔을 찾을 수 없다. 조금도 빈틈이 없다. 온통 붉은 색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꽃에서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빨간 색깔과 함께 분홍색도 배어 있고 주황색도 배어 있다면 훨씬 더 부드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온통 빨간 색뿐이니,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한 가지 색깔로만 이루어져 있어 완벽함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어머니는 꽃을 참 좋아하셨다. 울밑에 봉선화를 심어 가꾸기도 하셨고 처마 밑에 채송화를 심기도 하셨다. 정성을 다하여 심고 가꾸면 그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꽃을 피워냈다. 그 바쁜 와중에도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생생하다. 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랑을 쏟은 만큼 되돌려주었다. 정성을 다하면 더욱 더 탐스러운 꽃을 피워냈다.

어머니의 정성은 시들고 있던 꽃들을 되살려 놓았다. 꽃들의 상태를 보면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꽃을 그렇게 사랑하시던 어머니가 바빠서 화단을 제대로 가꾸지 못하였다. 왜 그 때에는 알지 못하였을까? 어머니의 마음을 알았다면 어머니 대신 화단을 잘 돌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알지 못하였다. 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였다.



아파트의 빨간 장미를 바라보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머니의 꽃 사랑이 새삼스러워진다.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만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기심에 젖어 있던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헤아리지 못하였다. 욕심 채우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지만,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저 빨간 장미를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다.

진정한 휴식이란

연이틀 동안 쉬는 날이다. 이번엔 진짜 마음 편하게 쉬고 싶다. 마음은 날아갈 것 같다. 그런데 정작 휴식을 취할 수 없다. 머릿속에서는 별스런 생각들이 겹쳐지고, 복잡한 머리만큼이나 편하게 쉴 수가 없다. 얼마 전에도 3일 연휴였었다.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하였지만 몸과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뭔가 분명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무엇이 잘못인지 알 수가 없다.

아파트 화단의 철쭉 동산에 꽃이 피었다. 주황색 꽃을 비롯 빨간색 꽃 하얀색 꽃 등이 다양하게 피어 있다. 철쭉꽃이 피어있을 시기는 지났다. 그런데 올해에는 유독 봄이 추웠기 때문인지 아직도 드문드문 피어 있는 모습이다. 초록 이파리와 어우러져 피어있는 철쭉꽃을 바라보며 충분히 쉬었음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서로 키득거리면서 웃고 있다. 웃음소리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얼마나 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쉬느냐가 문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쉬어도 바르게 쉬지 못하면 쉬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과 휴식은 개념상으로는 분명하고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휴식을 취하게 되면 그 경계선이 아주 애매하여 알 수가 없다. 일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흥얼거리면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쉬는 것 같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 바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휴식을 말한다. 무엇을 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느냐가 관건이다. 회복시키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잠깐 동안 멈추는 것이다. 하던 일을 멈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야 호흡을 멈추는 것까지 포함한다. 멈추지 않고는 회복시킬 수 없다. 멈추어야 회복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회복의 시작점을 찾았다면 다음으로는 씻어내야 한다. 지친 몸을 편안하게 씻어내야 하고 지친 영혼을 편안하게 씻어내야 한다.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야 하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몸과 마음을 맑고 쇄락하게 풀어주었을 때에야 진정한 휴식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아무리 편안하게 보이는 휴식이라 하여도 주관적인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참 휴식이 아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로 피어 있는 철쭉 동산의 꽃을 보면서 시간이 많다고 하여 휴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휴식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결코 아름다운 삶일 수는 없다. 일상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휴식을 통해 회복시켜가면서 살아가는 삶이 아름답다. 지친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휴식을 취하자. <춘성 정기상 님은 전북 완주 가천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