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황석영/ 문학동네



작가는 늘 우리 곁에 있으되 우리가 잊고 사는 그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이 마지막으로 가 닿은 그곳. ‘작가의 말’에 표제의 의미가 곡진히 밝혀져 있듯이, 이 소설의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낯익은 세상’에서 작가의 손길은 그의 어떤 최근작보다도 뼈아프다. 시간적으로 더 먼 실화를 질료로 하고 있으나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전사(前史)가 아니라, 당면한 현재로서 그리고 다가올 미래로서 존재한다.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읽어내는 거장의 통찰력은, 안으로는 “삼백오십만이 넘는 생명들이 우리가 사는 땅에서 생매장”을 당하고 밖으로는 후쿠시마의 원전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를 냉엄하게 심문한다. 인간이 겪고 있고 또 겪어야 할 고통은, 오로지 더 많이 쓰려 하는 바로 그들의 욕망이 직조해낸 것이 아닌가. 작가는 쓴다. “내가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작가 황석영은 소설의 무대로 삼은 쓰레기장을, 오로지 동물적인 생존만이 지배하는 비참한 막장으로 그리지 않는다. 물론 거기에는 ‘지상의 삶’과 비교할 수조차 없이 비루한 현실이 존재한다. 아무도 ‘정을 주지 않았기에’ 폐기된 것들 속에는, 폐기된 인간들도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제각각의 연유로 섬에까지 흘러들어온 그곳의 사람들은 가까이 할 수 없는 괴물로서만 그려지지 않는다. 한 소년의 때묻지 않은 눈을 빌려, 작가는 그들 역시 고귀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236면/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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