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짬뽕 좋아하시는 정 많은 할머니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엔 많은 사람들이 온다. 근처에 두 개의 길레스토랑이 더 있지만 유독 익산떡네는 사람들로 붐빈다. 아마 익산떡 음식 솜씨가 좋아서이기도 할 거고 또 위치 때문이기도 할 거다. 다른 길레스토랑들이 큰 도로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반면 익산떡네는 동네 안쪽으로 파고 들어있는 것이다.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사거리 한 귀퉁이다.
익산떡네에 오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그냥 오는 사람들이다. 술과 안주를 먹으러 오는 게 아니고 그냥 지나다 잠깐 들러서 얼굴 인사나 하고 가는 사람들이다. 그럴 때마다 익산떡의 만만치 않은 수다를 경험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손님, 고객들이다. 술과 안주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다.
그중 유독 자주 이곳을 찾는 사람이 있다. 작은 키, 얼굴엔 항상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 할머니 한 분이다. 연세도 족히 일흔은 넘어 보인다. 이 할머니 굉장히 낙천적이다. 항상 보는 사람들의 기분까지 유쾌하게 만든다.
할머니를 처음 본 건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을 처음 방문했을 때다. 그리고 줄곧 보아왔다. 이 할머니는 근처에 사신다. 일터도 근처에 있다. 익산떡에게 물으니 벌써 몇 년째 한 빌딩의 청소를 맡아 하고 계시단다. 할아버지, 그러니까 할머니의 남편 분도 비슷한 일을 하신다고 한다.
할머니는 일이 끝나면 꼭 이 길레스토랑으로 퇴근한다. 집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꼭 이곳을 들렀다 가시는 것이다. 때론 한참을 머물며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익산떡과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저녁 식사를 이곳에서 하는 일도 많다. 그럴 때마다 메뉴는 한가지다.
짬뽕이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익산떡 손전화로 전화를 건다.
"어이, 김실장 나여…여기 짬뽕 특별하게 해서 하나 보내줘잉."
김실장은 중국요리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왜 `실장`이라고 부르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얘기한다.
"형님, 짬뽕 시켰응게 드시고 가시요잉."
잠시뒤 짬뽕이 배달된다. `특별하게` 부탁을 해서인지, 양이 많다. 익산떡과 할머니 사이좋게 나눠서 드신다. 때로 화자도 한젓가락 쯤 얻어먹는 행운을 누리는 일도 있다. 아주 운이 좋은 날이다.
할머니는 굉장히 건강하신 편이다. 부지런하신 편이다. 익산떡네 김치 담그는 일은 항상 할머니가 도맡아 하신다. 물론 익산떡과 함께다.
그런 할머니가 요즘 몸이 불편하시다. 관절이 좋지 않은 것이다. 몇 달 전엔 수술까지 받으셨다. 무릎 관절이다. 항상 무릎에 붕대를 칭칭 동여매고 다니신다. 다리도 조금씩 절룩거리신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일을 계속 하신다. 쉬지 않고 일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할머니의 가족사다. 익산떡이 전해 준 것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그리고 손자와 함께 사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불편한 몸에도 일을 계속하는 건 바로 함께 사는 손자 때문이란다. 손자와 함께 사는 사연은 모른다.
단지 화자가 알고 있는 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이 손자의 학비를 대주고 있다는 것 밖엔…. 손자는 대학에 다니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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