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마음’





집에서 만들면 거리 포장마차 같은 어묵 맛이 나지 않는다는
갸우뚱에 공감하는 이들, 많습니다.
그게 단순히 기분이나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네요.

요리 전문가에 의하면 결정적 이유는 시간에 있습니다.
어묵은 은근한 불에 오래 익혀야 제 맛이 나는데
집에서는 30분가량이면 먹을 수 있도록 센 불에 빨리 익히니까
그 맛이 안 난다는 거지요.

때로 시간이라는 변수는
다른 모든 요소들을 압도할 만큼 강력하고 결정적입니다.
아직 아침이 되지 않았는데 태양을 솟아오르게 하는 묘수,
절대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직 때가 아닌 일에서
스스로를 닦달하고 조바심내는 일, 어리석습니다.
자신을 생채기 내거나 손가락질하지 않고
아직 때가 아니겠거니 느긋하면 됩니다.
그건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따위의
얄팍한 임기응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까요.

강제로 태양을 솟구치게 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자신을 잘 보듬고 격려하고 애정하면 둥근 해 뜨는 아침,
저절로 옵니다.
아침이 왔는데도 태양을 떠오르게 하지 않을 묘수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정도는 다 알지 않나요.^^

아직 때가 되지 않아 물이 오르지 않은 모든 이에게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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