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내려와 돼지고기 삶아놓을 테니까 막걸리 한 사발 해야제"

어라…왠 포장이 아직도 쳐 있지? 바람이 분다. 눈이 날린다. 토요일 아침 출근 시간. 올해 들어와서 처음 보는 눈. 즐길 시간도 없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익산떡네 길레스토랑 포장이 아직도 쳐진 채다. 새벽 4시면 문을 닫는데…. 무슨 일 있나? 하지만 생각 뿐….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 빨리 빨리 사무실에 들어가야 한다.
낮…. 포장은 여전히 그대로다. 무슨 일 있나?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출근길. 포장은 여전히 그대로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신문사로 출근,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진짜 무슨 일 있나?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전화를 건다. `야이 야이 야이 야야, 인생은 슬픔을 주고…` 익산떡 손전화 컬러링 소리가 흥겹다. 트로트다. 제목은 모른다.
"네에…."
이번엔 받는다.
"아니 포장 쳐놓고 뭐하는 거래요?"
"어, 정국장(익산떡은 그렇게 부른다) 주려고 김장하고 있지…."
그렇군. 예상은 했었는데…. 요즘 자주 들르질 못했다. 바쁜 탓이다. 익산떡도 바빴다. 자살한 형부 일 때문이다.
이틀 동안 김장을 했단다. 금요일 저녁 김장거리를 손질하다가, 길레스토랑 문을 연뒤 새벽에 장사 끝내고 다시 김장거리 손질. 토요일 낮동안에도 내내 김장거리 손질. 다시 저녁에 길레스토랑 문을 연뒤, 새벽에 장사 끝내고 다시 김장에 돌입.
오전에 전화를 받지 못한 건 짬을 내 잠깐 근처에 있는 찜질방에 들렀던 것이다.
"무슨 김장을 2-3일씩이나 한데요?"
"정국장 주려고 많이 하니까 그렇지…."
말된다. 물었더니 200포기 한댄다. 정국장네 집은 올 겨울엔 아예 김장하지도 않았는데…. 장모님 덕분이다. 지난해 동참했었다. 그때는 장모님이 올라와서 `주도적으로` 해주셨는데 화자도 한 자리 끼어들 수 있었다. 20포기. 그래도 엄청 힘들었다. 화자가 한 것이라 봤자 배추에 속 넣어 버무리는 것, 그리고 푹 삶아진 돼지고기에 빠알갛게 양념된 김장속을 싸서 아주 맛나게 먹어준 일밖엔 없는데도 말이다.
익산떡 처음엔 혼자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 많은 걸 어떻게 혼자서?? 웃음보 터진다.
"아니, 도와주는 사람들 많이 있제!!"
예상했던 바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마당발 익산떡의 진가는 김장 때마다 여실히 드러난다.
침이 꼴딱 넘어간다. 게다가 익산떡네 김장김치 엄청 맛나다. 다른 집과 재료부터 좀 차이가 난다. 몇 번 얘기 들었는데 기억 나는 건 하나다. 갈치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갈치가 많이 나는 바닷가에 사는 친구에게 매년 특별히 주문 배달시키는….
"일요일날, 왜 출근을 했어…내려와, 돼지고기 삶아놓을 테니까, 막걸리 한 사발 해야제…."
망설여진다. 돼지고기 보쌈에 막걸리라. 그런데 할 일은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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