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정여울/ 홍익출판사




호메로스에서 스마트폰까지……
문화의 진화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동안 우리는 과연 행복해졌을까?
인문학자의 굴레를 넘어 세상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이는 평론가, 정여울! 그녀는 우리가 너무나 쉽게 향유하고 있기에 가치를 잊기 쉬운 미디어를 다시 파헤쳐 문화적, 인류학적, 사회적 화두를 이끌어냈다
‘친구들이 나 빼고 약속을 잡았다. 나는 왜 안 불렀냐고 따졌더니 카톡에서 잡고는 따로 연락하는 걸 까먹었단다. 서럽다.’레스토랑에 갔는데 어플을 다운받으면 할인쿠폰을 쓸 수 있단다. 왠지 억울하다. 스마트폰을 사야할 것 같다. 근데 이거 사면 진짜 좋을까?’
‘사람들과 같이 밥 먹을 때 대화에 끼려고 인기 드라마를 봤다. 깔깔대며 재밌게 보기는 했다.
근데 좀 유치하기도 하고, 막장 설정이 지난번에 본 거랑 비슷하기도 하고……. 도대체 왜 이런 게 매번 시청률 1위지?’
대세를 적당히 따르며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걸그룹 노래도 들어보고…… 각종 문화란 문화는 다 누리고 있다. 컴퓨터나 TV 없이는 심심해 죽겠는 걸 보면 ‘미디어 중독’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이게 진짜 좋은 건지, 이게 정말 내 취향인지 회의가 들 때가 있다. 누군가 “이 빠르게 변하는 문화들 속에서 ‘너에게 진짜 가치 있는 것’은 뭐냐”고 물으면 대답할 자신이 없다. 이제는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고, 색다른 시각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흔해빠진 미디어 속에서 인문학적 가치를 캐치하는 정여울의 날카로운 시선! 문화 콘텐츠의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인 저자는 스치고 지나가는 문화도 분명 우리의 정서를 변화시킨다고 믿고,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기서 우리네 사랑이 보이고, 외로움이 보이고, 번민이 보이고, 인생이 보였다. 한 항공사의 퍼스트 클래스 광고에서, 스마트폰으로 연애질 하고 있는 커플에게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비밀을 폭로하는 연예인에게서, 침범하지 못할 고독을 표현하는 여배우의 담배 연기에서, 혼자 들어간 식당에서 주인이 던진 “혼자 오셨어요?” 하는 질문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아낸 것이다.
독자들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도 ‘왠지 이건 아닌데……’ 했던 찜찜한 부분을 고르고 고른 단어와 갈고 닦은 문장들로 긁어주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다.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과 부드러운 공감으로 때로는 현란한 트렌드를 좇느라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뒷모습에 대해 콕 하고 꼬집고, 때로는 혼자 방안에 처박혀 있는 날 외로운 자신을 품어줄 콘텐츠에 대해 얘기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이 책은 분명 현재를 담고 있지만 독자의 개인적 사유와 어우러진다면 두고두고 곱씹어볼 거리들로 가득할 것이다. 320면/ 값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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