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150만원도 안되는 월급으로 두 아들 대학교까지

사실 길레스토랑이 있는 이곳 숭인동 일대는 전에도 얘기했듯 참 복잡한 동네다. 환경은 굉장히 열악하다. 이전엔 청계천 서민들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삼일아파트가 있던 곳이기도 하고, 원단을 파는 가게들에,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모텔들, 그리고 온갖 식당들까지…. 거기다 두 개의 경마장 장외발매소는 이런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각종 성인오락실이 가장 먼저 들어선 곳 중의 하나도 이곳이다. 게다가 최근엔 재개발 열풍까지 불어닥치면서 거대한 주상복합 건물 등이 어색한 위용을 뽐내며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다. 복계된 청계천이 흐르고 그 건너편 역시 재개발로 신음을 앓고 있다. 국내 굴지의 재벌회사에서 건설하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고공크레인은 숫자를 세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채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흉물같은 삼일아파트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시대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존재하는 곳인 것이다.
바로 옆 동묘 부근도 말할 나위가 없다. 그곳은 기존 청계천변을 채우고 있던 벼룩시장들이 몰려와 매일 오후만 되면 대성황을 이룬다.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의류부터 시작해서,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까지 온갖 중고물품들이 거리를 메우고, 또 그것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온갖 쓰레기가 난무하는 건 물론이다. 대낮에도 골목길은 식당과 공사현장 등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쓰레기와 부산물들로 질퍽거린다.
"돈은 많이 버세요?"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날 용기 내서 물어봤다.
"많이 벌긴…그냥 쓸 만큼 벌어요."
`쓸 만큼?` 그래 돈이란 건 많아도 탈, 적어도 탈이다. 가장 적절한 건 말 그대로 `쓸 만큼` 버는 것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불행하게도 화자는 아직 `쓸 만큼`의 기준을 잘 모른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쓸 만큼이라고 하면 얼마나 되는데요?"
"아이, 반장님이셔…높은 양반이니께 많이 버시겄지!!"
익산떡 `한 방` 날린다. 하지만 화자는 안다. 익산떡이 그 속내를 알고 있을 것이란 걸….
"아이, 월급쟁이가 다 똑같지요 뭘…. 많이 못벌어요. 그냥 먹고 살만큼 버는 거지."
`오빠`는 대답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잠시 뒤 작심한 듯 얘기한다.
"한 150 받아요."
150? 150만원? 그런데 이것저것 빼고 나면 140만원이 약간 넘는 댄다. 이건 익산떡의 첨언이다. 남의 집 월급 명세서까지 훤히 꿰고 있는 익산떡이다. 하긴 `오빠`니까….
익산떡, 입 열렸다.
"근디, 그걸로 두 아들 대학 다 갈치고 그러고 있쟤…."
"그럼 부인이 같이 버시는 거 아닌가요?"
"아니여…."
익산떡, 이쯤되면 대변인이다. `오빠`는 그저 멋쩍은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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