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같은 직업에 같은 옷 입고 일해도 격이 달라?

14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 대학생 둘을 가르친다고? 그것도 부인이 따로 버는 것도 아닌데….
"아이, 그것도 올라서 그 정도제…. 얼마 전까진 그것보다도 한참 적었어."
익산떡 한 번 열린 입, 닫혀질 줄 모른다. `오빠`는 그저 익산떡 입만 바라보고 있다. 가끔 한번씩 끼어들려다가도 익산떡의 위세에 눌려 슬그머니 빠지고 만다.
그나마 한마디씩 할 수 있는 건 익산떡의 `태평양보다 넓은` 아량 덕분이다.
"전번까진 120 얼만가 받았제?"하고 쳐다보면 마지못해 `응…` 하는 식이다.
익산떡 기억력도 좋다.
"그런데 대학생 두 명 가르치면서 생활이 되나요?"
우문이다. 이전에도 썼듯 돈이란 건 얼마나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는데…. 그래도 그렇지, 현실은 현실인데….
"뭐, 그럭저럭…."
이쯤되면 대부분 알아채셨을 것이다. `오빠`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그 환경미화원이 아니다. 최근들어 환경미화원들이 언론지상을 자주 장식하곤 하는데, 이유는 채용과정 때문이다. 기존까지만 해도 일종의 3D 직종으로 여겨져 기피대상이 됐던 이 직업에 고학력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응시하는 일도 종종 있다는데…. 직업의 귀천이 사라졌다는 면에선 분명 기분좋은 일이고, 그만큼 심각한 취업의 현실을 떠올렸을 땐 씁쓸하기만 한 일이다. 물론 이렇게 지원자들이 몰려드는데는 달라진 대우가 큰 이유로 작용을 할 것이다. 각 지자체 등에서 뽑는 환경미화원들에겐 공무원들에 준하는 대우가 보장된다고 하니….
"아니, 그 사람들이야 먹고 살만하제…."
얼핏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 본전도 못찾았다. 익산떡 바로 못박는 소리 나온 것이다.
`오빠`는 그러니까,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이 아니다. 용역회사 소속인 것이다. 각 구청에서 직접 환경미화원을 뽑기도 하지만, 그 숫자는 턱없이 적단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용역회사에서 맡아서 하고 있단다.
물론 구청 등 각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과 용역회사 소속 환경미화원들의 대우 등 복지문제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막말로 같은 환경미화원 소리를 듣고, 또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도 `격`이 다른 셈이다. 갑자기 요즘 한창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이 떠오르는 건….
`오빠`가 출근하는 시간은 보통 오후 5시경. 일이 끝나는 시간은 자정에서 늦으면 새벽 1-2시경. 보통 8시간 정도를 일하는 것이다.
"저녁에 술 한잔씩도 못하시겠네요?"
"술은 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 끝내고 술 한 잔씩 하다보면 대중교통은 다 끊기고 말텐데. 그 월급으로 심야택시를 이용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일테고.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들렀다가 한 잔씩들 하고 가는 날도 있제…."
익산떡 또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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