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남들 자는 새벽, 빗자루 들 때 나만의 행복은 시작됩니다!!

남들이 곤히 자는 새벽 눈 비비고
빗자루를 들 때  나만의 행복은 시작됩니다.
온갖 해충이 들끓고 악취가 풍겨도 나는 행복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수고하십니다, 할 때도 역시 행복합니다.
길을 찾아 헤매는 분들께
길 안내 해줄 때도 마냥 행복합니다.
남들이 잃어버린 분실물 주워서 돌려줄 때
가슴 뿌듯하며 행복합니다.
토끼 같은 우리 두 아이가 아빠 수고하셨어요!
할 때 더더욱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들 길에다 휴지 안버리고
집으로 가지고 올 때도 행복합니다.
뒤치다꺼리 해주는 내  아내의 여보! 많이 힘들지? 할때
아니 뭘! 하고 대답할 때도 역시 행복합니다.
팔순 넘으신 어머님의 아범아! 직업에는 귀천이 없어!
하실 때 행복합니다.
그러나∼
한참 청소하고 있을 때 담배꽁초 휘∼이∼익 버릴 때 밉습니다.
기껏 청소하고 뒤돌아 봤을 때 마냥 그대로인
쓰레기가 또한 밉습니다.
왜 담배꽁초 버리세요? 하면 당신들 월급 받으며
하는 일이 뭐요! 할 때 더더욱 밉습니다.
어린아이 말 안듣는다고 바로 면전에서
너도! 말 안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청소나 해야 돼!
할 때 한없이 밉습니다.

이 시는 김병옥님이 쓴 것입니다. 김병옥님은 환경미화원입니다. 요즘 소개해드리고 있는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에 자주 들르는 `오빠`와 같은 경우이지요. 우연히 한 사이트에서 님의 시를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와 지지난주 2주 연속 익산떡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렸던 `오빠`의 직업에 대해서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알아보니 한경미화원들 실정 아직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합니다. 직업 귀천 없다구요? 그래서 박사 출신 지원자들이 몰린다구요? 일부의 얘기입니다. 아직까지 다수의 환경미화원들은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합니다. 아직까지 다수의 환경미화원들은 말 안듣는 어린아이 앞에서 "너도 말 안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청소나 해야 돼"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구청 등에서 근무하는 다소 `격`이 다른 환경미화원들이나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의 `오빠`는 그래도 좀 사정이 나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업체에 고용돼 일하는 여성환경미화원들의 경우는 월급이 60-70만원에 불과한 경우가 대다수라는 군요. 뭐, 까짓거 월급이야 전에도 얘기했지만 적게 받으면 적게 쓰면 될 일입니다.
바로 도처에 깔린 위험들입니다. 지난 10일 새벽 전남 광주시 우산동에선 환경미화원 두명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하는 군요. 가해차량 운전자는 만취상태였습니다.
사망사건도 자주 일어납니다. 지난 12월 부천역에서 청소용역 미화원으로 입사한 전용숙씨. 입사한 지 채 한달도 안된 전씨는 혼자 사는 처지였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맞은 그녀의 생일, 그녀는 19일 특별휴무를 신청했습니다. 특별한 만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생일에는 세 살 때 헤어진 딸과 오랜 세월 끝에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딸과의 조우를 기다리며 계획을 짰습니다. 밥도 같이 먹고, 미용실 가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해야지…. 하지만 운명은 그녀에게 이마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글쓴이: 정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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