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 그림으로 읽는 마음’




수영을 배우던 한 젊은 여성이 어느 날 수영장에 갔다가
더할 수 없이 당황스러운 경우에 처했답니다.
세상에나!
수영모만 쓰고 수영복 입는 것은 깜빡한 채 수영장으로
걸어 나왔다지 뭐예요. 그 뒤는…상상에 맡깁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건 해당 수영장의 얼마후 조치입니다.
수영장으로 향하는 탈의실 입구에 도저히 피해 갈 수 없는
커다란 전신 거울을 부착했다네요.
수영모만 쓰고 수영장으로 걸어 나가는 사람 없어지라구요.^^

계몽질 가득한 경고문이나 뒷담화 형식의 구전(口傳)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산뜻한 지혜로 티 나지 않게 사람을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게는.

삶의 한 모퉁이에서는 특히 감정의 영역에서는
그런 식의 배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내가 견딜 수 없이 힘겹고 슬플 때 티 나지 않게 감싸고
다독여 줄 엄마성 있는 사람, 한 명쯤은 다 있으시지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배려를 한 기억이 있다면
당연히 있으실 거예요.
그런 속 깊은 배려는 수묵화처럼 주위에 번지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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