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 가스 등 발암 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있어”
“노동자들, 가스 등 발암 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있어”
  • 승인 2011.09.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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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지킴이’ 공유정옥 산업의학전문의-1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 환경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 문성근 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등 20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공유정옥 산업의학전문의와 그 시간을 가졌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나요?”
물론 적은 나이가 아니다. 다만 의사라는 편한(?) 길을 두고 ‘야전’에 뛰어든 공유정옥 전문의에겐 누구나 이런 궁금증을 가진다. 공유 전문의는 “부모님은 뭐하고 돌아다니는지 잘 모른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현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으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희생당한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투쟁 현장과 법정엔 늘 그가 있었다.
반올림은 노동조합·정당·시민단체 및 일반시민으로 구성됐다. ‘삼성 백혈병 사건’을 알리고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모으는 역할을 했다. 2007년 출범 때부터 공유 전문의는 반올림과 함께 했다. 반올림 활동 이전에는 노동강도 강화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 등 노동자 건강과 노동환경의 문제를 다뤄왔다. 이러한 활동으로 그는 지난해 미국 공중보건학회 국제안전보건상 국제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뤄냈다.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것. 공유 전문의는 “피해 노동자와 가족들, 제보자들, 전문가들, 반올림 활동가들 등 많은 분들이 긴 시간을 함께 견뎌왔기 때문에 가능한 승리였다”고 말했다.
“처음엔 한명의 증언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증언이 맞거나 틀리거나 어쨌든 50대 50의 확률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 만나보니, 입을 맞춘 듯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 회사와 정부의 전문가들의 입을 맞추는 것은 쉽지만, 이분들이 이렇게 다른 시점에서 입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가스 누출사고 문제, 역겨운 냄새 대목 등은 동일했다. 이렇게 구성한 정보들이 법정에서 통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산업안전 컨설팅 전문회사인 ‘인바이런’이 반도체 노동자들의 발암물질 노출 정도와 백혈병 발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해 또다시 피해 노동자들의 가슴을 서늘케 했다. 인바이런은 삼성 측이 고용한 회사다.
“너무 분해서 자료 검토했냐고 따졌더니, ‘모든 자료’를 다 검토했다고 하더라. 어이가 없더라. 생소한 용어를 쓰면서 설명하는데, 그게 뭔지를 제대로 설명하라고 했더니, 공개도 안하더라. 보고서 오픈하는 게 과학적인 것이라고 했더니, 향후 오픈에 있어선 영업비밀 빼고 고려해보겠다고 하더라.”
‘영업비밀’을 풀지 않고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공유 전문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회사에 대해 감지하고 회사의 대한 열람, 감사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는 99종의 화학물질을 쓰고 있는 현장에서 20개 정도만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나머지 70개는 막 써도 되게 돼 있다. 물질 성질을 공개해야 하는데, 거기다 뭘 섞어서 쓰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현장사람들의 단결과 개입과 참여가 함께 있어야 한다. 법제도적으로도 산업의 특성에 맞춰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다음은 공유정옥 전문의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이 직업병일 수 있다는 생각은 의심인가 확신인가.
▲ 의심이 짙어지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의심을 온전하게 해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또 한 축으론 그런 의심이 확실히 풀리기 전에 병들고 죽어가는 목숨에 대해 기업과 정부, 사회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주장을 해오고 있다. 크게는, 원인을 밝히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아직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진 못하나 이런 발생피해자들 방치하지 말고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산재보험 시스템 활용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 지난 6월 23일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지거나 투병중인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2명의 피해자가 승소판결을 받았다.
▲ 사실상 뜻 깊은 판결이다. 반도체 암 문제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거의 첫 사례다. 이런 경우 흔히 회사에서 피해자들에게 돈을 주고 공식인정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해외 피해자들도 이번 판례를 보면서 많이 기뻐한다. ‘도대체 어떤 판사냐, 역시 한국은 운동이 세구나’ 식의 오해(?)를 하고 있다.

- 어떻게 증거를 찾아냈나. 삼성반도체 근무환경이 백혈병과 관련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 정보의 근원은 늘 현장에 있다. 종전엔 당사자와 동료 그리고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조사했다. 거기다 각종 문헌들, 단행본, 연구결과 보고서 등을 취합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 문헌도 없고 동료의 증언을 찾는 것도 대단히 어려웠다. 당사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 당사자 얘기를 듣지만,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는 당사자 정보가 없어 막막하지 않겠는가.
익명의 제보들이 많았다. 실명을 밝혀도 외부엔 못 알렸다. 구체성도 부족하고, 법적인 힘도 적었다. 어려웠다. 하지만 제보자들의 힘이 컸다. 여기에다 산업의학, 산업위생 전문가들이 붙어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연구 사례를 다 취합했다. 3~4년 걸려 취합한 연구결과와 최신연구결과, 그리고 제보 등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리고 반올림에 있는 활동가들의 자료까지 더했다. 십시일반 한 것이다. 수 백 건의 전화제보, 메일제보, 인터뷰제보를 추리고 추렸고, 일이 진행되다보니 나중에 실명까지 걸고 제보하는 사람도 생겼다.
처음엔 한명의 증언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증언이 맞거나 틀리거나 어쨌든 50 대 50의 확률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 만나보니, 입을 맞춘 듯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 회사와 정부의 전문가들의 입을 맞추는 것은 쉽지만, 이분들이 이렇게 다른 시점에서 입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가스 누출사고 문제, 역겨운 냄새 대목 등은 동일했다. 이렇게 구성한 정보들이 법정에서 통했다.    
5명중 2명이 승소했다. 나머지 3명에 대해선 회사 입장을 받아들였다. 다들 삼성인데 작업환경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 과학적으로 납득 가능한가.
▲ 개연성이 충분했다. 산재보상이라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 못해도 개연성이 충분하면 법정에서 받아주게 돼 있다. 2명은 개연성이 충분했고 나머지 분들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판단내린 것이다.  
그런데 승소한 2명에 대해선 정부에서 항소했다. 피고가 근로복지공단이다. 행정소송이라 법적으론 삼성과 상관없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삼성 관계자들이 피고측 보조참가인으로 왔더라. 피고가 요청하고 삼성이 적극적으로 참가한 것이다.

- 반도체 공장내 노동의 메커니즘(원리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 복잡해 보여도, 구조 자체는 심플하다. 반도체 공장은 자그마한 칩을 만드는 곳이다. 자그마한 칩을 두고 아주 정밀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지침은, 칩에 먼지가 앉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공기들이 통제되고, 내부의 공기도 공장이 조성한 공기를 쓴다. 그 안에서 가장 큰 오염원은 사람이다. 시설이나 장비들은 제품의 오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갖춰져 있다. 큰 틀이 이렇다.
따라서 사람이 거기 들어갈 땐 에어샤워를 한다. 몸에서 나오는 털, 각질, 침, 속눈썹 등 모든 게 오염원이기 때문에 몸을 싼다. 방진복을 입는다. 사람으로부터 제품을 막아주는, 정전기와 먼지를 막아주는 옷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방진복과 마스크가 밖에서 들어오는 가스나 물질들을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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