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역사 현장 탐방 1 - ‘김구 선생’ 암살된 경교장-2회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인용하며 유명해진 문구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도 문화유적의 참맛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방화로 소실된 국보 1호 남대문의 부재는 두고두고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위클리서울>은 서울 인근의 유적지를 직접 찾아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1949년 6월 26일 안두희씨에 의해 암살된 위대한 민족지도자 김구 선생이 서거한 지도 60여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에 <위클리서울>은 서울 종로구 평동에 있는 경교장을 찾아봤습니다. 좌와 우, 남과 북이 심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60년 만에 국민장(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이 다시 치러졌다는 점도 되새겨 볼 만한 것 같습니다.` ‘경교장 이야기’ 그 마지막 회입니다.




김구를 겨냥했던 ‘총구’

경교장 안내문을 보고 나서도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여느 사적지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다른 병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흰색 가운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드문드문 환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제대로 찾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드는 건 천장에 매달린 ‘백범 기념실’이라는 이정표 때문이다. 안두희 씨가 김구 선생을 암살하기 위해 올라갔을지도 모를 조금은 암울한 분위기의 계단을 올라갔다.역시나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들을 가장 먼저 만났다. 그리고 그 뒤로 기념실임을 알리는 작은 데스크와 안내인이 보였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홍보팀 관계자들이 이 곳을 관리하고 있다. 안내인은 “예전엔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월 200명 정도 됐는데 완전복원 소식 이후 100명 정도 더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것은 2층에 마련된 당시 김구 선생 집무실 뿐이다. 건설 당시엔 이런 다다미 형식의 방이 복도 양쪽으로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기념실은 간단한 구조다. 경교장의 축소모형과 김구 선생의 흉상이 한켠에 있고 소박한 분위기의 거실과 김구 선생의 집무책상이 창가에 복원돼 있다. 때문에 관람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하지만 ‘안두희가 김구 선생을 암살한 자리’라는 작은 표지판과 발자국 자국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쉽게 발을 옮길 수 없다. 발자국에 발을 올려 놓고 창가 쪽을 바라보노라면 순간 ‘안두희가 된’ 기분에 흠칫 놀라게 된다. 

불행했던 ‘현대사 거목들’

김구 선생 집무 책상 뒤로는 당시 발사된 두 발의 총알이 유리창을 뚫고 지나간 자리가 복원돼 있다. 서거 직후 경교장 앞뜰엔 김구 선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고 한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그 구멍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유리창 구멍 너머로 또 다른 병원건물과 문화일보사, 그리고 우리나라의 농업을 책임진다는 농협 본사 거물이 보인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또 다른 안두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싹해 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인터넷엔 이런 글이 나돌았다. 1919년엔 고종이 승하했고 1949년엔 김구 선생이 암살당했다. 그리고 1979년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씨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고 2009년엔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압박을 못 이겨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일제에 의한 고종 타살설을 떠올리면 묘하게도 30년을 주기로 역사의 거목들이 불행하게 숨져간 것이다.


# 서거직후 경교장 앞

이중 고종과 박 전 대통령은 국장이었고 김구 선생과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김구 선생이 암살된 1949년은 국내 좌우 대립이 극심한 상황이었고, 미국과 당시 소련, 북한 등 외부 압력도 거셌던 시기였다.
60년이 흘렀지만 김구 선생이 과거 고민했던 민족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경교장이 지금껏 역사적 장소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 책임도 어쩌면 우리 자신 각자에게 있을지 모른다.  오진석 기자 ojs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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