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인 골 결정력을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발휘




라이언 킹 이동국이 돌아왔다.
"어느듯 제 나이가 제일 위더라고요. 그동안 저의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해야죠."

돌아온 이동국(32·전북)의 표정은 밝았다. 대표팀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챙기겠다는 여유까지 생겼다. 1년 4개월 만에 파주 NFC에 4일 입소한 이동국은 폴란드와 치를 평가전(7일·서울월드컵경기장)과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UAE전(11일·수원월드컵경기장)에 대비한 대표팀의 첫 훈련을 소화했다.

전날 상주와 K리그 경기에서 풀타임 출장했던 이동국은 이날 가벼운 달리기와 스트레칭으로 회복 훈련을 했다. 그동안 `움직이지 않고 골만 노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동국은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외면당했다

하지만 올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상대 공격을 끊고 패스에도 눈을 떠 K리그 도움 신기록(15개)을 세웠다. 그러면서 최근 9경기에서는 9골 3도움을 올리는 절정의 공격력을 보였다.

달라진 이동국을 조광래 감독은  외면하지 않고 대표팀으로 불렀다.이동국(32·전북)이 ‘꿈의 무대’ 월드컵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이날 이동국은  파주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예전과 비교하면 축구 선수의 생명력이 많이 길어졌다”며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 한다면 충분히 브라질 월드컵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했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 간판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선수다. 그러나 그에게 월드컵은 악연으로 남아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2차전. 0-5로 크게 패한 이 경기에서 열아홉 소년 이동국이 날린 통렬한 중거리 슛 한 방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표 팀은 16강은커녕 1승도 못 거두고 돌아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이동국을 방콕하면서 TV로 지켜 보게했다. 대한민국 대표 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은 게으르다”는 낙인을 찍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은 개막 두 달 전 무릎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놓쳐 비난 속에 귀국했다. 이동국의 월드컵은 그렇게 악몽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사자왕’ 이동국은 쓰러지지 않았다. 올 시즌 K-리그 27경기에 나서 16골·15도움을 올리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득점 2위, 도움 1위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7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차전을 앞두고 이동국을 대표팀에 불렀다.

이동국은 “경기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싶지만 지금은 당장 치러질 경기가 중요하다. 기회가 온다면 장점인 마무리 능력을 보이고 싶다. 또 박주영·지동원 등 동료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또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내 장점인 골 결정력을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새롭게 각오를 내비쳤다.

이동국은 앞으로 대표팀에서 박주영(26·아스널), 지동원(20·선덜랜드) 등과 원톱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동국은 오는 7일 같은 곳에서 국가대표팀 경기에 앞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오후 5시 30분)을 갖는 올림픽 대표팀도 이날 나란히 파주 NFC에서 조직력을 다졌다. <전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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