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방북 불허’ 통일부에 공개사과 요구

통일부의 방북 불허에 조계종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열린 금강산 신계사 남북 공동법회 전날 통일부가 방북 불허와 승인 방침 사이를 오가며 혼선을 빚은 것과 관련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이 통일부 장관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추본 본부장인 지홍 스님은 14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방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무원칙하고 무능한 태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을 위한 남북교류라는 중대사를 아무런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하루 만에 승인에서 불허로, 불허에서 승인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번복하는 처사는 결코 정부가 취해선 안 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통일부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비슷한 악습을 되풀이해왔다”며 “이것은 이 정부가 통일과 남북교류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특히 “통일부는 한국 불교계 대표종단인 조계종을 상대로 불손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정 행위를 일삼았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이것이 현 정부 출범부터 시작됐던 불교계 경시 태도의 연장선이라면 결과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통일부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 낙성 4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남북공동법회를 위해 민추본이 방북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구두로 확인해왔다. 이에 민추본은 제반사항을 준비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법회 전날인 12일 오후 1시 30분쯤 돌연 불허 방침을 통보한 데 이어, 오후 2시에는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에게도 재차 방북 불허를 확인했다.

통일부 실무자는 “필요하다면 불허통보를 문서형태로 보낼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 때문에 민추본은 방북이 불허되는 것이 확실한 것으로 생각하고 북측 조선불교도련맹(조불련)에 행사 취소를 통보해야 했다.

신뢰가 최우선인 남북 교류에서 행사 전날 취소는 중대한 신의 위반이다. 그런데 오후 5시 30분쯤 통일부는 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불허입장을 번복하고 방북을 승인하겠다고 알려왔다는 게 민추본의 설명이다.




민추본은 “통일부는 한국 불교계 대표종단인 조계종을 상대로 불손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정 행위를 일삼았다. 이것이 현 정부 출범부터 시작됐던 불교계 경시 태도의 연장선이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민치본은 또 “통일부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언론을 통해 거짓 해명을 늘어놓았다. 분명한 경위 설명과 참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추본은 이번 사태에 대해 ▲통일부 장관의 경위 설명과 공개 사과 ▲재발 방지대책 수립 ▲민간차원의 교류 전면 허용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조계종 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인 혜일 스님은 “개인 대 개인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남북간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의 실수로 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