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지렛대 없어…주도권조차 미국으로 넘어가”
“남북관계 지렛대 없어…주도권조차 미국으로 넘어가”
  • 승인 2011.10.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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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1

“전쟁 학살 희생자 유족들, 손배 소송 통해 피해자 인정”

대북정책, ‘이북 압박’ 아닌, 우리 중소기업 압박하는 결과로

노동자 투쟁, 의사결정 독점한 기업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 환경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 문성근 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공유정옥 산업의학전문의,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20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와 남북관계, 정치, 노동 문제 등 한국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4년간 활동하고 2009년 학교로 돌아온 김 교수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의 활동이 학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상임위원을 역임한 김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학살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활동을 벌여왔다.

“보도연맹 등 관련 유족들은 좌익의 멍에를 지고 살아왔다. 전쟁 중 그런 학살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통념이 있었지만, 이제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달래고 있다.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피해자임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김 교수의 저서 ‘전쟁과 사회’를 읽고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영화 작업 당시 자문을 맡았다. ‘전쟁과 사회’ 서문에는 ‘한국전쟁 당시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억울하게 스러져 간 남북한의 모든 이름 없는 영령들 앞에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쓰여 있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관련 김 교수는 현 정부 핵심들이 극우적이라는 점이 남북관계를 망쳐놓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대북라인들이 강경보수주의자들이다. 청와대 핵심, 안보라인 모두 편향적이다. 북한은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러니 진전이 있겠는가. 이 대통령도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을 것 같다. 인사를 잘못한 것이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선 사측의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진지한 협의를 했어야 했다. 불가능한 게 아니다. 정리해고가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 과정 자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의사결정자체가 독점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선 신자유주의적 측면에서 ‘이명박 현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이명박 지지 기반이 된, 이른바 우리사회의 기업 CEO마인드가 안철수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다만 이명박식 CEO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개발독재식이었다면, 안철수는 양심적이고 소프트한 21세기적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작금의 신자유주의에 부응하는 그런 식의 요청,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의 연장이 안철수”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김동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진실화해위원회,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할 당시 어떤 성과를 거뒀나.

▲ 참여연대에선 정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내세울 건 없다. 교수직을 잠시 내려놓고 전업으로 한 건 진실화해위원회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학살에 대해 조사했다. 전쟁기에 있었던 학살 사건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최초의 진상규명활동을 했다.

- 진실규명 과정에서, 학자로서 알고 있던 것과 차이가 났을 법도 한데.

▲ 기존에 알던 것보다 많이 알게 됐다. 기존의 유족들 증언에만 기초했던 것에서 벗어나, 정부차원에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의의를 찾자면, 우리역사에서 건드리기 힘든 민감한 영역을 진솔한 입장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보도연맹 등 관련 유족들은 좌익의 멍에를 지고 살아왔다. 전쟁 중 그런 학살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통념이 있었지만, 이제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달래고 있다.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피해자임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당시 자문을 맡기도 했다. 강제규 감독은 김 교수의 저서 ‘전쟁과 사회’에서 영감을 얻었다고도 했는데.

▲ 제 책엔 여러 가족사 문제가 내포돼 있다. 강제규 감독이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나리오 자문을 했었다. 그동안 전쟁영화들이 반공 일변도였다. 반공영화라고 봐도 무방했다. ‘태극기 휘말리며’는 이념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평가된다. 제 책도 마찬가지지만, 영화도 한국전쟁을 민중들의 시각에서 다시 본 것이다.

-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평가하자면.

▲ 통일부를 폐지하자고 했던 사람이 통일부장관이 됐으니, 통일부의 의미가 없어졌다.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면 항복해 들어올 것이라는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곧 망하지 않겠느냐, 빨리 망하는 게 좋다는 극우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대북라인들이 강경보수주의자들이다. 청와대 핵심, 안보라인 모두 편향적이다. 북한은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러니 진전이 있겠는가. 이 대통령도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을 것 같다. 인사를 잘못한 것이다.

이들은 특히 실용적인 접근을 한다면서도 자꾸 이데올로기적인 접근을 한다. 한편으로는 이북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남쪽의 중소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개성공단에 갔지만 그러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

천안함 관련 사과를 요구하는 가운데 과연 북이 항복하고 나오겠는가.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 남쪽에선 지렛대가 없어진 상황이다. 북한도 따로 놀고 있다. 어려우니까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방문하는 이유가 과연 뭐겠는가. 현 정부 대북정책을 통해 ‘한반도 당사자 문제’를 다시 외국으로 떠넘겼다.

- 남북관계가 바르게 진행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북한을 6자 회담 테이블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경제를 끌어 올려야 한다. 향후 어떤 국면으로 전개되더라도 남북간 체제의 격차를 줄여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 젊은 세대들의 역사의식 문제를 떠나, 6.25세대 실향민이라는 존재가 사라질 즈음해선 통일 논의도 자연히 잠식될 것 같다. 민족 개념이 흐릿해 질 수도 있을 법한데.

▲ 물론 민족 개념이 사라지는 지경까진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민족주의 입장을 너무 앞세우기 보다는 과거 독일처럼 두 개의 나라라고 인정해야 한다. 독일이 어리석어서 두 개의 나라로 본 게 아니다. 당장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더 낫다고 본 것이다. 특수 관계를 전제한 상황에서 두 개의 나라, 그리고 서로가 이득이 보는 입장에서 두 개의 나라로 설정해야 한다. 그렇게 풀어나가야 한다.

- (단계적)통일이 된다고 해서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누구를 위한 통일인지 불분명해지는 지점이 분명 있어 보인다.

▲ 남한의 자본주의 식으로 되면 물론 잘사는 사람들만 또 잘살게 되는 방향의 (통일)과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속도조절이 중요하다. 현재는 북한보다 남쪽의 역할이 크다. 남쪽사회의 변화가 전체적인 통일문제에 주는 효과가 크다. 서독의 경우도 봐도 그렇다. 하지만 독일도 후유증이 크다. 남북이 향후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경제적 수준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한진중공업 사태는 어떻게 평가하나. 회사가 어렵다는 사측의 입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 현 상황에서, 다른 조선소은 잘 나가는데 한진만 유독 어렵다면 상식적으로 한진 경영진의 책임이 크지 않겠는가. 그 책임을 사측이 같이 져야 하는데, 그것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만 힘들게 한다. 실제 경영이 어렵다면, 서로 양보하면서 적절한 타협을 해야 한다. 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진지한 협의를 했어야 했다. 불가능한 게 아니다. 정리해고가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 과정 자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의사결정 자체가 독점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역할도 크다. 현재 부산의 권력층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부산시나 부산 내 정치인들의 역할이 없었다. 한진이 문 닫으면 거기 있는 자영업자 나아가 부산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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