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불효… 형제간에 불화…잡기 일삼아” 죄명
“부모에게 불효… 형제간에 불화…잡기 일삼아” 죄명
  • 승인 2011.10.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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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광환 선생님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일곱째는 도박입니다. 탐관오리의 상당수가 도박 때문에 부정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조사됐답니다. 여덟째는 가난한 집안 출신 가운데 깨끗한 관리도 많지만 탐관오리들은 공통적으로 출신이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아마 가치관이 정립되는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돈에 한이 맺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죽했으면 지난 1998년에 이웃나라 중국의 총리로 취임한 주룽지(朱鎔基)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내 것을 포함해 100개의 관(棺)을 준비하라"며 청렴한 정치를 하겠노라는 배수진을 쳤고 실제로도 그는 각종의 부정부패로 치부한 공무원 수백명의 옷을 벗겼으며 악질범죄일 경우에는 가차없이 사형을 집행하도록 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단순히 먼 옛날이야기나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작년에 ‘반부패 국민연대`가 서울의 중고교생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부패·반부패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1%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실로 충격적인 결과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지요.
또 이 설문에 답한 학생들의 72.5%는 우리나라를 부패 순위 1∼20위군에 속하는 국가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정말이지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습니다.
공직자가 돈을 많이 벌고자 한다면 오늘 당장 사직하고 장사를 해야 하지요.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 역시도 “높은 자리는 과녁과도 같아서 누구나 거기를 향해 활을 쏘고자 하니 항상 처신에 조심해야 한다"고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처신에 대하여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또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탐관오리를 ‘자벌레’라 했는데 이 ‘자벌레`는 먹을 것이 보여야 기어가고 겁을 주면 움츠리고만 있기 때문이랍니다. ‘세계화` 랍시고 아무리 기술개발을 앞세우고 경쟁력을 부르짖어도 국가기구나 관료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빼앗을 때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상적 이윤을 챙기기도 힘들게 출혈경쟁을 하면서 수출하는 기업에 손내미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특히 근로자들의 정당한 임금인상이나 복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업들이 정치인들에게는 수 백억 대의 대가성 뇌물을 주고받는 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 속에서 ‘애절양`은 흘러간 옛 시 구절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들려 오는 현재 진행형의 외침입니다.
1892년 말 고부군수로 부임해온 조병갑은 위의 삼정을 이용한 수탈은 물론 다양한 명목으로 고부군민들에 대한 불법적인 세금을 징수하였습니다.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어 심문 당한 기록인 공초를 보면 돈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면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형틀에 묶어놓고 있지도 않은 죄를 물었다고 합니다.
순박한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매가 무서워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라고 했다가는 어떤 엄청난 죄를 뒤집어쓸지 모를 일인지라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매우 쳐라"하는 호령과 함께 매가 날아들었지요. 살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모진 매를 맞고 기절하면 물을 퍼부어 정신이 들게 한 다음 머리 속으로는 주판알을 튕기면서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다시 “네가 네 죄를 알렸다"라고 되물었답니다.
이 때에도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농민에게 사또의 영원한 콤비 이방은 엄지와 인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사인을 보내고 그제 서야 눈치를 알아차린 죄인 아닌 죄인인 농민은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라고 죄를 시인하게 되고 그리하여 이들이 풀려나게 된 것은 없는 죄를 불고 군수가 흡족할 정도의 물건을 갖다바친 이후였습니다. 이 때 갔다 붙여진 죄명은 부모에게 불효한다, 형제간에 화목하지 못하다, 음행을 저지른다, 잡기를 일삼는다 등 갖가지 명목이었답니다. 이렇게 강탈한 재물만도 2만 냥에 달했다합니다.
<다음호 계속>

[편집자] 이 글은 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이신 조광환 선생님(전북 학산여중)이 들려주는 청소년을 위한 동학혁명이야기입니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고 그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란 생각에서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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