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역사 현장 탐방 5 - 서울 성곽편 1 들어가기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인용하며 유명해진 문구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도 문화유적의 참맛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방화로 소실된 국보 1호 남대문의 부재는 두고두고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위클리서울>은 서울 인근의 유적지를 직접 찾아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서울성곽을 둘러봅니다. 4개의 대문과 4개의 소문, 그리고 4개의 산이 포함돼 있는 성곽길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직접 성곽길을 밟아보며 서울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 인왕산 정상 밑까지 이어져 있는 서울 성곽





# `장충성곽`은 복원이 비교적 잘 된 곳 중 하나다.



18.2km에 달하는 서울성곽을 모두 돌아볼 수 있게 된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2007년 에서야 북악산 코스가 개방됐기 때문이다.

국보 제1호인 남대문과 보물 제1호 흥인지문을 품고 있고, 600년 도읍지를 대표하는 세계 유산이지만 서울 성곽은 오랫동안 외면을 받아왔다. 일제시대와 근대화 과정에서 도로에 끊기고 파괴된 서울성곽은 최근 들어서야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기 시작했다.




# 낙산 성곽





# 북악산에서 바라본 경복궁과 서울 도심. `북악산`은 한양의 주산이었다.





# 인왕산 정상




잘 보존된 `북악산`

서울성곽 전체를 돌아보려면 주산(경복궁 바로 뒤)인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과 낙산 등 서울 사대과 연결된 네 개의 산을 돌아봐야 한다. 거리는 멀리 있지 않지만 저마다 품고 있는 모습이 달라 가는 곳마다 인상이 남다르다.

인왕산엔 바위가 많고 북악산과 남산의 소나무는 울창하다. 낙산은 일제시대 채석강이 운영되면서 많은 부분 훼손돼 현재의 모습이 아쉽긴 하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경치로 손에 꼽았던 곳이다. 낙산은 4개의 산 중 가장 오르기 쉽고 부담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남산과 북악산에선 까치를 자주 볼 수 있다. 대신 인왕산에선 까마귀떼와 종종 만나게 된다.

동대문과 서대문터, 남대문은 서울 도심에 있어 서울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반면 가장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북대문(숙정문)은 생태가 가장 잘 보존됐다.

이처럼 서울 성곽 답사는 자연과 서울의 숨결을 모두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의 여행이다. 4대문과 4소문, 성곽 길 인근엔 조금만 발품만 팔면 들려볼 것이 부지기수다.

동대문 인근만 해도 과거에 정지돼 있지 않다. `흥인지문`과 오간수문이 보여주는 고풍스런 모습이 있는가 하면 길 건너엔 대형 패션 매장이 밀집해 있어 그 북적스러움이 서울에서도 으뜸이다.

맞은편 철거된 동대문운동장 터에선 복원 공사 과정에서 성곽 터가 발견돼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엔 알게 모르게 성곽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주택가로 이어져 있는 평범한 골목길에서 성곽을 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서울 신당동 성당 앞 골목길. 성곽 위로 주택이 들어섰다.


전체 72% `복원 가능`

서울은 18.2km에 달하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성곽 도시였다. 그 사이로 4대문과 4소문, 모두 8개의 성문이 있다. 4대문은 유교의 덕목인 `인의예지`를 따라 명칭이 붙었다. 동대문(흥인지문), 서대문(돈의문), 남대문(숭례문), 북대문(숙정문 혹은 소지문·昭智門) 순이다.

4소문은 광희문(남소문), 혜화문(동소문), 창의문(북소문, 자하문), 소의문(서소문, 서덕문)으로 저마다 역할이 달랐다. 4대문 중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동대문과 북대문이고 불에 탄 남대문은 현재 복원 작업 중이며 서대문은 터만 남았다. 4소문 중에선 창의문과 혜화문(최근 복원), 광희문이 남아있고 서소문은 터를 알리는 표지판만 남았다.

사적 제10호로 지정된 서울성곽은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1394년 10월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기며 쌓기 시작했다. 밖으론 아차산(동), 덕양산(서), 관악산(남), 북한산(북) 이 외사산(外四山)을 이뤘고 안으론 내사산(內四山)인 낙산(동, 125m) 인왕산(서 338m), 남산(남, 265m), 북악산(342m)이 서울성곽으로 이어져 한양을 보호했다.

조선 태조는 재위 3년 무학대사와 함께 직접 현장을 시찰한 다음 지금의 서울 지역으로 천도할 것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축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태조가 여러 차례 몸소 산에 올라 축성 자리를 관찰한 뒤 1396년 정월부터 팔도에서 약 12만명을 동원해 평지는 토성, 산지는 산성으로 축조했다.

이후 세종 때 토성을 석성으로 바꾸고 성문을 완성하는 큰 공사가 진행됐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국방의식이 고조된 숙종 때 3군영(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을 동원해 다시 한 번 큰 규모로 공사를 진행했다.




# 동대문(흥인지문)





# 북대문(숙정문, 소지문)





# 서대문(돈의문) 터





# 2008년 초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숭례문)의 모습은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일부 구간`은 공사 중

때문에 시기에 따라 성벽의 축조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전체적으로 성곽은 뒷면에 쌓은 흙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위로 올라갈수록 안쪽으로 들여쌓는 `물림쌓기` 공법을 사용했는데 높이는 4.2m∼5m, 기울기는 약 77도 정도다.

태조 때는 큰 메주만한 크기의 자연석을 다듬어 쌓았고 세종 땐 장방형 돌을 기본으로 하면서 사이사이에 잔돌을 섞어 쌓았다. 숙종 땐 돌을 가로 2자, 세로 2자 크기로 정사각형에 가깝게 규격화해 튼튼하게 쌓았는데 장정 4명이 들 수 있는 무게라고 한다.

실제로 성곽을 돌아보면 일반인이 봐도 세 시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복원된 성곽 부분은 돌의 크기나 색깔로 확연히 구분된다. 성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에 새겨진 글자를 뜻하는 `각자`를 볼 수 있는데 성곽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를 적은 것이다. 요즘의 `건축실명제`를 떠 올리면 된다.

서울성곽을 돌기 전에 미리 코스와 문화유적들에 대해 익혀두면 편한데 녹색연합에서 펴낸 소책자인 <서울성곽 순례길>이 좋다. 처음 3천부만 찍어 관광안내소에 배부했는데 현재는 동이 났다고 한다. 녹색연합 홈페이지(
www.greenkorea.org) 자료실에서 검색하면 PDF 파일로 받을 수 있다. 인왕산 등 일부 구간은 새롭게 공사가 진행중이라 녹색연합 소책자와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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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소문(혜화문)





# 북소문(창의문, 자하문)




# 서소문(소의문, 소덕문) 터





# 남소문(광희문)


여러 날 거쳐 `여유롭게`

서울 성곽 전체 구간인 18.2km 중 복원된 구간은 10.467km고 이미 소실돼 복원이 불가능한 구간은 5.140km다. 성곽 일부가 남아 있어 복원이 가능한 부분은 2.520km로 이 부분이 모두 복원되면 전체 구간의 약 72% 가량을 돌아볼 수 있다.
각 코스를 돌아볼 때 걷기 편한 신발이나 식수, 카메라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북악산 코스는 군사시설인 까닭에 신분증을 필히 지참해야 하며 오후 3시가 넘으면 입장이 안 되므로 시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녹색연합 등이 소개한 대부분의 코스가 반시계 반향을 추천하는데 이는 북악산이나 인왕산의 서남단쪽 코스가 급경사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의 경우 서울성곽 코스를 4개 코스로 구분했는데 전체를 돌아보는 소요시간은 총 14시간이다.

기자는 전체 코스를 이틀에 나눠 9시간 남짓에 걸쳐 다 돈 적이 있다. 이론적으론 하루에도 가능하지만 `극기 훈련`이 아닌 이상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여유있게 코스별로 돌아보는 것이 자연과 서울의 숨결을 즐기기에 더 좋다.









# 녹색연합이 제작한 서울성곽 순례길. 일부 공간은 현재 공사 진행 중이다.
 





# 김정호가 1840년대 제작한 서울지도인 `수선전도`

- 코스별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이어집니다-

김승현 기자<okkdo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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