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승인 2011.10.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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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이 양반이…그럴라믄 내려가 버리랑게"

심상찮은 기운의 실체는 다년간 기자질을 하고 막걸리를 마셔가며 다져진 화자의 뛰어난 육감 때문? 아니다. 절대 아니다. 주인공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주인공은 물론 익산떡이다. 바깥 사장님은 며칠 보이지 않고 있다. 의아해 하면서도 며칠간의 심상치 않은 기운 때문에 묻기를 자제했다. 그저 일행과 막걸리 잔 기울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익산떡 보통 눈치가 아니다. 화자가 그 무엇인가를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알아챘나보다.
끓이고 있던 콩비지찌개를 한 접시 떠서 화자 앞의 탁자에 내려놓는다. "먹어봐…." 항상 그렇듯 주문한 안주 외에 다른 안주가 서비스로 나오면 화자 오버를 떤다. "아이고…이런 걸 뭘!"이란 멘트가 따라붙는다.
익산떡 화자의 막걸리 잔을 들어 한모금을 꿀꺽 마신다. 마시란 소리 안했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항상 화자의 잔만을 고집한다. 다른 일행들 잔은 손도 안댄다. 이유는 모른다. 묻지도 않았다. 화자의 고매한 인격 때문일까. 아니면 화자가 하루에 꼬박 세 번씩은 양치질을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천성적으로 강하게 타고난 간덩이 덕분에 간과 관련된 질환에선 남들보다 우수한 면역력을 자랑하는 화자의 내밀한 신체적 특성을 알았기 때문일까.
어쨌든 기분이 나쁘진 않다. 뭔가는 익산떡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 뭔가가 진짜 뭔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양반 땜시 요즘 내가 미치겄당게."
기다렸다. 그럴 줄 알았다. 바깥 사장님 얘기 할 줄 알았다. 바로 가장 궁금한 것부터 입이 떨어진다.
"근데, 요즘 왜 안보이시는 거에요?"
"하이고, 내가 정말 열받아서…."
익산떡 다시 화자의 술잔을 집어 든다. 기습적이다. 그저 쳐다보고 있는 수밖에 없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한마디 했을 것이다. "왜 내 것만 먹는 것이요?" 정도 될 것이다. 막걸리가 아까워서가 아니다. 항상 모든 사회적 인간들은 주고 받는데 익숙하다. 더불어 사는 사회다. 그래야 소통이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주고 받는 게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연거푸 두 번씩이나 남의 막걸리를 허락도 없이 빼앗아 먹는 행위는 `준` 것이다. 그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준` 것이 허무해져버린다. 스프 없는 라면이 되는 셈이다. 익산떡은 당연히 "왜 내 것만 먹는 것이요?"라는 한마디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듯했다. `받아야` 할 분위기도 정녕 아니었다. 그저 막걸리 한 모금을 꿀꺽 마신 뒤 "캬아∼"소리를 듣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은 다음 얘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내려가 버렸당게…."
"어딜요?"
"어디긴 어디여…정읍이제."
맞다. 정읍…전북 전주와 전남 광주 사이에 위치해 있으면서 정읍군에서 정주시로, 정주시에서 다시 정읍시로 이름이 바뀐 그곳. 그 옛날 동학혁명이 일어난 고부를 끼고 있는 그곳. 그곳이 바로 익산떡 바깥 사장님의 고향이다. 그곳이 익산떡의 시댁이다. 몇차례 얘기했다. 오골계도 그렇다.
`왜요?`란 말이 입에서 채 떨어지기도 전에 익산떡 입이 먼저 떨어진다.
"내가 가버리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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