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일 체제’ 외국 전문가들이 바라본 북한 정권

독재 국가들의 잇단 붕괴로 북한 체제 위기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중국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매우 낮고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환경 또한 안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유지 교수는 25일 한국세계지역학회가 ‘포스트 김정일 체제와 한반도’를 주제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국제학술회의에서 “김정은으로의 북한 권력 세습에 유리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유지 교수는 “북한 엘리트층은 김정일 체제가 흔들리면 ‘다같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김정은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호전돼 후계수업을 장기간 해줄 수 있는 것도 호재”라며 “권력이양이 순조롭게 끝나고 김정은이 자리를 잡으면 북한체제의 불안정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 가장 큰 안보위협이지만 정치적, 경제적 안정이 중요한 현재로서는 북한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김경희·장성택도 잘 뒷받침해주고 있고, 김정일이 장기간 후계 수업을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이 공고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모스크바대학 파벌 러샤코프 교수는 “북한은 엄청난 생존력으로 대 아사 기간을 이겨냈다”며 “권력 승계 환경 또한 1990년대 김정일 승계 당시보다 지금이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러샤코프 교수는 “김정일 권력 승계 시기에는 구공산권과 소련이 몰락했다. 그러면서 원조도 끊겼기 때문에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후원국인 중국이 G2로 부상했고 세계 자본주의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북한은) WMD를 자체적으로 생산해냈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샤코프 교수는 김정은 권력 승계의 긍정적 환경에 대해 ▲김정일 권력승계 시기에는 배급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대아사 시기를 앞둔 상태였지만 현재는 국제적 원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 ▲장기간 중국·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을 만큼 김정일의 건강이 호전됐다는 점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그는 “북한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북한 정권은 붕괴와 거리가 멀고 권력승계 환경도 한동안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차두현 국제교류재단 교류협력이사는 “최근의 북한은 도발을 하더라도 ‘나의 행동에는 다분히 이유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북한의 논조나 행태를 이탈적 행위로 간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청중을 감동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고언했다.

한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축사에서 “2차 북미대화에서 북한 측이 어떤 입장을 제시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유관국가와 협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내년에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정치일정상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의 변화와 우리의 선택에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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