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승인 2011.10.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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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부인 친정으로 보내는 건 봤어도 남편이…

부부 싸움…. 칼로 물베기라는 그 부부 싸움. 우리 어머니도 했고, 우리 아버지도 분명히 한 그 부부 싸움. 화자도 했고, 화자 아내도 한 그 부부 싸움. 이 세상 모든 부부들이 했거나, 하고 있거나, 앞으로도 할 게 분명한 부부 싸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과 남이 만나서 일평생을 살 맞대고 살면서 일어나는 그 부부 싸움이란 어찌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하다 못해 생명이 없는 쇠붙이 두 개를 하나로 만들려해도 불꽃이 튀고 소리가 나고 하는데, 생명이 있고 인격이 있고 성질(?)까지 있는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려면 당연한 일일 터이다. 하긴 뭐 요즘엔 "우리 부부는 부부 싸움 한 번 안하고 살아왔어요" 하는 식의 닭살 커플들 얘기도 텔레비전 등을 통해 나오는 일도 종종 있긴 하지만…. 드문 일일 게다. 아니 싸움에 대한 정의 차이일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왜 싸워? 싫으면 찢어지면 그만인데…" 하는 식의 사고일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급속히 증가하는 이혼율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얘기다. 이 정도로 일반론은 각설하자.
지난 주 익산떡이 바깥 양반에게 "그럴 거면 내려가 버리라고 했어"라고 얘기했다는 부분까지 전했다. 눈치 빠르지 않은 독자님들도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느낌 받았을 것이다.
"그럴 거면 내려가 버려"라는 말. 그것도 익산떡이 바깥 양반에게 했다는 그 말.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직 가부장적 사고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한 화자에겐 이상하게 들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니까 화자 만큼 머리 회전이, 아니 센스가 영 아니올시다인 독자님들을 위해 사족을 달자면 부인이 남편을 시댁으로 내쫓았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말이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에게 쫓겨 친정 간 일 기억한다. 아버지와 싸우다 친정으로 내뺀 일도 기억한다. 전자는 타의지고, 후자는 자의지다. 타의지건 자의지건은 중요한 게 아니다. 결론은 어머니가 친정으로 갔다는 거다.
화자의 아내, 화자와 싸우다 친정 간 일 있다. 화자, 싸우다 본가…그러니까 아내의 시댁으로 가 본일 없다. 대부분 부부들 이럴 게다. 드라마도 대부분 그렇게 표현한다. 통념 때문일 게다. 하긴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요즘 통념이란 거, 상식이란 거, 진리라는 거 없는 세상이라고도 한다. 가치관 혼돈의 세상이다 보니, 상식과 비상식이 진리와 거짓이 자리를 바꿔 앉는 경우 많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여태까지 이 꼭지를 읽어본 사람들은 느꼈을 게다. 익산떡 좀 튀어서 그렇지 평범한 사람이다. 상식과 비상식,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치관 혼돈의 세상에서 정리(定離)를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론 가스통 들고 불의에 항거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럴 거면 내려가 버리라고 했어."
통념을 깨는, 상식을 뒤집는 익산떡의 한마디.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 전에 쓴 글 읽어본 독자님들은 아실 게다. 익산떡 바깥 양반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바깥 양반 내려갔던 것이다. 어디로? 정읍이다. 바깥 양반의 본가가 있는, 익산떡의 시댁이 있는….
그리고서 이틀인가가 지났을 무렵이다. 열심히 포장을 치고 길레스토랑 문을 열기 위해 서두르고 있던 익산떡의 입이 다시 열린 건…. 익산떡 손엔 손전화가 들려 있다. 손전화를 내려다보면서 하는 말 "이 양반, 하루에 열댓번도 더 전화기 들여다 볼 것이여…."

<글: 정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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