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옆 공터 샛노랗게 피어나 자태 뽐내는 금송화, 아∼아름다운 가을이여!
성곽 옆 공터 샛노랗게 피어나 자태 뽐내는 금송화, 아∼아름다운 가을이여!
  • 승인 2011.10.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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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기자의 서울인근산 샅샅이 훑기>북한산성유원지-태고사-나한봉-대남문-청수동암문-사모바위-구기동






토요일 오전 10시,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은 등산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의정부행 34번 시외버스를 타려는 행렬이 유독 심하다. 북한산성과 송추를 지나는 노선인지라 산행인들의 발길이 잦은 탓이다. 아울러 불광역 2번 출구 쪽보다 연령층이 비교적 낮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다른 코스를 잡을까? 생각했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 버스 2대를 보내고 드디어 우리 일행이 탈 차례다. 순식간에 자리는 가득 차고, 서서 가는 사람들로 버스 안은 콩나물시루가 되어 버렸다.
다시 찾은 북한산성유원지 입구는 여전히 만원사례다. 자연생태 길은 초입부터 정체현상이 나타난다. 운치는 덜 하지만 차량들이 오가는 넓은 길로 접어든다. 대서문을 지날 무렵에야 몸에 땀이 베인다.
성곽 옆 공터에는 금송화가 샛노란 자태를 뽐내며 무리를 이루고 있다. 가을의 넉넉함과 어우러지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중성문을 지나고 노적교를 건너니 노적사 앞 계곡의 붉은 단풍나무가 시선을 끈다.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래서 가을철 단풍놀이가 사람들의 연례행사가 되었구나 싶다.






중흥사 앞 사각정 쉼터 계곡에서 일행들 쉬어가잔다. 오늘 처음 보는 이가 돗자리를 펼치더니 배낭에서 오가피 술병을 꺼내서 종이컵 가득 채운다.
“이제 (산행)시작인데 벌써 한사발이라니….” 서서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빨리 앉으라고 재촉한다. 그리고 인사 나누잔다. 대사관 지인이 중간에서 소개한다. 이 양반도 모 구청에 근무하는 분으로,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이다.
초면에 너무 사양해도 결례일 것 같아 단숨에 들이킨다. 속이 싸해 온다. 오이 한 입 베어 물고 주변을 보니 벌써부터 막걸리 판 벌인 팀이 있다. 빈 통이 몇 개 나뒹구는 걸로 봐서 진즉에 시작한 모양이다. 그런데 하산길인지 등산길인지 도무지 감이 안 온다. 그렇다고 주제넘게 물어 볼 수도 없고. 자기 술 자기들이 마시는데 쓸데없는 걱정씩이나.




# 대서문


# 백운대


이곳에서 30여 분을 지체하고 일어선다. 벌써 정오가 되었다. 갈대밭을 돌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대남문 방향으로 간다. 왼쪽은 북한산성대피소와 백운대 가는 길이다. 부왕동암문 입구를 지나 우측 청수동암문으로 방향을 튼다. 직진해서 대남문 가는 길은 지나치게 밋밋해서다.
의상봉을 끼고 돌면서 행궁지와 만난다. 나월봉과 나한봉의 줄기인 청수동암문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일행들 돌아보니 낑낑대고 올라온다. 얼굴에는 ‘왜 이런 험한 코스를 택했냐’고 원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초장에 술 먹인 대가인데 알 턱이 없겠지. 저쪽 북한산성 주능선에 동장대가 평화롭게 서 있다.


# 나한봉과 나월봉


# 동장대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약간의 여유를 찾아본다. 멀리 백운대를 가운데 두고 원효봉,염초봉과 인수봉,만경대가 최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북한산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봉우리들이다. 노적봉과 용암봉이 ‘자기들은 왜 왕따냐’고 째려본다.
의상봉에서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에는 의상봉(502미터), 용출봉(571미터), 용혈봉(581미터), 증취봉(593미터), 나월봉(657미터), 나한봉(688미터)의 여섯 봉우라가 있다.
험준한 산맥을 넘고 넘어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청수동암문에 당도한다. 비봉까지는 1.8킬로미터 남긴 지점이다. 왼쪽의 대남문이 보현봉의 가을 햇살을 받아 번쩍인다. 문수봉에도 사람들로 넘쳐난다. 청수동암문을 올라오는 이들이 낑낑대며 힘들어한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고개가 절로 흔들어 진다. 기가 막히게 답답한 코스가 이곳이다. 내려가면서도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오늘의 밥상자리인 사모바위를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청수동암문에서 약 30여 분을 가야 되는 거리다. 자궁바위를 지나고 승가봉에 올라서니 눈앞에 비봉이 펼쳐진다.


# 노적봉


# 보현봉


드디어 도착한 사모바위에는 식사 후 휴식을 취하는 무리들로 가득하다. 승가사가 보이는 사모바위 끝자락에 자리 잡는다. 각자 싸온 반찬들이 모두 모인다. 입이 쩍 벌어 질 정도로 많은 안주감이 펼쳐진다. 오징어젓, 창란젓, 홑나물, 비듬나물, 여수갓김치, 알타리김치, 깍두기, 무생채, 산초나물, 멸치와 매운고추 절임, 골뱅이통조림, 계란말이 등등…. 그리고 막걸리, 오가피주, 원액 100% 복분자주. 이 상황에서 군침이 안돌면 이상하지.
취향에 맞춰 술 따르고 건배한다. “고생들 많았습니다. 위하여!!” 외침과 동시에 술잔 입속에 털어 넣는다. “그 다음 기분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지.” 평소 접해보지 않은 나물인 산초와 홑나물부터 한 입 가져간다. 산초는 열매를 간장에 조린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맛이 쌉싸름 하면서 혀끝에 향이 돈다.
몇 순배 술잔이 도는데 전화 벨 소리가 들려온다. 구리시에서 의류 사업하는 지인이다.
“차 몰고 은평구로 가는 중인데 어디서 만날까.”
“나, 지금 사모바위에서 식사중인데 속히 내려가도 1시간은 더 걸릴 거야.”
“은평구청 앞 ‘The 좋은 당구장’에서 기다릴 테니 빨리 내려 와.”
얼마 전 지인이 소일거리 삼아 당구장을 개업했다. 요즈음은 나이든 어른들이 운동과 치매예방 등으로 당구장을 즐겨 찾는 추세다.
기자의 사무실에도 당구 고수들이 몇 명 있다. 애버리지 400인 모 국장은, 300을 치는 편집장과 미미한 실력의 기자에게 거의 힘도 못 쓰고 자빠진다. 지난주에도 영패를 면치 못했다. 곧 죽어도 술기운 땜에 컨디션 난조로 졌다고 우긴다. 고수가 고수다워야지. 하기야 편집장까지는 몰라도, 한참 아래 하수에게 졌다고 승복하기가 쉽지는 않겠지. 사모바위 아래서는 암벽타기 초보들이 리더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훈련 중이다.


# 사모바위

꿀 맛 같은 식사를 마치고 하산한다. 승가사를 거쳐 구기동으로 내려가는 게 최단코스다. 일행들 ‘내려가서 자기들만 남겨두고 혼자 가버리면 어떡하나’고 볼멘소리다.
불광역 인근 닭발 요리로 유명한 ‘계단집’에서 하산주를 하고 헤어지잔다. 입장이 난처해진다. 그래도 기자의 선택은 초지일관이다. 멀리서 오는 지인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순 없다.
당구장 안에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우리 지인들, 양장피 안주에 페트병 맥주 마시면서 시합에 열중이다. 기자가 합류하니 당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술자리로 모여든다. 가까운 지인들과 모처럼의 만남이다. 그동안 밀린 얘기들 나누면서 술 잔 돈다. 순식간에 5병 째 병마개를 비튼다.
2차는 서부경찰서 입구에 있는 돼지껍데기 전문집이다. 항시 손님들로 가득 찬, 지역 명품집이다. 연탄불에 석쇠 올려놓고 막창과 대창을 적당한 열기로 구워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소금 대신에 간장과 매운 고추로 만든 소스가 고기의 맛을 더해 준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대사관 지인에게서 날아 든 한 통의 문자. “잘 먹고 잘 살아라.” 많이 아쉬운가 보다. ㅋ ㅋ. 혼자 웃어준다.
3차는 인근의 서부세무서 먹자골목에 자리한 호프집이다. 여기도 만원관중이다. ‘경기는 침첸데 한 사발 집은 호황?’ 정답은, ‘서민들, 열 받아서 죽기 살기로 마시기.’ 역시 갈증에는 시원한 생맥주가 제격이다. 요즈음 한창인 은행꼬치도 구수한 게 맛이 들었다.
그나저나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이 걱정이다. 무사히 우리 곁에 와야만 된다.
등반의 끝은 정상에 서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내려오는 것이라던데….
전광훈 기자 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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