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조광환 선생님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고전소설 ‘이춘풍전’을 통해서 본 조선 후기 사회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양반전」에 양반 행실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양반은)배 고파도 참고 추위에도 견디며 가난함을 입밖에 내지 말아야 하며 기침일랑 입을 가려 적게 하고 관은 꼭 소매 자락으로 쓸어서 반듯이 쓰고 종을 부를 때에는 긴 목소리로 부르고 걸음은 팔자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손에는 돈을 쥐는 일이 없고 쌀값은 묻지 말아야 하며 아무리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말아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의관 없는 맨머리를 하지 말아야 하고 먹는 데도 국물을 먼저 떠먹지 말며 국물 마실 때 소리가 나서 안 되고 수저 놀리는 데 소리를 내선 안 된다. 파 마늘을 먹지 말고 술 마실 때 수염을 적시지 말지어다. 담배도 불이 이지러지도록 세게 빨아서 안 되고 속상하는 일이 있어도 아내를 꾸짖지 말고 골이 난다고 그릇을 집어던지지 말며 강아지 배때기를 차지 말아야 한다. 종을 꾸짖을 때 죽일 놈이라는 소리를 하지 말며 병이 나더라도 무당을 부르지 말며 화롯불에 손을 올려 쬐지 말아야 한다.”

양반노릇 하기도 힘들겠지요? 해마다 새해 명절에 즈음하여 TV에서 방영하는 마당놀이가 익살과 세태풍자로 신세대에게도 날로 인기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 중 재미있는 소재가 되는 〈이춘풍전〉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이춘풍전〉은 정확한 창작 연대와 작자를 알 수 없으나 조선 숙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조선 후기의 작품으로 추측되며,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의 풍속이나 민심 등을 살펴볼 수 있답니다. 먼저 그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숙종 대왕 평화로운 시기, 서울 다락골에 이춘풍이 살았는데 부자집의 외동아들로 인물과 재주가 뛰어났다. 그러나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놀고 먹는데 정신이 팔려 급기야 그 많던 재산을 모두 잃게 되었다. 이에 그 부인 김씨가 온갖 일을 하여 5년만에 금은 수천을 모아 의식 걱정 없이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본래 성품이 어디 가랴. 춘풍은 다시 방탕한 마음이 일어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호조의 돈을 빌려 평양으로 장삿길에 나선다. 평양에서 춘풍은 기생 추월의 계획적 유혹에 빠져 돈을 다 털리고 급기야는 그녀의 집 하인이 된다.






춘풍의 처 김씨가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하던 중, 평양 감사 부임설이 있는 참판 댁의 대부인을 사귀어 신망을 얻고 마침내 평양 감사로 가는 참판댁에 부탁하여 비장 벼슬을 얻게 되고 남장을 하여 평양으로 이춘풍을 찾으러 간다. 평양에서 김씨는 회계 비장을 맡아 교묘한 상술로 많은 돈을 벌어 감사에게 신임을 얻는다.

드디어 김씨는 남장을 하고 추월의 집을 찾아가 하인이 된 남루한 남편의 행색을 보고 추월에 대한 분노를 삭이며 복수를 하기로 한다. 추월은 잘생긴 남장한 비장을 유혹하려고 환대하지만, 비장은 춘풍과 추월을 잡아들여 형벌로 다스리고 추월에게 춘풍에게서 빼앗은 돈을 돌려주도록 한 뒤 상경하여 춘풍의 귀향을 기다린다.
춘풍은 장사에서 돈을 번 듯이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와 맞이하는 아내 앞에서 거드름을 피운다. 그날 저녁 아내 김씨는 비장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춘풍을 불러, 그의 평양에서의 행적을 폭로한다. 비장으로 변장한 부인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니, 춘풍은 부끄러워하면서 지난 일을 뉘우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선 후기 사회는 이미 곪을 대로 곪아 버린 여러 가지 모순에 심한 몸살을 겪고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당파 논쟁의 혼란이 극에 달해 소수 양반 가문만이 모든 관직을 독점하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많은 몰락 양반이 발생했고, 더 나아가 관직을 사고 파는 일까지 생겨났지요.

또한 농촌에 널리 퍼진 광작 (廣作- 넓은 면적의 토지를 혼자서 경작함) 현상은 영세 농민을 농촌에서 몰아 내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현실은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시에서는 도고(都賈- 한 가지 물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독점적 도매상) 상인들이 상공업을 지배하고 부를 축적하여 영세업자들을 몰아내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지요. 〈이춘풍전〉은 이런 사회에 대한 불신을 그 내용으로 하여 그 당시 세태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음호에 계속>

[편집자] 이 글은 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이신 조광환 선생님(전북 학산여중)이 들려주는 청소년을 위한 동학혁명이야기입니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고 그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란 생각에서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