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혼자 올라오기 뭣한게 고모 대동해서 왔당게"

사행성 게임장 얘긴 그만 하자. 바깥 양반 뿐 아니라 익산떡도 갔었다는 얘기까지 했다. 대충 내막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어쨌든 바깥 양반은 그렇게 몇차례 사행성 게임장에 들렀고, 익산떡은 때론 그 경비까지 제공했고, 바깥 양반은 또 그렇게 돈을 잃었다. 땄으면 별문제였을 터이다. 그런데 이놈의 사행성 게임장이란 게 지난 번에도 얘기했듯 절대 딸 수 없게 돼 있다.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엔 사행성 게임장 마니아들이 꽤 드나드는데 그들의 무용담을 엿듣고 있자면 결론은 `잃는다`는 것이었다. 바깥 양반도 마찬가지다.

다시 얘기를 원점으로 돌린다. 바로 익산떡에 의해서 본가가 있는 정읍으로 내려간 바깥양반 얘기다. 이 부분 조금 수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취재원에 의한 정정 보도 요청이 있었다. 취재원, 물론 익산떡이다. 지난번 "`내려가부러`라는 익산떡의 명령에 의해 본가로 내려간" 이라고 표현했다. 기사를 읽은 익산떡, 아니라고 잡아 뗀다. `익산떡에 의해서`가 아니고 `본인의 의지`라는 것이다. 화자와 익산떡 사이에 잠깐의 격론이 오고 갔다. 결국 그게 그거 아니냐는 게 화자의 주장이었고 익산떡은 `내려가부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화자 양보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정한다. 익산떡의 강압된 언행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의지로 내려간 바깥 양반이다. 이쯤되면 익산떡의 요구대로 정정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내려간 바깥 양반. 지난번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한 이틀 쯤 지났을까, 분주히 일터를 차리고 있던 익산떡 화자에게 한마디 했다.

"이 양반, 하루에 열댓번도 더 전화기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여…."

말인즉 자신에게 걸려올 전화를 엄청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화자 이해한다. 둘의 관계를 너무나 잘 알기에…. 그리고 그 말속엔 자신의 바램도 일정부분 담겨 있음을…. 아니 어쩌면 익산떡이 더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날 막걸리 파티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화자의 정신이 다소 몽롱해지고 있을 무렵, 익산떡 전화벨이 울렸다. 컬러링이라고 하나…. 최근 유행하는 트로트 곡이 분명한데 화자 노래 제목은 모르겠다.

익산떡 전화 받는 태도가 자못 진중하다. 화자, 자연히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내용은 알 수 없다. 익산떡 답지 않게 푹 가라앉은 목소리다.

통화가 끝난다. 아니나 다를까, 만면에 웃음을 띈 승리자의 얼굴로 화자에게 다가온다. 화자 앞에 놓여 있는 막걸리 사발을 들어 목을 축이더니 차마 참지 못할 승리의 포효를 내지른다.

"참∼나…이 양반, 그럴거면 뭣하러 내려가갔고…."
"……?"
"애들 고모 전화여!"
"고모?"

내려간 지 이틀이 지난 뒤 걸려온 바깥 양반 사촌여동생의 전화. 여동생 얘기인즉슨 오빠와 지금 함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깥 양반이 올라가고는 싶은데 혼자 가기 뭐하다고 여동생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어디로? 바로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으로….

<글: 정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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