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찬양=수구 논리, 북한 ‘위대한 수령’ 논리와 같아”
“이승만,박정희 찬양=수구 논리, 북한 ‘위대한 수령’ 논리와 같아”
  • 승인 2011.12.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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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정태헌 고려대 교수-1

‘친일파 청산’, ‘5·18 민주화운동’ 삭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북의 인민민주주의처럼, 자유민주주의 역시 특정 정치제도에 국한
경제발전 지속적으로 이룬 나라 한국이 유일, 민주화 수반됐기에 가능
진정한 보수라면 복지와 교육부문만큼은 박정희 수용해 근본 삼았어야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 환경 등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 문성근 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등 21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역사문제연구소 소장) 교수와 그 시간을 가졌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 발표해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절차상으로는 교과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 공동연구진’, 교과부 장관 자문기구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역추위), 역사학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등 역추위 위원 9명이 사퇴했고, 10월엔 연구진 위원장직과 역추위 위원직을 맡고 있는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국사학과)가 ‘비민주성’을 거론하며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내용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뜨겁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에서 ‘독재’가 빠지고 ‘독재화’란 개념이 등장했고, ‘친일파 청산’과 ‘5·18 민주화운동’은 삭제되기까지 했다.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정 교수는 “교과부가 뉴라이트로 대변되는 세력들의 ‘정치논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민주주의와 남북관계를 후퇴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 보수세력들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대비하거나 적대적 대립의 의도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정말 자기 내용이 없다. 1950년대 발상을 6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정태헌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최근 역사교과서 문제로 말들이 많다. 교과부장관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국민들 입장에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할 수 있을 텐데.
▲ 국민들은 먹고살기도 바쁜데 또 무슨 논쟁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부 들어서 사사건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교과서를 붙들고 늘어지고 있다. 교과서라는 게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본 틀과 방향을 제시하는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새로운 집필기준으로 강조한 하나가 ‘헌법의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헌헌법부터 현재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자유민주주의’는 거론되지 않는다. 헌법을 한 번 펼쳐놓고 읽어봐라. 다만 1972년 유신헌법을 만들 때의 개헌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서술적으로 ‘자유롭고 민주적인(free and democratic) 질서’를 말한다. 민주주의 개념의 큰 특징이자 장점은 ‘채워나가는 과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앞에 수식어를 붙이면 사실 ‘민주주의를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유신정권의 한국적 민주주의를 봐라.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란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자유민주주의는 사실 특정한 정치제도에 국한된다. 그게 민주주의의 최종점이 될 수도 없거니와 경제나, 문화 향유, 복지 등의 문제로 나아가면 자유민주주의 개념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내용이 계속 나오게 된다. 
아마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대비하거나 적대적 대립의 의도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정말 자기 내용이 없다. 1950년대 발상을 6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고집하고 있으니. 지금 상황에선 누가 봐도, 남과 북을 비교하는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는데, 속된 말로 체제대결의 승부는 이미 끝났는데 남과 북을 대비시키고 내가 우월하다고 해야 마음이 편한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보수가 아니다. 수구세력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콘텐츠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북한 때리기, 반북에만 매몰되어 있으니 이런 발상이 나오는 것이다.   

- 이 밖에도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에서 ‘독재’가 빠지고 ‘독재화’란 개념이 등장했다. 또한 ‘친일파 청산’과 ‘5·18 민주화운동’ 또한 삭제됐다.
▲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참 중요하다. 흔히 보수라고 하면 ‘지신(知新)’보다 ‘온고(溫故)’에 방점을 두는 경우인데, 그러면서도 보수는 현재까지 변화하고 발전한 내용을 안은 가운데 현재나 미래 국면을 보수적 마인드로 접근한다. 그러면 해방 후 지금까지 한국이 세계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게 오로지 경제발전뿐일까? 민주화 과정이 수반되었기 때문에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1990년대까지 세계 현대사에서 2차 대전 이후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국가 가운데 경제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민주화가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만 두고 보면 한때 반짝한 나라는 많다. 그런데 왜 지속되지 못했는가. 독재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는 필리핀, 남미 경제를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부러워했다. 그런데 이 나라들은 민주화가 부침을 겪으면서 한참 뒤에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민주화는 사회구성원의 자발적 에너지를 묶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한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발전과 민주화, 이 두 가지 길을 함께 걸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보부 통계를 봐도 적어도 1970년대 중반까지 북한 경제가 남한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오늘의 북한 경제사 왜 저렇게 됐나. 민주화가 봉쇄되고 유일체제가 굳어져 경제 생산성을 확장시킬 내적 계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 보수라면 설령 과거에 민주화에 인색했더라도, 이미 제도화한 민주화 문제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안고 가야 한다. 지금은 21세기다. 민주화를 부정하면 수구지 보수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 온 이승만?박정희 시대는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분명한 것은 이를 극복해야 나은 사회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그게 민주화 아니겠는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앙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살아나는 게 아니다. 현재 수구세력의 논리는 북한의 ‘위대한 수령’ 논리와 사실 다를 게 없다. 옹색하게 논리를 만들려고 하니까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독재를 부정할 수는 없으니, ‘독재화’와 같은 말장난 표현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 해방정국에서 남북 각각의 단독정부 수립 이후 60여년이 지난 오늘의 남북 경제 상황을 보면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매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21세기 한국 경제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제대로 가려면 박정희 시대의 유산을 넘어서야 한다. 동서고금을 떠나 어느 독재 권력도 경제발전엔 신경을 쓴다. 권력을 계속 쥐려면, 주관적으로는 국리민복을 생각하고 정책을 실시한다. 이승만 정부도 반북론 하나로만 통치하다가 1956년 정부통령 선거를 계기로 민심이 떠난 사실을 깨달으면서 경제 문제를 신경 썼고, 4월 혁명으로 집행이 무산되었지만 경제개발계획도 입안했다. 그걸 장면 정부가 받아 시행했고 장면 정부를 무너뜨린 박정희 군사정부의 초기 경제개발계획 원안도 사실 이것이었다. 총칼로 집권했으니 경제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경제에 일로매진했다. 문제는 지속성에 있다. 최빈국 수준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자원을 투여하면 성장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1987년을 계기로 민주화가 제도화된 이후에도 경제성장률 수치로만 보면 박정희 시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독재 권력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박정희 정권은 아주 초보적 수준이지만 복지정책에도 착수했다. 예컨대 의료보험제도가 박정희 정권 말기에 시작됐다. 그런데 오늘의 수구세력은 오로지 신자유주의에 편승해 복지문제에 늘 반대했다. 요즘 국민들이 복지를 외치니까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벌써 수용해서 정책의 근본으로 삼았어야 했다. 제대로 된 보수라면, 이런 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했다. 75년부턴 중학교 무시험, 77년부턴 고등학교 무시험 제도가 탄생했다. 입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발상들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이것도 잘못됐다고 한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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