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연속기획> 잇따른 보 누수 이어 고위공직자 주변땅 투기 의혹

4대강 16개 보 인근 부동산에 땅을 소유한 전?현직 정부 고위 공직자 및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이 밝혀졌다. 4대강 16개 보 인근에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은 총 40명으로 투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인기 국회의원(한나라당)을 포함해 16명의 지역 정치토호들은 2008년 이후 4대강 16개 보 인근에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사회는 “결국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땅 투기꾼 살리기 사업이었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편 4대강 사업의 16개 보 가운데 무려 9개의 보에서 누수 현상이 일어나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 안팎 곳곳에서 후유증이 잇따르고 있다.   




땅값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이들…

관보(정부에서 발행하는 신문)의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11명의 고위 공직자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4대강 사업지 주변 5km 이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보상으론 이헌석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가장 많은 땅을 샀다. 그는 2011년 8월 부인 이름으로 칠곡보 근처에 위치한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산리 임야 65854㎡(1만9955평)를 구입했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나온 이헌석 전 청장은 1973~91년 교통부와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서 일했다. 토건관료 출신이다. 지방의회에서는 전성배 대구시의원이 눈에 띈다. 그는 2009년 4월~2010년 11월 본인과 부인 이름으로 강정 고령보·달성보 인근 논 5832㎡(1767평)를 매입했다. 지역구가 칠곡군인 3선의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 김재수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임기가 2006~2010년인 권혁산 전 경기도의회 의원도 보 주변 땅을 샀으나 1000㎡가 채 되지 않았다.

장세호 전 칠곡군수(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대책위 칠곡군본부장)는 2008년 5월 부인 이름으로 칠곡군 기산면 밭과 임야 4724㎡(1431평)를 샀다. 그가 구입한 칠곡보 주변 땅값은 계속 올랐다.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 땅은 2009~2010년 공시지가가 20% 올랐다. 2010~2011년 7월엔 17% 상승했다. 칠곡보 주변 약목면 땅의 공시지가는 이처럼 10~17% 올랐다. 장 전 군수의 땅 가격도 올랐을 것으로 추측된다.





# 고위공직자들 4대강 주변 부동산 소유 현황(위)과
  2009~2010년 공시지가 벼동상황


임기가 2006년 5월 이후로 이명박 정부와 활동 시기가 겹치는 전·현직 지방의회 의원 36명은 2008년 이전부터 16개 보 주변 5km 이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거래 시기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전이므로 4대강 사업 관련 투기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공익성’은 결과적으로 곧 이들의 사익이 되었다는 비난이 거세다. 보 주변에 대규모의 땅을 가진 의원들은 대부분 부동산과 예산·결산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창녕합천보 주변 땅 3만2933㎡(9979평)를 소유한 강모택 전 경남도의회 의원은 2006~2010년 임기 동안 경제환경문화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그는 강모종합건설 사장이기도 했다. 사익을 추구하는 건설사 사장과 공익을 대표하는 경제환경문화위원회 의원은 지방의회 지붕 아래서 쉽게 한 몸이 된 셈이다.

2006~2010년 재직한 원욱희 전 경기도의회 의원은 여주보 주변 땅 6만987㎡(1만8480평)를 갖고 있었다. 그는 여주군청에서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일했고 면장도 지냈다. 전 군수 3명, 전 도지사 1명도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2006~2010년 재직한 정우택 전 충북지사는 여주군에 2만6010㎡(7881평)의 임야를 2008년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었다.




투기꾼과 정치 토호들 이율 상승

11월 30일자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 ‘기획부동산 판단법’에선 5번째 근거로 ‘개인(단독소유) 등기가 아닌 공유지분으로 등기’라고 밝히고 있다. 환경연합이 ‘4대강 16개 보 인근 5km 부동산 소유현황’을 파악하며 확인한 토지대장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몇 차례 발견되었다. 2008년 6월까지 개인의 소유였던 여주군 흥천면 부동산이 단 하루만에 26명의 공동소유자로 바뀐 것만 해도 그렇다. 올해 1월 정병국 문화체육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투기의혹을 샀던 양평군 개군면 부동산과 비슷한 경우다.

환경운동연합 안철 정책국 간사는 “4대강 사업이 살릴 수 있는 것은 부동산 투기꾼들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지가는 일부지역에서 2008년에 비해 67% 이상 올랐고, 부동산이 과열되고 있는 조짐들은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는 여전히 손 놓고 있고, 수자원공사는 여전히 ‘어떤 식으로 개발을 해야 이익을 내는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 사이 부동산 투기꾼과 지역의 정치 토호들은 충분히 이득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16개 보 공사 현장 1km 이내 땅 수십 곳의 지번을 무작위로 골라 2009~2011년 공시지가의 변동을 살폈다. 예외 없이 땅값이 올랐으나 2010년 12월 8일 이후 상승폭이 컸다. 2010년 12월 8일은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를 위해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날이다. 이명박 정부가 친수구역으로 지정해주는 땅은 기존의 각종 환경규제 등에서 풀려나 토목건설의 자유를 얻었다. 친수구역 주변 땅값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달성보 인근 33곳 지번의 공시지가는 2010~2011년 7월까지 10~21% 상승했다.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성하리 땅값은 21% 올랐다. 이곳의 공시지가는 2010년에도 16% 올랐었다. 경기 여주군도 마찬가지다. 이포보 주변 31곳의 공시지가는 10∼47%까지 치솟았다.




끊이지 않는 정경유착 의혹

‘토건경제’란 말은 흔히 일본 경제의 거품을 분석할 때 쓰여 왔다. 일본은 토목건설 기업과 관료, 정치인 등의 유착으로 필요 없는 공공건설 사업에 국민 세금을 투자해 경제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토목건설사의 사주와 토목건설 사업을 지지하는 정당과의 유착은 공공연한 일이다. 건설사가 퇴직 관료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 선거에도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16개 보 사업을 둘러싼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과 토건 세력들 역시 일본의 사례와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제36조 1항), ‘지위를 남용해 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해서는 안 된다’(제36조 3항) 등의 조항들은 무시됐다.

여기에 친수법 날치기 통과는 정치권과 토건 세력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친수법은 원칙적으로 10만㎡ 이상의 규모의 지역에 대해 친수구역을 지정하게 돼 있지만, 예외적으로 3만㎡ 규모의 지역에도 친수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투기목적의 소규모 난개발 탓에 하천 오염은 물론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업시행자가 친수구역사업의 일부를 위탁할 수 있어 공공과 민간의 이익연합이 가능하다”며 “개발이익을 둘러싼 공공과 민간 간의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친수구역은 그만큼 난개발의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1990년대 후반, 난개발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던 준농림제는 각종 수질오염총량제와 물이용 부담금의 단초가 됐다”며 “친수법은 이런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바, 지금까지 사회적 논의와 진행과정에 대한 정반대의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친수구역조성위원회 위원 선임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청계천 사업을 벌이면서 비리에 연루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양윤재(62)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4대강 친수구역 조성위원회 위원에 선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수구역조성위원회는 친수구역 지정 및 변경, 실시계획 수립 및 변경, 기금 운용 사항, 주요 정책 사항 등을 심의하는 핵심 기구다. 권 장관 외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당연직 5명, 위원회 추천위원 3명, 중앙행정기관 추천위원 1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연직을 제외한 위원은 국토부장관이 임명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친수구역조성위원회 구성은 친수구역법이 애초부터 난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었음을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친수구역조성위원회가 MB의 친구들과 친4대강 인물들로 채워졌다”며 “4대강 주변을 마음대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패거리 자본주의’에 해당한다”며 “위원회 구성원과 업무 등을 모두 밝혀라”고 촉구했다.




9개보 잇따른 누수, 붕괴 가능성도

문제점은 비단 부동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땅 부자들의 친수구역 개발로 인해 결국 국민이 마시는 물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이전 점오염원은 비교적 잘 관리되었으나 문제가 되는 것은 비점오염원이었다”며 “개발을 통해 도시화된 곳일수록, 농지보다 비점오염원이 더욱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오염총량제나 물이용부담금과 같은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오염총량제의 붕괴를 인정하지 않았던 국토부였으나, 구미시 김석동 구미시 건설도시국장은 “국토부와 오염총량제 개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교수는 “국민이 안전하게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는 친수법을 포기하고, 1990년대 후반의 준농림제를 떠올려야 한다”며 “아직 친수구역 개발에 관한 계획이 없는 만큼, 당장 중단하고 법을 폐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주문했다.

최근 4대강 사업의 16개 보 가운데 무려 9개의 보에서 물이 샌 흔적이 발견된 점도 논란이다. 국토해양부는 16개 보를 점검한 결과 9개 보에서 누수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누수가 확인된 보는 낙동강 상주보와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와 금강 공주보다.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국토부는 “누수는 매우 경미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살짝 물이 비치는 정도이기 때문에 누수 측정마저 곤란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미 개방행사를 가진 보에서 누수현상이 발생한 것은 무리한 공사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이다. 겨울철에도 공사를 강행함으로써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겨난 누수라는 것. 날이 풀리거나 장마가 다가왔을 때 보 붕괴 등으로 인한 홍수 등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와 시민환경단체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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