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현직의사로 영화 ‘하얀 정글’ 만든 송윤희 감독-1

산업의학 전문의 의료체계 문제점 진단 위해 카메라 들어
과잉경쟁과 30초 진료실태, 의료민영화 허상 등 고발
환자와 의사들 수없이 촬영 거절,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기도
‘의사 고발’ 영화로 오해, 의료민영화정책 반대 영화일 뿐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등 21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현직 의사이면서 영화 ‘하얀 정글’(영화사 진진)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송윤희 감독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12월 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하얀 정글’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다뤄 한국판 ‘식코’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현직 의사인 송윤희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구체적인 사례와 증언을 생생하게 담아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산업의학과 전문의인 송윤희 감독은 병원들의 과잉경쟁과 30초 진료실태, 의료민영화의 허상 등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병원의 내부 사정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선택이다.
송 감독은 “병원에서 서러워 본적 있는 분들, 영화를 보고 같이 좋은 방향으로 주체가 돼서 이끌어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의료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논의 등은 영화를 본 관객들과의 대화 이후 설정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언론보도와 관련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송 감독. 그는 “그간 영화가 언론에 많이 노출됐는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의사가 의사를 고발하는 영화’로 일축되는 것 같다”며 “의사가 의사를 고발하는 게 아니라 의료민영화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감독은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선 의사들이 연대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영리병원에 들어가고 나서, 힘든 것 알고 나서야 민영화 반대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향후 많은 의사선생님들과 토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송윤희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영화를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1차 진료를 하고 있는 남편에게서 어느 날 돈이 없어 당뇨 치료를 방치하고 있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실제로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는 걸 포기한 분을 남편을 통해 만났다. 신문에 나오는 기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더라. 피부로 와 닿았다. 의료 사각 지대가 있을 것이라고 가늠할 수는 있었지만, 막상 환자로 만나니 남편도 나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문제를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영화를 처음 기획하게 되었다. 또 이후로 우리나라 자체의 의료 문제를 다루는 콘텐츠가 없어서 꼭 필요할 것 같아 만들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두면 감성적으로 흐르니까,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지양하려 했다. 이 문제가 결국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한계점들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루고 싶었다. 무엇보다 의료민영화 정책을 최대한 반대하고자 만들었다.

- 영화 속 인터뷰이들은 어떻게 섭외했나.
▲ 보건의료사회단체의 활동가 분들에게 묻기도 하고, 아는 의료 종사자 분들에게 환자 경험담을 묻기도 했다. 그렇게도 닿을 수 없는 분들은 간신히 메일로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환자 분들의 경우 카메라 앞에서 호소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의료 종사자 분들도 취지에 동의해 도움이 되고자 어려운 발언을 해줬다.
물론 수없이 많이 거절당했다. 인터뷰 하러 갔는데 안 만나겠다고 하더라. 나를 이용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이었다. 의사들과는 메일로 주고받았는데, 메일로도 힘들다고 하더라. 섭외과정이 힘들었다.

- 동료 의사들 반응은. 
▲ 대개의 기사는 대중의 클릭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눈에 띄는 내용으로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동료들 중 일부분은 의사가 의사를 고발했다고 여기더라. 저는 분명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를 나름의 시각으로 다뤘다. 의사 개인을 고발한 게 아니다.
한편으론 응원한다고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동기들이, 선후배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 비판도 많이 당했다. 

- 다큐멘터리 장르다. 어떤 한계가 있었나.
▲ 아무래도 촬영 과정에서 벽이 많았다. 병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촬영이 금지된다. 촬영을 하고 싶으면 촬영 목적을 알리고 홍보팀의 에스코트 하에서 진행해야 한다. 공중파 방송 보도국이야 쉽게 허락을 얻을 수 있지만 독립 다큐는 하대 받을 게 뻔하기에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척하면서 몰래 촬영을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어떻게 병원 대기실에서 허락을 받고 공개적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뒤에서 깜짝 놀랄 쌍욕을 들은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자신을 몰래 찍은 줄 안 망상증 환자 분이 발작을 한 것이었다. 곧바로 카메라를 내렸고, 그 때 촬영한 것은 쓸 수가 없었다.
미학적인 부분은 신경을 안 썼다. 다큐다 보니 메시지 전달에만 신경 쓰게 됐다. 감정적인 충족도는 있을지 몰라도, 아주 드라마틱한 것은 없다. 팩트 전달에 충실했다. 팩트지만 다분히 제 개인적인 입장과 시각에서 객관화시켰다.

- 영화에 꼭 넣고 싶었는데 제외된 부분은.
▲ 병원 고위 관계자들이나 의협, 병원협회와 같이 조금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할 분들을 촬영하고 싶었다. 그러나 애초에 저의 정체(인도주의실천 의사 협의회의 회원)를 알고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딱 한 분은 만남은 허락했으나 촬영은 허락하지 않았고, 녹취와 사진 촬영 정도만 허락했다.
보수적인 의사들의 생각과 논점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화에는 삽입하지 않았다. 그 외에 편집 중 인터뷰이들에게 녹취록을 보여주면서 최종본에 들어갈 내용들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정말 넣었으면 하는 대목들이 많이 빠지기도 했다.

- 미국의 의료체계를 다룬 영화 ‘식코’와도 비교된다.
▲ 일단 이 영화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제를 다뤘다. ‘식코’랑 차이는 여기에 있다. ‘식코’는  ‘막장의 의료체계’를 다뤘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의 상태까지 가지 않았다. ‘식코’는 정녕 막장의 이야기와 막장의 갈등, 막장의 민간보험, 공공의 적 등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게다가 ‘식코’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깡이 있다. 하지만 저는 많은 환자분들에게 감정이입이 돼 ‘식코’처럼 시원스럽진 않았으리라 여긴다.
저는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직접 출연자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동의를 얻어서 추가된 항목을 통해 재편집했다. 제겐 각각의 항목이 중요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선 ‘식코’와 비슷한 얘기일 수 있다.

 - 영화의 총 제작비와 촬영 기간은.
▲ 인건비, 진행비 다 빼고 순수하게는 800~900만원 가량 들었다. 남편이 지원해줬다. 촬영은 2010년 9월부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 약 3개월, 추가 촬영은 꾸준히 편집 중에 이어갔다. 촬영 기간보다 편집과 후반 작업이 두 배 이상 걸려서 총 9개월 정도의 촬영 기간이 걸렸다.

- 속편 계획은.
▲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가 남의 삶을 인용하는 것이라 쉽지 않은 작업임을 깨달았다. 초창기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산업보건 쪽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다고 했는데, 솔직히 고발 다큐는 너무 마음고생이 많은 일이다. 하지만, ‘하얀 정글’ 만들 때 그랬던 것처럼, 꼭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면 아마도 또 카메라를 들 것 같다. 차기작은 극영화에 도전하고자 시나리오를 열심히 쓰고 있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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