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잡초 박사’ 고려대 강병화 교수-1

28년간 잡초 연구에만 매진, 전국 안 가본 곳 없어
이름 없는 잡초? 이름 모를 잡초라고 말해야
국토개발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 식물종 줄여
엄청난 번식력 가시박, 사람,동물 모두에 해로워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등 22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잡초 박사’로 알려진 강병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1984년 독일에서 귀국한 이후 얼추 3900일 정도 대한민국 거리를 누볐다.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조사할 생각이었다. 주변은 물론이고 북한산, 월악산,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도중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2004년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생각했다. ‘이대로 세상과 작별하기엔 너무 억울하다’고. 종자 정리를 못했기 때문이다. 일어나면 종자 정리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는 2월 정년을 앞두고 있고, 기나긴 강단 생활 마지막 학기까지 완료된 상황이지만 강 교수는 그간의 소회 대신 식물 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야말로 ‘식물의, 식물에 의한, 식물을 위한’ 얘기들로 인터뷰 시간을 가득 메웠다.
강 교수는 야생종자의 번식을 막는 가시박 등 생태교란식물 제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특히 “가시박은 ‘식물의 황소개구리’로 불릴 정도로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는 교란종”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강 교수는 “이미 확산된 가시박 때문에 4대강을 비롯 온 국토가 ‘가시밭 길’이 될 것”이라며 “20년 전부터 가시박 문제를 주장해왔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람들도, 환경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병화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30년 가까이 잡초 연구에 매진해왔다. 
▲ 1984년 독일에서 귀국한 이후 얼추 3900일 정도 대한민국의 모든 산야와 거리를 누볐다.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조사할 생각이었다. 주변은 물론이고 북한산, 월악산,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주행거리만 77만 킬로미터이니 요즘 기름 값으로도 2억 5000만원 쯤 될 것이다.
제주도만 스무 번 갔다. 그런데 관광할 여유가 없었다. 바닷가에 나는 풀만 보고 다녔다. 도중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2004년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생각했다. 이대로 세상과 작별하기엔 너무 억울하다고. 종자 정리를 못했기 때문이다. 일어나면 종자 정리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생애를 바쳐 연구한 결과물이 2008년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 ‘한국생약자원 생태도감’이라는, 2037종의 식물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1300여 쪽의 하드커버 3권짜리 책이다. 사진만 1만 6238컷이 담겨 있다. 개별 식물마다 씨앗에서 싹이 터서 자라고 소멸돼 가는, 식물의 전 생애를 담았다.

- 책값이 꽤 비싸다고 들었다.
▲ 80만원이다. 어떤 곳에서도 출판을 안 하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2억 5000만원을 빌려 출판사에 미리 제작비를 줬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주고 나머지는 상황 될 때 갚으라’고 했다. 출판은 됐는데 도서관에서도 비싸서 사주질 않는다. 한의사들이 관심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제목도 ‘생약자원’이라고 했다(웃음).

- ‘이름 없는 잡초’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인다. 학문적으론 성립될 수 없는 말 같은데.
▲ 이름 없는 잡초는 없다. 전부 이름이 있는데 관심이 없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름 모를 잡초’라고 말해야 한다. 이름 모를 잡초들에게 사람들은 이름을 붙여주기 마련이다. 어떤 잡초를 두고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모두 다르다. 제 고향이 상주인데, 거기선 ‘벌금다지’로 불리는 게 다른 곳에선 ‘부부다지’로 불리곤 한다. 식물학적으론 ‘벼룩나무’라고 불리는 것이다. 남북의 경우 식물의 35% 정도 통일된 이름을 사용한다. 식물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25만에 이른다. 한국의 식물은 재배하는 벼, 보리까지 합쳐 5000종 정도 된다.        

- 잡초는 흔히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나.
▲ 이로움 보다는 해로움을 주는 식물 정도로 일컬어진다. 흔히 논밭에서 농민들이 곡식을 재배하기 위해 방제한다. 하지만 수많은 잡초 중에서도 약초로 활용하면서 유지시켜야 하는 식물들이 많다. 이른바 자원식물들이다.

- 강 교수가 수집한 종자는 국내에서 수집할 수 있는 자원식물의 90% 이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 대한민국 영토 7000군데서 종자를 받았다. 풀은 이동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국토개발 등으로 이동이 불가피하다. 저 역시 7000군데를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풀 종자를 구하는 데엔 여러 고충이 따랐다. 국립공원이나 산에서 떼어오면 범법행위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사실 우리 주변에 있는 게 대부분 약초다. 지금은 웰빙식품이니 뭐니 하지만, 가난할 땐 다들 식용했던 풀들이다. 정확하게 알고 먹으면 좋은 것들이다. 그래서 종자를 잘 받아내야 한다.

- 흥미로운 식용 식물을 꼽아 보자면.
▲ 어느 날은 추사 김정희 묘소에 가니, ‘백송’이 피어 있더라. 중국산인데 애초 ‘백피송’이라고 불리기도, ‘사피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40년 지나면 껍질이 하얗게 변한다. 껍질이 백껍질 같아서 사피송이라고도 얘기한다. 이것도 약용식물이다.

- 씨가 마른 식물도 있는가.
▲ 국회의원들이 예산 따내려고 다리 놓고, 뭐 한다고 산 깎고 이러는데, 그거 다 환경파괴에 속한다. 환경도 파괴되고, 기후도 변화하니까 씨가 마르는 식물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멧돼지 개체수가 늘면서 식물을 다 파먹는다. 그래서 종자를 받아놔야 한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식물을 꼽자면.
▲ ‘왕고들빼기’라는 식물이 있다. 시골에서 토끼 한 마리 키우면 토끼가 왕고들빼기를 그렇게 잘 먹는다. ‘상치’와 같은 계통이어서 요 사이는 상치 대용으로 쓰인다. 저는 그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지금은 온 사방에 널렸다. 농촌진흥회에서 품종도 개량해서 나오기도 한다.                

- 학자 입장에서, 식용하기 좋은 추천 식물이 있다면.
▲ 식용할 야생식물은 많다. 다만 어떤 것이든 많이 먹으면 해롭다. 야생식물은 저마다 독소가 있다.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뜯고 캐고 물에 담아서 독소를 빼낸다. 그렇게 독소를 빼내도 많이 먹으면 안 좋다. 

- ‘가시박’을 두고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고 하는데, 어떤 피해를 입히나.
▲ 우선 번식력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여름에 번식력이 가장 강하다. 손가락에 살짝 얹어놓으면 몇분 지나 손가락을 감싸버릴 정도다. 여름엔 하루 30센티 이상씩 자란다. 하나의 종자에서 왕성하게 자라나는 가시박은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킨다. 이를테면 나무 전체를 덮으면서 감고 올라가 나무의 광합성을 저해해 고사시킨다. 동물이나 사람에게도 해롭다. 과실 표피에 있는 가시는 예리해서 인체에 피해를 주고, 피부병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발생지역에서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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