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승인 2012.01.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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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화자 위해 케이블까지 신청했는데…

죄송합니다. 이 말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독자님들에게도, 익산떡에게도…. 길레스토랑에 자주 가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이 꼭지도 뜸해질 수밖에 없다. 연재물이다보니 의무적으로라도 글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다. 간혹 독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 죄송합니다.  특히 익산떡에겐 더 죄송할 수밖에 없다. 그럴 이유가 있다.

화자 스포츠 관람 좋아한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주로 텔레비전을 통해 본다. 특히 이승엽의 광팬이다. 그의 인간성 때문이다.

언젠가 화자 기자질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이승엽 직접 본 적 있다. 그가 일본 가기 전이다. 그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뛸 때다. 아마도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다음날 쯤 될 것이다. 화자의 쉼터가 있는 회기역에서다. 아침 출근을 위해 전철역에 갔다. 회기역 엄청 복잡하다. 출근시간 사람 엄청 많다. 그 틈에 끼여 전철을 기다렸다. 그런데 결코 낯설지 않은 한 사내가 화자 옆에 서 있는 게 아닌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가만히 살펴봤다. 누구지? 채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아하!". 전날 한국시리즈 결승전에서 뒤지던 팀에 역전 우승의 계기를 만든 그 스타. 그러니까 56호 홈런으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그 스타. 바로 이승엽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긴가 민가 했다. 왜냐…이승엽이 이 시간에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전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 많은 사람들도 그가 이승엽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더 들여다 봤다. 분명했다. 옆구리를 찔렀다. "저…혹시…이…승…엽…선수 아니세요?" 고개를 돌린다. 맞다. 그 스타다. 꾸벅 인사를 한다. 쑥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쩌다, 이곳에…." 신분을 밝히기도 전에 궁금한 질문이 먼저 나간다. 전철이 들어온다. 인천행이다. 타야 한다. "시청역 가려면 이것 타면 되나요?" 대답 대신 질문이 돌아온다. "그렇지요." 같이 탄다. 출근시간 전철 안은 복잡하다. 그제서야 신분을 밝힌다. "아하…." 이승엽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다시 물었다. "어쩌다, 이곳에…." 전날 경기를 마치고 처갓집에서 잤단다. 처갓집, 창동역 부근이란다. 갈비집을 한단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그래서 삼성야구단 단장과 감독, 주역 선수들이 모여 중앙 언론사들에 인사를 다니기로 했단다. 아침 일찍 프레스센터 앞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처갓집에서 택시를 탔단다. 길이 막혔단다. 발을 동동 굴렀단다. 약속시간 때문이란다. 회기역 부근에서 택시 운전사가 전철을 타는 게 빠를 것이라고 일러주더란다. 그래서 이곳에 있던 것이란다. 참고로 그는 서울 지리는 잼병이다. 주로 고향인 대구에서 나고 자라고 생활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화자, 이전에도 이승엽과 인연 있던 터였다. 직접적 인연은 아니고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그런…. 화자가 기자질하며 입에 풀칠하던 신문사에서 스타 데이트…뭐, 그런 쓰잘데기 없으면서도 독자들이 혹 할만한 꼭지를 기획했는데 화자 그때 그 기획물을 담당하는 부서 책상자리를 맡고 있었다. 주로 스포츠 스타와 연예 스타의 미팅을 주선하고 중개해주는…. 그때 스포츠 스타로 이승엽이 선정된 적이 있었다. 연예인은 엄정화였나…그랬을 것이다.

얘기했더니 기억한다. 재미있었단다. 결혼하기 전이니….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정확히 22분간을 함께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국민들, 아니 서울 시민들 진짜 낯 많이 가린다는 걸. 출근길 전철 안. 조용하다. 사람들은 빽빽하지만 숨소리만 들릴 뿐. 그런데 그곳에서 바로 전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함께 하고 있는데 사인 요청은 커녕 아는 채 하는 이 하나 없었으니…. 조용한 전철 안에 화자와 스포츠 대스타의 얘기 소리만 잔잔히 울려퍼졌다.

<글: 정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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