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강정평화걷기릴레이’ 한국작가회의 이은봉 사무총장-1

대한민국 대표 작가들, 임진각서 강정마을까지 527km 릴레이걷기
“걸음은 인간의 본질적 특징…자유?,평화,박애 구현 위한 힘찬 걸음”
“결과 좋지 않더라도 새로운 평화운동으로 진보할 것”
“인간 근원에 ‘공동체’ 꿈 없다면 존재 자체 불가능”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 문성근 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정혜신 박사 등 22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시인.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그 시간을 가졌다.

작가회의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가들은 현재 임진각에서 강정마을까지 한 달간 도보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 산하 여성과인권위원회와 자유실천위원회는 1번 국도를 따라 임진각에서 제주 강정마을까지 527㎞를 걷는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선포식을 지난 12월 26일 임진각에서 열었다.

시인 도종환·안도현, 소설가 현기영·공지영, 문학평론가 염무웅·황현산 등 100여명의 참여 작가들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25박 26일 동안 총 527㎞를 50여개 구간으로 나눠 걷는다. 구 이사장은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가 지닌 미증유의 폭력성을 철폐하고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첫 구간인 임진각에서 파주소방서까지 총 8.64㎞ 구간은 참여 작가들과 지역 대표 등 30여명이 함께 걸었다. 이어 오후에는 신용목 시인과 백가흠 소설가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12월 28일엔 국회 앞을 경유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날 이시백, 배영옥, 박준, 강진, 홍명진, 유현아, 김자흔, 홍기돈, 고영직, 정우영, 이설야, 김형수, 마린 작가 등은 26㎞에 걸친 수색역광장-국회-샛강역-대림대학교 코스를 밟아나갔다. 지난 10일엔 복효근, 서철원, 최기우, 신귀백, 유강희, 정종화 작가 등이 전북 정읍 구간을 행진했다.

이은봉 사무총장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선 작가회의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았다. 회원들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대양해군의 시각을 취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다”며 “그런데 근본적인 시각에서 보면 해군기지가 결국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위협을 준다고 판단해 이런 거대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호모사피엔스의 본질적인 특징은 걸음”이라며 “동시에 인류사의 가장 큰 혁명이었던 프랑스 혁명의 가치들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유, 평화, 박애를 구현하기 위한 힘찬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은봉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제주해군기지,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 작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임진각에서 강정마을까지 릴레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 근래에 드문 일이었는데.   
▲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작가회의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았다. 회원들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대양해군의 시각을 취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근본적인 시각에서 보면 해군기지가 결국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위협을 준다고 판단했다.
미군은 동아시아를 감독?감시하는 지렛대로 사용하려 들 것이며, 중국 입장에선 반발할 수 있다. 일본도 상황에 따라 미국 편을 취할 수도 있다.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환경의 시각에서 봐도 해군기지는 적절치 못하다. 제주도는 분명 한국의 휴양지다. 제주도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전 국민들이 가서 쉬고, 미래를 준비하는 그런 휴양지인데 불안하고 위태로운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은 우리 미래에 좋지 않다는 게 기본적인 시각이다.
지난해부터 작가들이 줄곧 문제를 제기해왔다. 작가회의 내에 여러 조직이 있는데, 현재 ‘여성과 인권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조정위원장이 전체적으로 기획을 세우고 끌어나가고 있다. 많은 논의를 거쳐 수많은 작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제주작가회의에서는 작품집을 내고 있기도 하다.    

- 원로 작가들도 상당수 참석하고 있다.
▲ 구중서, 현기영, 정의성, 염무웅 선생 등이 참석하고 있다. 고은이나 신경림 선생에겐 말씀만 드리고 참가는 삼가라고 전해드렸다. 연세도 있으신데, 괜히 김정일 위원장처럼 쓰러지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웃음).           

- 행사 도중에 많은 주민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계획된 이벤트는 없는지.
▲ 지금까지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 정치인들이 참석해왔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없지만,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이벤트를 열고 있다.   

- 최종목적지인 제주도 강정마을에선 어떤 계획이 잡혀 있나.
▲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할 계획이다. 20일에 강정마을에 도착해 행사를 열기로 했다. 공지영, 도종환 등 스타급 작가들도 와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 이번 행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 호모사피엔스의 본질적인 특징이 무엇인가. 걸음 아니겠는가. 동시에 인류사의 가장 큰 혁명이었던 프랑스 혁명의 가치들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유, 평화, 박애를 구현하기 위한 힘찬 걸음이다.

- 강정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공권력에 시달리고 있다. 작가들의 참여가 어떤 보탬이 될 것이라고 여기나.
▲ 강정평화걷기릴레이가 설 국면까지 가게 되면 사람들이 제주를 오고가면서 지지 세력이 더 많아 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3월 선거 국면에서 제주지역의 의원들이 선거공약으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당락에 크게 결정을 할 것이라고 본다. 4월 총선이 끝나면 대선이 얼마 남지 않는다. 대선에서도 이슈로 나오게 될 것이다. 대략 이런 전술을 가지고 행사에 임하고 있다.
한국현대사에서는 민주화 운동 사례가 있다. 그 이전까지 자잘한 사안들에 대해선 끊임없이 실패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화라는 큰 대의를 성취하게 된 것이다. 통일운동도 지는 싸움을 해왔지만, 언젠가 그 지는 싸움이 모여 통일이라는 큰 대의를 성취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이기면 좋겠지만, 진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평화운동으로 진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마을공동체, 우리 시대에 어떤 가치를 지닌다고 여기나.
▲ 이것이 인간의 근원적인 공동체이다. 산업사회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개별화, 파편화, 해체되지만, 인간에게 이 근원적인 공동체의 꿈이 없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겉으론 해체됐지만, 내면 깊이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하나의 상징으로서 마을공동체, 더 작은 단위로는 가족공동체가 있다. 사실 이게 보수적인가치인데 산업화 이후 다 파기됐다. 세종시의 경우 명품 신도시가 생긴다. 세종시는 제 고향이기도 하다. 앞으로 고향도 사라지고 공동체적인 가치는 다 사라질 것이다. 고향과 함께 해왔던 전통, 문화, 역사가 다 사라질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 작가들 입장에선 어떤 점이 아쉽다. 
▲ 옛 어른들은 마을 구석구석에 이름을 붙였다. 논 이름, 오래된 나무 이름, 산 이름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자 자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 미시 역사적으로 보면 마을마다 전통적으로 흘러 내려오는 서사가 있다. 공동체의 파괴는 이런 풍성한 마을의 서사들이 다 사라지게 만든다. 강정마을도 아마 구럼비바위를 중심으로 해서 신화나 민담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와서 다 사라질 수 있다. 고유한 민족의 자산, 정신적인 자산인데 이게 다 사라지는 게 아쉽고 아깝지 않은가.
제 고향 마을은 박목월 선생의 시의 주제가 된 나무들이 많았다. 이젠 그 아름다운 풍경들이 사라졌다. 세종보가 생기면서 근처에 있던 미루나무 밭도 사라졌다. 예전부터 농사짓던 사람들이 잔치하던 곳이었는데 보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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