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지식여행





작가의 재치 있는 입담은, 개성 만점의 유쾌한 캐릭터들과 함께 이 소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작가는 소설의 구석구석에 끼어들며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지고,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연극의 해설자나 무성영화의 변사와 같은 작가의 등장은 소설 특유의 유머와 잘 어우러지면서 히가시가와 도쿠야 소설만의 독특한 재미를 발산하고 있다.

독자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한마디는 ‘이건 지금까지 당신이 알던 그런 소설이 아니야’라고 대변하는 듯하다.

전작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에서 쫓고 쫓기는 관계였던 두 콤비가 새로운 사건 앞에서 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우카이 모리오 탐정은 전작보다 더욱 능청스럽고 얄밉게 형사들을 대하며, 사건의 많은 부분을 주도해나간다.

이에 질세라 형사들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을 독점하려고 “사건은 해결되었다”라고 말하며 우카이를 따돌리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는 사건의 진상을 먼저 밝히기 위해서 자판기 뒤에 숨어 우카이 모리오 형사 일행을 염탐하다가 들키는 굴욕도 불사한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해결해야 할 트릭은 중인환시의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총성이다.
사건 발생 초반에 충분한 단서가 나오기 때문에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범인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소설의 묘미는 진범을 가리는 것보다는 범인이 사용한 트릭을 알아맞히는 것에 있다. 유출된 8연발 자동권총과 쏘아 올린 일곱 발, 나머지 한 발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까? 총성에 감춰진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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