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초등 3학년 아이 ‘엄마, 난 10년 밖에 더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해고자 초등 3학년 아이 ‘엄마, 난 10년 밖에 더 못 살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 승인 2012.02.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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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진단 연속인터뷰> 쌍용차 노동자들 심리치료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1

잇따라 자살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와락’ 통해 치유중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정신의학에서 자살률 가장 높은 병
‘쌍용차 해고자 출신=빨갱이’라는 시각, 취직조차 안 돼
자녀들 하늘같이 믿었던 아빠 무너지는 것 보며 큰 충격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범 증가, 노동 탄압, 생태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공안정국’에서 파생된 숱한 문제들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노동 인권, 생태 환경, 교육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씨, 재야인사 김낙중 선생,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김상봉 전남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송환’의 김동원 감독, 김세균 서울대 교수,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세현?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우종 덕성여대 명예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동생 조용준 선생, 박원순 변호사,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이상돈 중앙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고은 시인,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김용택 시인, 지율스님, 박인배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문정인 연세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손혁재 한국NGO학회 회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박경석 장애인철폐연대 대표, 가수 안치환 씨,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종주 박사,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재인 변호사,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호철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유홍준 교수,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조기숙 교수,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 ‘하얀 정글’의 송윤희 감독, 신율 명지대 교수, 강병화 고려대 교수 등 22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다.

정혜신 박사는 이전에도 <위클리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기관으로부터 고문당한 희생자들의 상처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이번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 사태를 두고, 해고노동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제가 흔히 ‘토요일마다 평택시청 회의실 바닥에 시냇물이 하나씩 생긴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이야기할 만큼 몸집이 집채만 한 남자들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린다. 상상이 가는가. 그러면서 아, 내가 힘들어도 되는구나, 다 힘들구나, 내가 특별히 예외적이거나 내가 특별히 무능한 사람은 아니구나, 그러면서 같이 힘든 것들을 다 수면 위로 올려놓고 인정을 하고 바라본다. ‘나와 우리들에 대해서 이제부터 뭐가 필요하나,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생각들을 아주 합리적으로, 현실적으로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 박사는 최근까지 경기도 평택시에 자리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평택을 시작으로 `평택 와락`, `부산영도 와락`, `유성 와락` 등 전국 각지에 심리치유센터가 생겨 우리 사회 부당한 권력과 자본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 받게 되기를 꿈꾼다. `와락`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치유바이러스가 번져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혜신 박사는 “다른 해고노동자들과 달리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2년 전에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진압을 겪었다. 사람들은 심리적인 방사능 피폭상태가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며 “전문적인 용어로는 ‘죽음각인’이라고 하는데, 당시 폭력에 너무 과도하게 노출됐기 때문에 심리적인 치료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분들이 겪는 어려움의 핵심은 (폭력적으로 진압당할 당시의) 기억들, 공포, 불안, 분노, 적개심 등이 시시각각 떠오르기 때문에 악몽을 아직도 꾸고 이로 인해 자기 분노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며 “심리적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통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일생동안 유지 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정신의학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병”이라며 “하지만 치료적인 개입을 하면 가장 빠르게 좋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혜신 박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로 인한 사망률 1위, 자살 사망률 증가 속도 1위 국가다. 이와 관련 한국사회를 평하자면.
▲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에서부터 사회생활까지, 많은 국민들은 경쟁체제 속에서 상당한 중압감을 느낀다. 경쟁이라는 것은 사람을 수단이나 도구로 만들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살과 같은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 

- 한 노동단체에서 수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사대상자 193명 가운데 30%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그중 50%는 고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집계가 나왔다.
▲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자들이 겪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우울증이라고 말하면 안 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 어떤 극단의 폭력, 이런 것에 과도하게 노출이 된 사람들이 겪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인간이 자유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이 겪는 질병이다.
예를 들어서 강간을 당한 여성이라든지, 전쟁터에 나가서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향성을 통해 질병이 드러난다. 거기에 노출이 되었다가 돌아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와 겪는 것은 그 사람이 원래 비관적이거나 약간 염세적인 그런 기질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아무리 건강하고 아무리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던 사람도 그런 경험에 노출이 되면 예외 없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그런 어떤 재앙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그런 사람들이 겪는 그 이후의 과정을 의학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쌍용차에선 아주 전형적인 증세들이 나오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정신의학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가족을 포함 무려 20명이나 자살 등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그간 어떤 고통을 겪었나. 
▲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전형이다. 2년 전 77일 동안 파업하면서 극도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그 순간에 폭력에 대한 끔찍한 기억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그것 때문에 잠도 못자고 가슴에 통증이 오기도 하고 격한 감정들이 일어나고, 그 격한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다. 
일반 해고와 쌍용차 해고는 완전히 다르다. 다른 사람은 죽지 않는다. 20명이나 죽었는데 이건 다 이유가 있다. 파업할 때 공권력이 투입되고, 폭력적인 용역들이 투입되면서 전쟁을 겪듯 했다.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한 인간으로서의 무너짐을 느끼고 모멸감, 무가치감에 사로잡혔다. ‘버러지 같은 존재’라는 경험들이 집단적으로 뼛속 깊이 각인됐다. 그 모멸감을 견디지 못했다. 전쟁과 똑같은 경험이었다. 일반 회사에서 해고된 무력감이나 우울증과 차원이 다르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대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보이나.
▲ 감당하기 힘든 사태를 겪은 이후 무력감, 무가치함 등을 느끼게 된다. 상태가 심해지면 세상 누구와도 소통을 안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과거를 외면한다고 잊히는 게 아니다. 맹장염인데 진통제 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 해고노동자의 가족들까지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 격한 감정이 가족이나 다른 이들에게 표출이 되고 관계에 문제가 많이 생겼다. 그 타깃이 되는 게 가족들이었다. 실제 가정이 깨진 경우도 많다. 그런 시간들이 2년 정도 지나면서 아이들에게도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준다. 아이들도 두려움에 떤다.
더구나 그 사람들 앞으로 손배소가 100억원 넘게 제기된 상태다. 일상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끔찍한 일이다. 소도시의 공장노동자들, 자녀가 셋 정도씩 된다. 그런 상태에서 손배소에 시달리고 가압류 되고, 부상 때문에 몸을 못 쓰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지금도 시시각각으로 실감하고 있다. 경찰조사 계속 나오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직장에 취업도 안 된다. 쌍용차 해고자 출신이라고 하면 빨갱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절망해서 죽어가는 것이다. 해고자 가정들이 지금 그런 분위기다.

- 아이들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 아닌지.
▲ 아이들 치유도 지금 굉장히 급하다. 아이들은 그 폭력 상황에서 자기 부모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당한 것을 봐왔다. 현장에 노출이 됐던 아이들이 꽤 있다. 엄마가 업고 나온 상황이었으니까. 아이들로서도 전쟁터에 온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은 자기가 하늘같이 믿고 진짜 힘이 센 아빠라고 믿고 의심하지 않았는데, 그 아빠들이 그렇게 무너지는 것을 봤다.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세상에 대한 공포, 사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깊이 각인됐다. 이 상처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어떤 부모가 상담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무심결에 무슨 얘기 끝에 ‘엄마, 나는 10년 밖에 더 못 살 것 같아’라고 했단다.
<위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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