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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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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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저, 이승엽인데…지금 신문사 와 있는데요

"다음은 시청역, 시청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정확히 22분이 지난 뒤 전철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동안 출근길의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탔다. 화자와 대스타 이승엽의 얘기도 여전히 계속됐다. 하지만 힐끗 쳐다보고서도 정작 아는 채 하는 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스타가 오히려 무안해할 정도로…. 중간 이승엽이 그랬다.

"오늘 몇 개 신문사들을 전부 돌아다니며 인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나면 기자님에게도 들르겠습니다."

의례적 인사라 생각했다. 난 스포츠를 맡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자가 근무하는 신문사가 이승엽의 답례 코스에 포함된 것도 물론 아니었다.

시청역에서 내렸다. 같이 표를 내고 나왔다. 프레스센터 앞이 삼성 야구단 단장과 감독 그리고 여타 선수들과의 약속 장소라 했다. 어느 쪽으로 나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출구까지 안내해주었다. 90。로 인사를 건넨다. 전철 안에서 얘기를 나눌 때도 끔찍하다 여길 정도로 예의를 차렸다. 성격도 서글서글했다. 다소 민망한 질문을 꺼내도 스스럼없이 입을 열었다. 인상, 참 좋았다. 그것도 그해 시리즈에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고, 하루 전날엔 소속돼 있던 팀을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우승할 수 있게 한 주역 스타인데…. 물론 이전부터 그에 관한 얘기는 들어왔던 처지다. 여타 스타들과 달리 항상 겸손하고 고개를 숙일 줄 안다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던 이유다.

그렇게 짧은 만남은 끝을 맺었다. 기자는 덕수궁 돌담길을 부지런히 걸어 출근을 했고, 또 여느때처럼 열심히 원고마감에 임했다. 이승엽이 기자에게 던진 "시간이 되면 들르겠습니다"는 얘기도 어느덧 잊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 동료들과 회사에서 약간 떨어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울리는 손전화 벨소리. 전화를 받아보니 "아뿔사…" 아침에 조우했던, 바로 그 대스타 이승엽이 아닌가.

"사무실에 올라가보니 안계셔서요. 때마침 근처 신문사에 올 일이 있어 왔다가 얼굴이나 뵙고 가려 했는데…."

점심을 먹고 있다 했다. 식사 안했으면 같이 하자 했다. 시간이 없어서 안된단다. 윗분들 모시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한단다. 그러면서 죄송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승엽의 팬이 된 이유다. 이승엽은 그 다음해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얘기가 나돌았지만 일본리그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아쉬웠다. 메이저리그라면 충분히 통하고도 남을 텐데….

사실 화자 스포츠 광팬이라고 지난호에 얘기했지만 야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지나치게 정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후 달라졌다. 야구에도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 이승엽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후 이승엽이 출전하는 일본 야구 많이 봤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날은 물론 술 약속 등이 있는 날에도 채널을 고정시켰다. 그러다가 뜸해졌다. 일본 진출 첫 해 이승엽의 부진 때문이었다. 안타까웠다. 한국 야구 부동의 대스타 이승엽 마저도 일본에선 무릎을 꿇고 마는가. 하지만 믿었다. 그는 해낼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 일본인들의 콧대를 무참히 꺾어 놓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 째 해부터 이승엽은 보란 듯 홈런을 때려내기 시작했다.

<글: 정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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