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승인 2012.02.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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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익산떡에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이다. 참 오랜만이다. 그래서 죄송하다. 약 3개월여는 지난 것 같다. 이 꼭지를 통해 독자님들을 만나 뵙는게…. 이유는 단 한가지다. 화자의 게으름이다. 굳이 변명 한 가지를 더 늘어놓자면 계절이다. 익산떡네 길레스토랑 여름엔 늦게 연다. 해가 길기 때문이다. 화자 일 끝나는 시간과 맞질 않는다. 그래서 외도를 좀 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길레스토랑에 들렀던 화자다. 그런데 여름 한 철 그러지 못했다.

화자가 외도를 하는 사이 익산떡네 길레스토랑, 아니 익산떡에게 크나큰 일이 있었다. 정말 큰 일이었다. 며칠전 길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익산떡 대뜸 그랬다. 활짝 웃는 모습이 오히려 서글펐다.

"이번에 제목 이렇게 뽑으면 되겠다잉. 익산떡에게 왜 그렇게 징그런 일들만 생기는 것일까…."

그랬다. 큰 일…. 지난해 여름, 이 꼭지를 통해 슬픈 소식 한가지를 전해드렸다. 익산떡 형부 얘기였다.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 그는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수년간 세들어 살던 집 마당 한 켠의 감나무 가지에 목을 맸다. 유서도 남겼다. 개발 광풍이 원인이었다.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었고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건설업자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집주인을 찾아가 애걸복걸했다. 소용 없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여 뒤, 이번엔 그보다 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지난 추석 때의 일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 금요일 밤 TV에선 전북 정읍에서 일어난 한 끔찍한 일가족 살해 사건이 꽤 비중있게 전해졌다. 한가족이 3000여만원의 빚 때문에 끔찍하게 살해됐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엔 아버지와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생인 조카가 있었다. 구체적 얘기는 피하려 한다. 이 글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다시 그날의 악몽을 되살리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버지와 조카는 살해됐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온 몸은 휘두르는 칼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단순히 채무관계에 의한 살인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채 추석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범인은 잡혔다. 범인을 잡은 경찰은 상을 받았다. 1계급 특진도 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 화자 지난해 암으로 돌아가신 지인의 산소가 있는 서울 인근의 한 천주교 묘역에 가 있었다. 손전화가 걸려왔다. 익산떡이었다. 아니, 추석 연휴에 익산떡이 왠 전화를…. 익산떡 목소리가 떨렸다. 익산떡 답지 않았다. 그리고 뒤이어진 충격적인 얘기. 그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익산떡 시동생, 그러니까 익산떡 바깥양반의 친동생이라는 게 아닌가. 친동생과 함께 살해된 중학교 1학년생 조카는 바깥양반 여동생의 아들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정읍에 내려가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익산떡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런데 말을 잇지 못했다. 장사를 지낸 다음 올라가서 신문사에 들르겠다고만 간신히 얘기했다. 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방을 가득 메운 동그란 무덤들만 눈에 가득했다.

<글: 정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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